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 아시안컵 4강 신...'한-베 스포츠혈맹' 합작품이죠

文 대통령 베트남 방문...한-베 스포츠 교류 역사는?
축구, 전쟁 중에도 사이공서 교류한 과거
베트남 첫 올림픽 은메달은 태권도
  • 등록 2018-03-19 오전 6:00:00

    수정 2018-03-19 오전 6:00:00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 두번째)이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응우옌 쑤언 푹 총리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사진=베트남 정부 홈페이지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을 앞두고 한국과 베트남의 스포츠 교류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베트남 방문 기간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박항서 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을 만날 예정이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을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준우승으로 이끌면서 베트남의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이 박항서 감독을 만나 격려하는 모습은 한국과 베트남 교류에 스포츠가 훌륭한 가교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한국과 베트남은 스포츠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 시작은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9년 대한축구협회가 처음 꾸려졌을 때 대표팀은 없는 살림에도 해외 원정을 떠났다. 당시 한국이 방문한 곳이 홍콩과 베트남이었다. 1차 인도차이나 전쟁 중이던 사이공(현 호치민)에 도착한 대표팀은 총성이 울리는 가운데 베트남과 평가전을 치러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베트남 전쟁으로 적대적 관계가 됐던 한국과 베트남이 급격히 친해진 것은 1990년대 들어서다. 아이러니하게도 베트남 전쟁 때 전파된 태권도가 계기였다. 사회주의를 사실상 포기하고 본격적인 개방정책이 시작되면서 베트남에서 태권도에 대한 관심도 급속도로 높아졌다.

베트남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자국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다. 태권도 여자 57kg급에서 은메달을 딴 트란히우능안이 주인공이었다. 한국인 지도자 밑에서 태권도를 배운 트란히우능안이 태권도에서 메달을 따내면서 베트남 내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선 호앙쑤안빈이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베트남 역사상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호앙쑤안빈을 지도한 베트남 사격대표팀 사령탑이 한국인 박충건 감독이었다. 박충건 감독은 2015년부터 베트남 사격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열악한 현지 사정을 극복하기 위해 올림픽 직전까지 인천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베트남의 첫 올림픽 금메달의 밑바탕에는 한국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한국 여자프로골퍼 홍란이 베트남의 골프 유망주에게 자세를 지도하고 있다. 사진=KLPGA
최근 베트남과 스포츠 교류가 가장 활발한 종목은 축구와 골프다. 베트남의 축구 실력은 오랜 기간 아시아에서도 변방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국 내 뜨거운 인기를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한국을 발전 모델로 삼고 한국 축구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6년 베트남 국가대표 르엉 쑤언쯔엉이 인천 유나이티드와 계약을 맺고 ‘베트남 출신 1호 K리거’가 됐다. 이 사건은 베트남과의 본격적인 축구교류의 신호탄이 됐다. 르엉은 인천을 거쳐 2017년 강원FC 유니폼을 입었다. 활약은 미미했다. 르엉을 영입한 인천과 강원은 쯔엉이 동남아 축구팬들을 몰고 다니면서 유니폼 판매 등 마케팅 측면에 도움이 되길 기대했다.

결과적으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르엉은 2년 간 4경기에 출전한 뒤 다시 베트남 리그로 돌아갔다. 르엉의 존재는 K리그를 동남아에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를 계기로 2017년 K리그 올스타팀이 베트남 대표팀과 원정경기를 치렀다. 동남아시아에 K리그를 알리는 본격적인 시발점이 됐다.

2016년 10월에는 베트남 국가대표팀이 방한해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보름간 전지훈련을 가졌다. 파주NFC의 훌륭한 시설과 훈련 시스템을 접한 베트남은 2017년 아예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박항서 감독과 이영진 코치를 영입했다. 한국 축구의 ‘DNA’를 그대로 심은 박항서 감독은 아시아 변방이던 베트남을 단숨에 아시아 축구 정상권으로 올려놓는 기적을 실천했다.

골프에서도 베트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16년 3월 KLPGA 투어 대회인 달랏앳2000 레이디스오픈이 베트남에서 열렸다. KLPGA 정식 투어 대회가 베트남에서 열린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효성챔피언십 with SBS 대회가 베트남 호치민 트윈도브스 골프클럽에서 개최됐다. KLPGA 한국투자증권 챔피언십도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트윈도브스 골프클럽에서 치러졌다. 불과 3개월 만에 KLPGA 공식대회가 두 차례나 열렸다.

KLPGA 투어는 대회 기간 동안 베트남 국제학교 학생을 초청해 한국 선수들에게 직접 레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골프한류’의 발판을 놓고 있다. 그동안 베트남은 한국 선수들의 동계훈련지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전지훈련지를 넘어 KLPGA 투어의 새로운 시장으로 발돋움하는 모습이다.

김남진 KLPGA 사무국장은 “KLPGA 투어의 베트남 개최는 베트남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지역 선수들에게 KLPGA 투어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며 “더불어 아시아 지역에 ‘골프한류’ 바람을 불어 넣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3월 베트남에서 열린 KLPGA 투어 달랏앳2000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한 한국과 베트남, 아시안투어 선수들이 베트남 전통의상을 입은 도우미들과 우승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고진영, 이정민, 안신애와 아랫줄은 베트남과 아시안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사진=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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