돌리고, 비틀고, 꼬고..최호성 '피쉬샷'.."우습게 보여도 나에겐 딱"

  • 등록 2018-06-25 오전 6:00:00

    수정 2018-06-25 오전 6:00:00

최호성. (사진=KGA)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돌리고, 비틀고, 꼬고….서커스의 한 장면이 아니다. 내셔널 타이틀 코오롱 제61회 한국오픈(총상금 12억원)에서 공동 5위(합계 5언더파 279타)에 오른 최호성(45)의 기상천외한 스윙 폼 얘기다.

2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1). 45세의 베테랑 최호성이 2타 차 선두 최민철(30), 사이먼 예이츠(남아공)과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독특한 스윙에 팬들은 즐거워

1번홀 티잉 그라운드에는 꽤 많은 갤러리가 챔피언조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최호성이 엉성한 폼으로 어드레스를 했다. 그리고 힘차게 스윙을 돌려 공을 날렸다. 일명 ‘피시(Fish)샷’이라는 별명까지 생긴 최호성 특유의 엉거주춤한 스윙이 다시 나왔다. 누가 봐도 프로라고는 믿기 힘든 볼품없는 스윙이다. 그러나 공은 똑바로 날아가 페어웨이 한복판에 떨어졌다.

최호성의 스윙은 정통과 거리가 멀다. 티샷을 하고 나면 공이 똑바로 날아가길 바라며 몸을 꼬고 비튼다. 그린 위에선 퍼트한 공이 홀 근처로만 가도 다리를 들고 몸을 흔들면서 희한한 제스처를 취한다. 그러다 공이 아슬아슬하게 홀을 벗어나면 세상 가장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보는 골퍼들은 즐겁다. 처음엔 “프로가 저게 뭐야”라고 흉하게 보는 팬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내 최호성의 매력에 빠진다. 한국오픈에 최호성의 독특한 스윙이 TV를 통해 전파된 이후 온라인에는 다양한 반응들이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렇게 즐겁게 하는 게 골프다. 권위 잡고 딱딱한 골프문화 바꾸자”, “오늘부터 최호성 팬이다”, “정석에선 벗어났지만 자기만의 스타일 멋져요”라는 칭찬 일색이다.

최호성의 스윙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24일(한국시간) 미국 골프전문매체 골프위크는 “최호성의 스윙은 매우 이상하고 재미있다. 그는 두려움 없이 클럽을 던지는데 그 스윙으로 큰돈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 했다. 아시안 투어도 공식 트위터에 최호성의 스윙 영상을 올리고, 최호성에 대해 “피셔맨”(낚시꾼)이라고 표현했다.

세계 랭킹 2위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최호성을 따라해 보기로 했다. 그는 “나도 오늘 드라이빙레인지에서 한 번 해봐야겠다”는 글과 함께 최호성의 스윙 동영상을 링크했다.

▶“우스꽝스러워도 나에겐 딱 맞아”

최호성의 스윙이 지금처럼 우스꽝스럽게 변한 데는 이유가 있다. 최호성은 고등학교 졸업 후 안양베네스트 골프장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그러던 중 25세의 나이에 처음 골프를 배웠고, 그 길로 직업을 바꿨다. 프로가 된 건 서른 한 살 때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골프를 배워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프로가 된 후배들과 비교하면 10년 이상 늦었다. 게다가 최호성은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도 겪었다. 포항 수산고 재학시절 현장 실습을 나갔다가 참치 해체 작업 도중 엄지손가락이 절단됐다. 정상이 아닌 탓에 지금도 스윙을 하는 게 불편하지만, 땀으로 극복해 냈다.

늦게 시작하다보니 골프를 제대로 배운 것도 아니다. 대신 조금씩 자기에게 맞는 스윙을 찾았다. 그게 바로 지금의 스윙이다.

스윙에선 독특하다. 어드레스 자세는 엉거주춤하고 백스윙 땐 손목이 심하게 꺾인다. 공을 치고 나면 춤을 추듯 몸을 돌린다. 아마추어 골퍼의 눈에도 희한하게 보일 정도다. 그러나 지킬건 지킨다. 이병옥 JTBC골프 해설위원(PGA 클래스A)은 “보기엔 엉망처럼 보여도 동작 하나하나를 보면 정확하게 스윙이 되고 있다”면서 “짐 퓨릭이나 박인비의 스윙이 정석에서 어긋나보여도 임팩트 순간엔 정확한 스윙이 이뤄지는 것처럼 최호성의 스윙도 완전히 잘못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 변화에 맞춰 스윙을 바꾸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하지만 아마추어 골퍼들이 이렇게 스윙하면 밸런스가 무너져 공을 맞히기 어려운 만큼 권유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최호성의 배움에는 끝이 없다. 심지어 그는 경기 중 동료들에게도 스윙이나 기술을 배운다. 김형태(41)는 “언젠가는 최호성 선배가 경기를 끝내고 난 뒤 찾아와 어프로치 하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한 적이 있다”면서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선 하나라도 배우려고 하는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호성은 한국오픈 2라운드가 끝난 뒤에도 다음날 함께 경기할 박상현에 대해 배울게 많은 선수라며 기대했다. 그는 “박상현의 장점은 유연한 스윙이다”며 “저 친구처럼 쳐야 한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를 떠나서 후배지만 많이 배우면서 경기하고 있고 배울 걸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호성이 스윙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임팩트다. 정확하게 맞혀야 멀리 보낼 수 있다는 확실한 신념으로 지금의 스윙을 만들었다. 최호성은 “최대한 임팩트 순간 정확하게 맞히려고 하다보니 지금의 스윙이 만들어 졌다”면서 “스윙 폼이 어떻게 됐든 임팩트 순간 정확하게 맞아야 공을 멀리 보낼 수 있다”고 자신의 스윙에 확신을 가졌다. 아무리 공을 세게 때려도 정확하게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게 최호성의 소신이다.

볼 품 없는 스윙이지만, 최호성은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는 “예전에는 스윙을 할 때 멋진 스윙을 하려고 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지금 내 나이에 젊은 선수들과 쳐도 거리는 10~20야드 더 나가는데 아마도 예전처럼 스윙해선 절대 그렇게 못했을 것이다”며 “남들 눈에는 우스꽝스럽겠지만 내 나름의 테크니컬한 스윙이다”라고 자부심을 가졌다.

이날 대회에선 ‘무명’ 최민철(30)이 합계 12언더파 272타를 쳐 박상현(35·10언더파 274타)을 2타 차로 제치고 데뷔 7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지난해까지 투어와 레슨을 병행하던 최민철은 이번 우승으로 우승상금 3억원과 7월 열리는 남자골프 메이저 대회 디오픈 출전권을 받았다. 박상현도 최민철과 함께 디오픈 출전권을 손에 쥐었다.

최호성. (사진=K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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