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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져스3’) 오역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반적인 이해와 해석에 영향을 주는 데다 개연성과 연관된 대사들도 있기 때문이다. 박지훈 번역가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할 정도다. 관객들을 분노케한 ‘어벤져스3’ 속 오역 논란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봤다.
◇결말 뒤바꾼 ‘endgame’
‘어벤져스3’는 슈퍼 빌런 타노스와 그를 상대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다. 타임 스톤(아가모토의 눈)을 쥔 닥터 스트레인지가 타노스에게 납치되자 아이언맨, 스타로드는 힘을 합쳐 그를 상대한다. 아이언맨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닥터 스트레인지는 타임 스톤을 넘겨준다. 그를 질타하는 아이언맨에게 닥터 스트레인지는 “We‘re in the end game now.”라고 답한다.
이때 우리말 자막은 “이제 가망이 없어”다. 결국 타노스는 6개의 스톤을 모두 찾아 전 우주의 생명 절반을 제거한다. 비극적인 결말이다. 그러나 ’end game‘은 체스용어로 최종 단계를 뜻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타노스와 대결에 앞서 타임 스톤을 이용해 가능한 미래 시나리오를 살펴본다. 1400만 가지 중 딱 하나의 시나리오만이 승리로 이끈다고 말한다. 동시에 닥터 스트레인지가 타노스에게 순순히 타임 스톤을 넘겨준 이유다.
즉 대사 속 ’endgame‘은 타노스를 이기기 위한 마지막 한 수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말도 희망적이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면 사라져버린 영웅들이 되돌아 올 가능성도 높다.
내년 5월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4‘의 부제로 ’endgame‘이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선 ’어벤져스-가망없음‘이란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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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대사는 ‘어벤져스3’의 핵심 주제다.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손에 쥐려는 목적은 명확하다. 자신의 행성은 늘어난 인구를 감당하지 못해 멸망했다. 때문에 타노스는 인위적으로 인구의 절반을 제거하면 나머지 절반은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그의 논리는 마치 나치의 인종 정책을 연상시킨다. 캡틴 아메리카의 대사는 타노스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관객에겐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 과연 옳은지 질문을 던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말 자막은 “친구를 버릴 수 없다”다. 단순히 비전이 동료이기 때문에 희생시킬 수 없다로 번역됐다. 캐릭터 변질은 물론 일차원적인 해석이란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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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3’는 ‘타노스는 돌아온다’(Thanos Will Return)라는 문구로 마무리된다. 이처럼 슈퍼 빌런 타노스가 ‘어벤져스3’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그는 인류를 위해서라는 미명 아래 우주의 절반을 제거하겠다는 이상한 사명감을 품고 있다. 둘째 네뷸라는 “부품이 아까워” 살려두지만 첫째 가모라에 대해선 추억을 떠올리고 죽음을 애도할 만큼 무한한 애정을 품고 있다.
인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그의 과거도 등장한다. 우리말 자막에 따르면 타노스는 자신의 행성인 타이탄의 인구가 늘어나 자원이 고갈되자 인구의 반을 죽인다. 나머지 반을 구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아이언맨 등이 결전을 벌이는 현재의 타이탄은 황량한 모습이다. 의문이 생긴다. 타노스의 뜻대로 했는데 왜 타이탄은 멸망했고, 그는 왜 인류를 죽이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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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3’는 지난해 개봉한 ‘토르:라그나로크’(이하 ‘토르3’) 엔딩과 이어지는 장면으로 포문을 연다. 아스가르드를 탈출한 토르 무리는 타노스 일당을 마주한다. 묠니르를 잃은 토르는 동생 로키까지 잃고 좌절한다. ‘토르3’를 본 관객이라면 물음표가 생긴다. 토르를 조력했던 친위대 출신 발키리의 존재다. 그렇다면 발키리는 등장과 함께 사망한 비운의 캐릭터가 된다. 또 희망으로 끝맺은 ‘토르3’가 실은 종족의 멸망이란 허무한 결론이었다고 말하는 셈이다.
이는 일부 대사의 번역이 누락되면서 생긴 허점이다. 목숨을 건진 토르는 가디언즈오브갤럭시 멤버들에 의해 구조된다. 사정을 묻는 가디언즈오브갤럭시 멤버들에게 토르는 “내 백성의 절반”이 죽임을 당했다고 답한다. 우리말 자막에는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다. 원문대로라면 발키리와 아스가르드족 일부는 어딘가에 살아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절반은 살려둔다는 타노스의 논리에도 부합한다. 실제로도 연출을 맡은 조 루소 감독은 관객의 질문에 발키리가 살아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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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은 쿠키 영상(보너스영상)을 예고편으로 활용한다. 관객들이 10여분 가까운 엔딩 크레디트를 끝까지 보는 이유다. 이번에는 닉 퓨리와 힐 요원이 등장한다. 그들은 기현상을 접하고 어딘가 교신을 보내다 사라진다. 힐 요원과 닉 퓨리 순서로 재로 변하는데, 클로즈업 된 송신기에는 새 영웅 캡틴 마블의 로고가 뜬다.
이때 닉 퓨리가 내뱉는 우리말 대사는 ‘어머니’다. 그의 대사가 “mother…”이기 때문이다. 지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통틀어 그의 어머니는 등장한 적이 없어 의아한 대목이다. 닉 퓨리를 연기하는 사무엘 L. 잭슨의 전매특허 대사인 ‘motherf****’의 일부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이런 젠장” 정도가 적절한 번역이다. 관객들은 닉 퓨리를 ‘의문의 효자’로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밖에도 아이언맨이 타노스의 부하인 에보니 모를 애니메이션 ‘스폰지 밥’ 속 캐릭터 징징이(squidward)로 부르는 장면이나, 노웨어(knowwhere)를 엉뚱하게 이해한 맨티스의 대사, 영화 ‘풋루스’를 두고 스타로드와 스파이더맨이 대화를 주고받는 신 등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기존 MCU와 달리 비교적 무거운 분위기를 상쇄시켜주는 웃음 포인트이지만, 우리말 대사로는 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