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림 '두 번의 변성기' "약해졌다고?"(인터뷰)

잦은 눈물? "엄마되고 나니.."
남편과 별거? "하하하"
"자연스러운 변화 적응 필요"
  • 등록 2011-04-04 오전 6:00:00

    수정 2011-04-04 오후 1:29:00

▲ 방송인 박경림
[이데일리 SPN 양승준 기자] '카푸그라증후군'. 가까웠던 사람에게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는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방송인 박경림(32)이 어느 순간 낯설어졌다. 갑작스러운 미국 유학과 결혼. 두 번의 '인생 변성기'를 치른 박경림에 '말괄량이 여동생'은 없었다. 방송에서 눈물도 자주 보였다. 박경림도 사람들이 낯설어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엄마가 되고 나니 더 여려진 것 같아요." 사포 같던 그녀의 목소리가 보드랍게 들렸다. 하지만, 방송가는 냉정하다. 유약한 모습은 예능 MC에 '퇴화'와 같은 사형선고다. 박경림은 오히려 여유로웠다.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거죠."

-요즘 방송에서 자주 울어 '우환설'까지 나왔다

▲예전과 달리 아이·가족·엄마와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 마음이 좀 약해진다. 출산 후 산후우울증도 짧게 겪었다. 이유 없이 슬퍼지고 섭섭하고. 물론 지금은 잘 극복했다. 지금이 그런 문제에 좀 여려지는 시기인 것 같다. 경실·미선 언니도 그때는 그렇다고 하더라. 트위터에도 '충분히 이해해요, 같이 울어요'라는 위로글이 많이 올라온다. 대부분이 유부녀들이다. '왜 우세요'라는 분들도 있는데 대부분인 남자고.

그리고 난 원래 여렸다. 그런데 고정적인 프로그램에서 연속으로 우니 집에 우환이 있다는 오해가 생긴 것 같다.(웃음)

▲ MBC '세상을 바꾸는 퀴즈'에 출연해 눈물을 보인 방송인 박경림
-결혼 후 개성이 약해졌다는 비판도 있다

▲그건 좋게 말해주는 거다.(웃음) '예전만 못하다'·'미국 잘못 갔다왔다'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내가 약해진 건 아닌 것 같다. 나보다 센 캐릭터가 많아진 거지. 그리고 사람들이 내 10대 시절의 모습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때로 돌아갈 수 없지 않나. 나는 이미 서른셋이고 한 아이의 엄마고 한 남자의 아내다. 유학과 출산, 공백기도 있었다. 내 변화가 자연스럽게 보일 시간이 필요하다.

-하는 프로그램이 잘 되고 있는 건 아니다. '백점만점' 등은 시청률도 저조하고 반응이 좋지 않다.

▲내가 너무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프로그램도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무한도전'도 익숙해지기 전에는 시청률이 5~6% 나왔던 시절도 있지 않나. 프로그램은 탄력을 받는 계기가 있다. '백점만점'도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 방송을 본 사람 중에는 '재미있다'는 사람이 뜻밖에 많다. 또 나오는 사람들이 정말 즐기면서 찍고 있다. 언젠가는 올라갈 거라는 확신이 있다. 길게 볼 생각이다.

-공동 MC인 박명수도 '백점만점' 촬영을 즐거워하나

▲솔직히 처음에는 즐거워하지 않았다. 느껴졌을 거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 '프로그램 진짜 재밌다. 그런데 왜 시청률이 안 나오느냐'라는 말을 오빠가 먼저 하더라. 그리고 '야 이거 열심히 해서 잘되게 하자'라며 파이팅을 외친다. 스튜디오로 들어오고 콘셉트 바뀌고 욕심을 낸다. 또 (김)신영도 들어왔고. 열심히 하자며 다들 속으로 다지고 있다.

-방송 외 공부 욕심도 많은 것 같다

(박경림은 프라이빗뱅킹학으로 석사를 취득한 후 지난 2월에는 카이스트에서 최고경영자과정도 수료했다.)

▲'못 배워서 한 맺힌 거 있냐'는 소리도 들었다. 난 내게 필요한 걸 공부한다. 방송일 하는 걸 잘 몰라 대학에서 방송연예과를 전공했다. 또 '경제야 놀자'라는 프로그램을 하다 느꼈고 경제관념이 없어 프라이빗뱅킹학을 공부했다. 최고경영자과정은 전에 있던 소속사(디초콜릿이앤티에프)가 경영 문제로 시끄러워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해서 생긴 변화가 있나

▲장기 투자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전에는 남의 말에 전적으로 의존했는데 조금 알게 되니 투자가 신중해졌다.

-동료 연예인들 조언도 해주나

▲물론. 세금 문제가 많다. '내가 작년에 돈을 이만큼 벌었다는 데 이만큼 벌었는지도 모르겠고 세금 내려 하니 돈이 없다'는 하소연도 있고. 그래서 돈 받을 때 (세금을)떼어놔라, 처음부터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라고 한다. 세금 통장을 따로 만들 것도 권유한다. -더 배우고 싶은 게 있나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다. 사람의 심리를 알고 이러는 걸 좋아한다. 내 꿈이 토크쇼인데 상대가 나왔을 때 가장 심리를 편하게 해줄 수 있는 게 뭔가를 학문적으로 알아보고 싶다.

-심리학 관련 대학원 진학 계획은 있나

▲지금은 책만 보고 있다. 심리학 하면 프로이트 같이 어려운 분야도 있지만, 정재승 박사의 '팝콘으로 배우는 영화' 같은 책도 있어 재미 위주로 편하게 보고 있다.
▲ 박경림이 출연하고 있는 KBS '백점만점'·MBC '세상을 바꾸는 퀴즈'·엠넷 '엠사운드플렉스'·MBC 라디오 '박경림의 별이 빛나는 밤에'
인터뷰 시작 40분 후. 자연스럽게 박경림 집안 얘기로 화제가 흘렀다. "예,예,괜찮아요, 마음껏 물어보세요." 보통 연예인들은 집안 얘기가 나오면 '날'을 세우기 마련. 하지만, 박경림은 달랐다. 아들 얘기가 나오자 휴대전화를 꺼내 아들 사진도 보여줬다. "잘 생겼는데요?." 기자가 묻자 "우리 애 나 안 닮았죠? 아빠 닮았어요."라는 여유도 보였다. 경계를 푼 박경림은 '아들 바보'를 '인증'했다. 제대를 앞둔 조인성 얘기가 잠깐 나오자 "애가 (조)인성이 처럼 크지 않을까 싶어요. 선이 좀 있죠?" 라고 했다. -남편이 삼성에서 퇴사했다는 소문이 있다

▲휴직했었다. 카이스트 정보미디어 MBA과정 마치느라. 그런데 2월 졸업 전 1월2일 복직했다. 회사 OO실로. 남편이 1년짜리 코스로 대학원에 다녔는데 수업이 빠듯해(1년 과정인 대신 전일제로 수업이 진행된다) 기숙사에서 지냈다. 그래서 별거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런데 이런 소문도 그냥 관심이려니 한다. 아직 나한테 사람들이 관심이 있구나 싶고.(웃음)

-이수영 부부와는 자주 만나나. 임신도 해 선배로서 조언도 해줄 것 같다

▲이수영이 좀 예민한 편이다. 아무래도 방송인보다 가수가 좀 더 감수성이 예민하지 않나. 그래서 '아이를 가졌을 때만큼은 예민하면 안된다'고 조언한다. 그러면 아이도 불안하다고. 지금은 수영이가 입덧이 심해서 고생하고 있다. 그런데 그 마음을 내가 10%로도 이해를 못한다. 나는 임신했을 때 입덧으로 고생을 안 해봐서(웃음). 그래도 '네가 하는 생각과 말 그대로 애가 태어난다. 지금부터 너는 애가 태어나서 부모가 아니라 이미 부모다'라며 조심하라고 얘기해준다.

-방송인·아내·엄마 박경림에게 스스로 점수를 준다면

▲방송인으로서는 60점. 아직 더 채워야 할 것들이 많아서. 그래도 50점 이상 준 이유는 10년 이상 활동했으니까. 엄마로서는 50점. 아무래도 아이와 같이 못 있어주니까. 시간 날 때 최선을 다해 같이 있으려고 하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아내로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직업병(?)일수도 있지만, 남편이 원하는 걸 빨리 캐치하는 편이다. 일찍 들어오라는 잔소리도 안한다. 회식한다고 전화 오면 재미있게 놀다 오라고 하고. 나도 사회생활을 해봐서 아는데 회식자리 분위기 무르익었을 때 나오기 어렵지 않나. 다만 음식을 잘 못해줘서 미안하다. 음식 하면은 제법 잘하는데...(웃음)

-데뷔 후 가장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 남은 도전은 뭔가

(박경림이 고정 출연하고 있는 방송은 5개. 장르는 천차만별이다.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DJ부터 '세상을 바꾸는 퀴즈'와 KBS '백점만점'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해 엠넷 음악프로그램 '엠사운드플렉스' MC로도 활동하고 있다. 드라마 '더 뮤지컬'도 찍고 있다. )

▲우선 둘째 출산 계획이 있다.(웃음) 데뷔 13년째다. 전체를 열 단계로 나누자면 지금 세 번째 단계를 맞았다. 미국 갔다 오고 결혼 후 다시 시작했으니. 이전에는 정말 욕심이 많았다. '이건 꼭 일 년 안에 해야 해' 이런. 그런데 지금은 내 꿈인 토크쇼 MC를 위해 다양함에 방점을 두고 있다. 나를 실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해보고 싶다. 지금은 잘 되는 게 목표가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지금 내가 할 일이다. 마음의 여유를 찿았다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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