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하균(사진=한대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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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배우 신하균(37)은 `작은 거인`같다. 그와 동의어가 있다. 카리스마와 광기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체불가의 연기 열정. 신하균의 진가는 KBS2 드라마 `브레인`에서 빛났다. 그는 명품 연기로 시청자를 압도했다. `하균신(神)`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신하균은 물러섰다. "`하균신`? 처음에는 (내 이름의)미국식 표현인 줄 알았다." 신하균이 재치있게 응수했다. 인터뷰 초의 긴강감이 순식간에 `쨍`하고 깨졌다.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난 막걸리 좋아한다." `브레인` 속 `냉혈한` 이강훈은 거기에 없었다.
◇이강훈=전형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매력적이었다. 강한 듯하면서 연민이 느껴졌고 안타까웠다. 선과 악이 공존해 많은 사람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특히 한국 남성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었다. 드라마는 열린 결말로 끝났지만 이강훈은 계속 그런 이중적인 모습으로 살아갈 것 같다. 크게 변하진 않겠지.
◇스마트폰=가끔 주위에서 휴대전화 통화하는 법이 독특하다고 하더라. 이강훈은 다른 사람의 말을 다 귀담아듣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 할 말만 하는 유형이지.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는 전화기를 귀에서 멀찌감치 떨어트려 받는 식으로 연기했다. `브레인` 찍으면서 캐릭터를 보는 재미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걸음걸이와 말투도 신경썼다. 손동작도 많이 활용했고.
| ▲ KBS2 `브레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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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KBS 연기대상=꿈꾼 것 같다. 시상식 당일 오전부터 `브레인` 촬영하다 잠깐 틈내 식장 갔다가 다시 촬영장으로 복귀했다. 시상식 가서도 대사 걱정뿐이었다. 제대로 기쁨을 못 누렸다. 물론 지금 이런 상황은 행복하다. 아무래도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다양한 작품을 할 기회가 생긴 게 배우로서 가장 즐겁다.
◇송강호=많이 바쁜 분이시잖나. 그런데 `브레인`을 꽤 시청하신 것 같더라. 휴대전화 문자로 `드라마 잘 봤다`는 말도 해주셨고. 그렇게 관심 가져주셔서 고마운 마음에 대상 받고 감사 말씀 전한 거다. 드라마 촬영 끝나고 가끔 통화하는 데 선배가 날 `이강훈 선생님`이라 부르더라.
◇나쁜 남자=무심한 편이다. 다정다감하지도 못하고. 인기도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이강훈처럼 카리스마 있거나 자신감 넘치는 사람도 못 된다. 오히려 남자들이 좋아하는 성격이다. 술 좋아하고 얘기 잘 들어주고. 연애를 해야 되는데 좀처럼 기회가 없다. 소개팅을 좋아하지도 않고. 결혼? 아직 계획은 없다. 집에서 압박도 없고.
◇발연기=지혜(최정원 분)에게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괜한 트집을 잡는 장면 등을 일부러 어색하게 연기했다. 이강훈이 워낙 사랑 표현에 서툰 사람이잖나. 어떤 분은 그 모습을 보고 `초딩 이강훈`이라고 부르더라. 재미있게 보시라고 편하게 연기했다. 일종의 `보너스`라고 할까. 극이 갈수록 감정적으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어서 일종의 쉬어가는 차원 정도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런데 촬영 같이하던 동료 배우들도 놀라더라.
| ▲ 신하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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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영화 속 나를 보시고 많이 얘기들 해주신다. 하지만, 실제 나와 거리가 멀다. 난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아니다. 어떤 일을 처리하는 데 능동적이지도 않고. 일상은 게으르고 무기력한 쪽에 가깝다. 쉴 때는 주로 등산하러 다닌다. 자전거를 타거나.
◇정진영=정진영 선배와는 영화 `킬러들의 수다` 후 오랜만의 작업이었다. `브레인`에서는 항상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너무 대놓고 소리 지르고 눈 부라리고 했으니. 이강훈이 산 것도 다 김상철이 있었기 때문이고 정진영 선배가 존재한 덕이다. 내가 어떻게 하든 연기를 다 받아주니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존재만으로 큰 힘이 됐다. 나중에 조촐하게 소주 한 잔 마시며 `그동안 죄송했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다. 이강훈이 마지막까지도 김상철 교수의 말을 안 들었지 않나.
◇독백=극 중 어머니 김순임(송옥숙 분)이 세상을 떠나고 이강훈이 한 독백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물방울 무늬였어요 엄마가 그날 입던 옷이요..`하며 돈가스 얘기하고. 대본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표현을 해주는구나 싶었다. 그 부분은 애드리브 없이 대본 그대로 갔다. 가장 슬플 때 가장 즐거웠을 때의 감정을 보여줘야 해서 촬영 중 가장 감정이 벅찬 순간이기도 하다.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은 돈가스에 대해 가진 추억 하나쯤은 있을 거다.
◇애프터=당분간 특별한 계획은 없다. 화보 촬영차 해외 잠깐 다녀올 생각이다. 차기작은 영화가 될 거 같다. 작품 선택에 있어서는 새로움이 중요하다. 전형적인 캐릭터만 아니면 된다. 장르는 상관없다. 로맨틱 코미디도 좋고 사극도 흥미로울 것 같다. 한 번도 안 해본 분야니.
| ▲ 신하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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