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거인' 장정 “엄마, 아내, 지도자로 다 잘 하고 싶어”

22년 골프인생 마감 후 엄마, 아내로 평범한 생활
3년 만에 제주에 골프아카데미 열고 지도자 변신
"성공과정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지도자 꿈 꿔"
  • 등록 2018-04-09 오전 5:04:28

    수정 2018-04-09 오전 5:04:28

지도자로 변신한 장정이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장의 골프아카데미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제주=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엄마, 아내 그리고 지도자로 모두 잘 하고 싶어요.”

2005년 8월 1일. 장정(38)은 영국 사우스포트의 로열 버크테일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16언더파 272타를 쳐 우승했다. 2000년 LPGA 투어로 진출해 6년 만에 거둔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이었다. 그날 이후 장정에겐 ‘작은 거인’ 그리고 ‘슈퍼 울트라 땅콩’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154cm의 단신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른 장정의 모습을 본 팬들이 붙여 준 별명이다.

장정의 활약은 그 후로도 이어졌다. 2006년 LPGA 투어 웨그먼스 챔피언십에 이어 그해 일본여자골프선수권에 출전해 정상에 올라 한국(1997년 한국여자오픈)과 미국, 일본 3개 투어 메이저 대회를 싹쓸이 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2008년 오른쪽 손목 부상 이후 시련이 찾아왔다. 세 번이나 수술을 했고, 결국 2014년 프로골퍼로서의 활동을 마감했다. 장정은 그해 11월 3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그 자리에 아버지 장석중(73), 남편 이준식씨(39) 그리고 큰 딸 이슬(7)이 그의 은퇴식에 참석해 새로운 인생을 함께 했다. 은퇴 후 3년이 흘렀다. 제주도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장에서 남편 이준식씨와 함께 골프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장정과 마주했다.

▶행복했던 22년 골프인생

장정의 은퇴는 생각보다 빨랐다. 게다가 부상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기에 더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장정은 지금도 “은퇴하기를 참 잘했다”면서 “오히려 ‘1년이라도 빨리 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은퇴 결정을 가장 잘 한 일 가운 하나로 꼽았다. 하지만 장정의 은퇴는 크게 축하받지 못했다. 그는 “아버지는 조금 더 현역 생활을 하길 원하셨던 것 같다”며 “빨리 은퇴한 딸에게 많이 서운하셨는지 그 자리에선 ‘고생했다’는 말도 안하셨다”고 말했다.

마지막 대회를 끝낸 뒤 받은 마음의 상처도 살짝 꺼냈다. 장정은 함께 LPGA 투어에서 활동하던 선배 한희원(40)과 같은 대회를 끝으로 필드를 떠났다. 장정은 “그날 경기를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왔는데 희원언니의 라커 앞 가족들이 보내온 꽃바구니가 놓여 있는 걸 봤다”며 “그런데 내 라커 앞은 텅 비어 있어 왠지 모를 서운함이 밀려왔다”고 돌아봤다.

22년 동안의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은퇴식에서 마이크를 잡은 장정은 스스로에게 축하했다. 그는 “그동안 행복했다”는 말로 자신의 골프인생을 마무리했다. 그러고는 “제2의 삶을 살아도 좀 더 어린 나이에서 시작하고 싶어 은퇴를 결정했다”면서 “엄마, 아내 그리고 막내딸로서의 삶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 장정은 골프채를 내려놓고 두 딸의 엄마, 한 가정의 아내로 돌아갔다. 그는 “1년 반 정도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걸 했던 것 같다”며 “아줌마들끼리 모여서 육아 얘기도 하고 브런치를 먹으며 수다를 떨기도 했다”고 평범했던 제2의 인생을 즐겼다.

장정이 제자 앞에서 직접 스윙 자세를 선보이고 있며 레슨하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좋은 엄마, 아내 그리고 지도자 되는 게 꿈

2년 가까이 놀다보니 하고 싶은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골프해설가로로 팬들 앞에 섰고,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연말 지인의 소개 제주도 테디밸리 골프장에서 골프아카데미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장정은 “오래 전부터 남편과 의논했던 일이었다”며 “남편과 함께 제주도로 내려와 올해부터 선수와 아마추어 골퍼를 대상으로 하는 아카데미를 열고 레슨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정은 이준식씨는 국내에서 투어프로 활동을 했고, 미국에서 골프유학을 하던 중 장정을 만나 2011년 결혼했다. 결혼 후 남편은 장정의 캐디로 함께 했고, 지금은 제주도에서 레슨코치로 장정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동업자가 됐다.

프로골퍼에서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장정은 요즘 새로운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는 “프로로만 16년을 활동했다”며 “그런데 지도자로서는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쑥스러워했다.

장정은 프로골퍼로 성공적인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지도자 경험이 없던 탓에 자신의 부족함을 새삼 느끼고 배워가고 있다. 그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일이 쉬운 게 아니다”며 “선수 시절엔 몰랐던 것들을 새롭게 느끼고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에는 TV 레슨프로그램을 유심히 보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며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표현해야 잘 전달되는지 배워가고 있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장정은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잘 전달하는 것도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인데 아직은 표현이 서툴고 전달력도 많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필드를 떠나면 좀 더 여유로운 삶은 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렇지도 않다. 두 딸의 엄마, 아내 그리고 지도자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다보니 더 바쁜 생활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장정은 행복하다. 장정은 “1인 3역이 쉽지 않다”면서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진짜 좋은 엄마, 남편에게는 좋은 아내 그리고 제자들에게는 좋은 스승이 되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엄마로서는 80점인데 아내로서는 20점짜리 밖에 되지 않는다”며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장정은 이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은퇴 후 골프를 치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는데 요즘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함께 하다보니 다시 골프를 하고 싶어졌다”면서

“예전에는 내가 잘해서 보람을 느꼈다면 이제는 내가 가르치는 선수가 잘 했을 때 보람을 느낀다. 누군가 성공하는 과정에서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인생 2막의 새 목표를 밝혔다.

▶장정은?

1980년생

대전 유성여고-중부대학교

1997년 한국여자오픈 우승

2000년 미 LPGA 투어 데뷔

2005년 LPGA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

2006년 LPGA 웨그먼스 챔피언십 우승

2006년 JLPGA 일본여자오픈 우승

2007년 LPGA 에비앙 챔피언십 준우승

LPGA 투어 통산 308회 출전(2승), 총상금 665만7615달러(71억원).
장정(오른쪽)이 주니어 골퍼에게 스윙자세를 지도하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초췌한 얼굴 尹, 구치소행
  • 尹대통령 체포
  • 3중막 뚫었다
  • 김혜수, 방부제 美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