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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주니어 컬링 선수들의 앳된 얼굴에 가려진 스케이트 선수만한 허벅지를 눈치채지 못한 게 잘못이었다. 빗질 몇 번에 머릿속이 하얘진다. 딜리버리(투구) 자세를 취하자 지탱하는 왼다리는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스톤’이 앞으로 나아 가야 하는 데 몸이 등을 바닥 삼아 얼음판을 위를 미끄러져 갔다.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평창 컬링편에서 나온 배우 박보검의 ‘몸개그’는 의도된 것이 아니었다.
컬링은 생소한 스포츠다. TV로 보는 것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16일 컬링대표팀을 후원하는 휠라코리아가 주최한 ‘어린이 컬링 교실’에서 직접 체험해 봤다. 태릉컬링장을 찾아 송현고 컬링팀에게 일일 과외를 받는 절호의 기회(?)가 생겼다.
시작부터 진땀을 뺐다. 팔 다리는 따로 놀았고 1엔드는 커녕 4번 왕복 후 체력이 고갈됐다. 기자가 4번 만에 포기한 이 길을 선수들은 매 경기 100번 가까이 오간다.
이 코치는 “한 번의 딜리버리를 기준으로 수백번, 많게는 천번 넘는 스위핑이 이뤄진다”며 “45m의 거리를 ‘스윕’하고 나면 100m를 전력으로 질주하고 나면 엄청난 체력 저하와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단순하게 숨만 차는 게 아니다. 선수들은 팔에 근육통을 달고 산다. 일반 아마추어의 경우 컬링 한 경기를 소화하면 그 다음 날 팔을 폈다 굽히기 어려울 정도다. 체력소모가 커 초등부 컬링 경기는 8엔드 또는 그 이하로 축소해 운영한다. 또 하체도 좋아야 한다. 투구 동작에서 직진성을 유지하기 위해 선수들은 왼다리로 몸을 지탱하고 오른 다리로 균형을 맞춘다. 흔들림이 적어야 정확한 투구가 가능하다.
신소영 송현고 감독은 “컬링이 생활체육으로 활성화된 캐나다에선 보통 4~5살 때부터 컬링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 평창올림픽 덕분에 요샌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 뛰고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중학교 때 처음 컬링을 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튼튼한 기초체력 덕분에 경력이 짧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것 같다. 전지훈련에서 만난 캐나다 선수들도 우리 아이들의 폼을 보고 ‘폼이 정말 예쁘다’고 칭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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