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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제공] 영국 현지 언론이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평점을 매길 때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가 'tireless(지칠 줄 모르는)', 'lively(활기찬)', 'unstoppable(멈출 수 없는)'이다. '산소탱크' 박지성의 이 같은 왕성한 활동력은 그가 잉글랜드 무대에서 살아남게 하는 원동력이다.
'박지성의 축구화에 페인트를 묻힌다면 경기장에 페인트 자국이 찍히지 않은 곳이 없을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는 그의 에너지를 과장해서 하는 말이지만 굳이 축구화에 페인트를 묻힐 필요는 없다. 그라운드 위 선수들의 활동량을 추적해 실시간 데이터로 만들어내는 컴퓨터 트래킹 시스템(tracking system·추적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지난 6일 아스날과의 UE 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10.687㎞를 달렸다. 가로 105m 규격의 축구장을 50번 이상 왕복한 셈이다. 이는 마이클 캐릭(10.803㎞)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긴 동선이었다. 지난해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선 무려 11.962㎞를 달리며 28명의 출전선수 중 최고를 기록했다. 박지성의 가치를 입증하는 이 추적 시스템은 어떤 원리로 가동되는 것일까.
◆나는 네가 그라운드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각 선수가 뛴 거리와 선수별 패스의 정확도, 시간대 별 선수의 포지션 변화 등을 실시간으로 쉽게 알 수 있었다.
원리는 간단하다. 경기장 높은 곳에 설치된 16개의 카메라가 운동장을 1/16로 나눠 각각의 영상을 잡아내 컴퓨터로 전송한다. 컴퓨터는 16개의 영상을 조합해 하나의 평면에 펼쳐내고, 선수와 공을 점으로 처리한다. 3차원의 실제 경기가 2차원의 컴퓨터 화면에서 점들의 움직임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여러 선수들이 한군데로 뭉쳤다 흩어지는 등 카메라가 선수를 놓치게 되는 경우에는 기술요원들이 수작업으로 이를 보정한다. 추적 과정에서 나온 결과는 모두 수치로 표시된다. 뛰지 않는 선수들은 들킬 수밖에 없다.
◆한국은 아직 걸음마
이 자료는 앞으로 프로축구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 각 데이터는 경기장에 배치된 4명의 기록 요원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산출해 낸다. 일일이 눈으로 센 결과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올해 후반기쯤 K리그도 박지성을 찍는 바로 그 컴퓨터 트래킹 시스템을 본격 도입할 계획이다. 그때가 되면 한국 프로축구에서도 '뛰지 않는 선수'가 숨을 곳이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