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SPN 양승준 기자] "일을 하다 보니 나이 예순이란 게 사실 잘 느껴지지 않아요. 물론 환갑을 앞두고는 과연 내가 예순 넘어서도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염려는 됐죠. 그런데 막상 돼 보니 (예전과) 똑같더군요. 환갑을 앞뒀을 때는 혼란스러웠지만, 막상 되고 나니 그런 걱정이 싹 없어지더라고요."
올해로 데뷔 42년을 맞은 가수 조용필은 유연했다. 지난달 21일 환갑을 맞은 그는 세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도 켜켜이 쌓인 나이테 안에 움츠러들지 않았다. 음악관도 "젊은 층과 중년·장년 층의 음악이 구분돼 있는데 이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며 음악 풍토 변화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했다. 한국 대중음악사에 세대와 계층을 아우른 유일한 가수인 그에게 현 아이돌 그룹 위주의 가요계에 대한 일침을 기대했지만,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음악은 (예전과 같이)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어요. 음악의 장르가 바뀜에 따라 변화가 생기고 또 많은 하위 장르가 만들어지고. '어른들이 젊은 층의 음악을 못 따라 부른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죠. 요즘 음악들, 잘 만든다고 봐요. 차에서 어떻게 만드나 볼 겸 듣다 보면 곡도 좋고 가수들이 노래도 잘하고. 어떤 가수는 연기도 잘하던데 요즘 가수들이 우리 때보다 음악적인 역량을 더 빨리 흡수하는 것 같아요."
◇ '무빙 스테이지 도입'..환갑 맞은 조용필의 또 다른 도전
변화의 바람을 대나무처럼 부드럽게 받아들인 '가요계의 제왕' 조용필. 그는 음악인생 박 백 년을 앞둔 시기에 또 다른 '위대한 탄생'을 준비 중이다. 오는 5월28~29일 오후 7시30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소아암 어린이 돕기 자선 공연인 '러브 인 러브'(LOVE IN LOVE)를 열고 화려한 외출을 계획 중인 것. 지난 2008년 데뷔 40주년 기념 공연 이후 두 번째 올림픽 주경기장 공연이지만 단독 공연으로는 유일하게 '10만 관객 도전'이라 의미를 더한다. 5만 명의 관객을 수용해야 하는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공연을 열기란 쉽지 않은 일. '팝의 황제' 故 마이클 잭슨도 이틀 공연에 6만 5천 여명의 관객을 모았을 뿐이다.
"많은 관중을 앞에 두고 공연한다는 것은 가수로서는 기분 좋은 일이죠. 공연하다 보면 관객들이 몰입하는 과정을 보게 되는데 그때 정말 가수로서의 보람을 느끼게 되고요."
|
"올림픽 주경기장은 공연장이 워낙 커서 관객들은 주로 나를 영상으로만 봐야 하잖아요. 그래서 '무빙 스테이지'를 생각해봤죠. '관객들이 공연이 끝나면 뭐가 생각날까'라는 고민을 하는데 이런 새로운 시도로 평생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공연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사실 조용필은 이런 무대에 대한 고민 없이도 '돌아와요 부산항에', '단발머리' 등 수많은 히트곡만으로도 많은 관객들을 동원할 수 있다. 하지만 "공연은 새로워요 한다"는 공연 철학은 굳건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해외 가수들은 어쩌다 한 번씩 오니 노래만 해도 충분히 관객들은 공연을 즐길 수 있죠. 하지만, 나는 매년 공연하는 사람인데 만날 똑같은 무대와 레퍼토리로 관객 앞에 선다면 관객들은 제 공연을 매번 볼 필요가 없는 거죠."
기존 공연보다 3배 이상 많은 제작비를 들여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조용필. 그는 직접 무대부터 기획까지 공연 준비를 하나하나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취재진과 인터뷰가 있던 지난 16일도 공연준비로 공연 기획사 측과 5시간의 미팅을 마치고 온 상태였다.
◇ "가족 단위의 공연이 꿈..높은 음 소화안되면 은퇴"
어린이날인 5월5일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영국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센인들을 위한 특별 공연과 함께 소아암 어린이위들을 위한 자선 공연으로 5월을 따뜻하게 수놓을 조용필. 두 번의 자선 공연을 마친 그는 올가을부터 그간 못 가본 지역을 위주로 다시 한번 전국투어에 나선다.
|
"1990년대 중반에 비치보이스을 공연을 보러 갔을 때 큰 감동을 받았어요. 오래된 사람들이라 그런지 공연장에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손자 등 3대가 온다든지 가족 단위로 온 케이스가 많더라고요. 내 공연고 그렇게 됐으면 좋겠고 또 조금씩 그렇게 돼 가는 것 같아 기뻐요."
'무대 위의 작은 거인' 조용필이 만들어 낼 열정의 무대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아직까진 노래 할 때 그러니까 고음 부분에서 노래할 때 목소리의 변화는 없어요. 예술의 전당 공연에서인가 14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공연을 할 때 주위에서 공연 계속하려면 음을 낮춰 부르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반 키 내려 본 적이 있는데 도저히 못 하겠더군요. 노래 부른 거 같지도 않고 만족도 안 되고. 만약 세월이 지나 높은음 등 음정 소화가 안 된다면 은퇴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내가 늘 꺼림칙하게 무대에 서면 끝나고 나 자신에 대해 실망할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