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럴까]에이전트에서 구단주까지 '무라드 성공 신화'

  • 등록 2009-01-04 오전 6:58:44

    수정 2009-01-08 오전 10:04:31

[이데일리 SPN 백호 객원기자] 에이전트에서 구단 사장으로, 다시 구단주로. 선수가 아닌 야구 관계자로서는 꿈과 같은 인생 행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스캇 보라스와 함께 양대 슈퍼 에이전트로 꼽혔던 제프 무라드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구단주가 될 전망이다.

AP는 3일(한국시간) 제프 무라드가 애리조나 구단 사장(CEO) 자리를 사임했으며 이미 샌디에이고의 존 무어스 구단주로부터 샌디에이고 구단을 인수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무라드와 무어스가 모두 이 사실을 인정했다. 무라드는 “아직 최종 타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밝혔지만, 그가 애리조나 구단 사장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아 샌디에이고 구단 인수는 확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무라드는 1978년 UCLA를 졸업하고 뒤에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후에 메이저리그 에이전트로서 큰 성공을 거뒀다.

특히 2000년 겨울 매니 라미레스의 10년간 총액 2억달러 계약을 이끌어내, 같은 시기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10년간 총액 2,500만달러 계약을 성사시킨 스캇 보라스와 함께 빅리그 양대 에이전트로서 성가를 올렸다. 무라드는 그 외에도 숀 그린, 에릭 캐로스 등의 고액 연봉자를 고객으로 확보했었다.

그런 그가 2004년에 깜짝 놀랄 변신을 했다. 애리조나 구단 지분의 일부를 매입하면서 애리조나의 CEO로 취임한 것이다. 에이전트 일을 그만 두고 자신의 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에이전트가 구단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매우 이채로운 일이기 때문에, 이 사실은 당시 큰 화제가 되었다. 무라드가 이제 에이전트와 상대를 해야 할 입장에 놓였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끌었다.

무라드가 돈 잘 되는 사업을 버린 건 궁극적으로 메이저리그 구단을 소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애리조나에서는 공식적으로 구단주 역을 할 수 없었다. 우선 에이전트 출신인 무라드에 대해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의 구단주들이 경계와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라드가 가진 애리조나 구단의 지분도 전권을 쥘 수 있을 만큼 충분치는 않았다. 그는 5명의 공동 투자자 중 한 명이었다.

그 뒤 조용하게 살던 무라드가 2009년 신년에 또 한 번 충격파를 던진 것이다. 그는 존 무어스로부터 샌디에이고 구단을 사들이면 자신이 구단의 최대주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직접 구단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향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존 무어스는 부인과의 이혼 소송으로 인해 금전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 따라서 구단 매각은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조만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라드는 애리조나 사장으로 있으면서 충분한 주변의 신뢰를 얻었다. 전직 에이전트라는 타이틀과 무관하게 여느 구단 CEO나 다름없는 태도로 조용히 구단을 이끌었다. 선수나 에이전트와 결탁하지도, 그들과 특별히 척을 지지도 않았다.

무리하게 돈을 풀지도 않았고, 유난히 짠돌이처럼 굴지도 않았다. 애리조나는 지난해 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는 2경기차로 아깝게 지구 우승을 놓쳤다. 메이저리그 타 구단 구단주들이 특별히 무라드의 구단 매입에 반대할 것 같지는 않다. 메이저리그에서 구단을 인수하려면 다른 구단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구단을 상대로 선수를 세일즈하는 에이전트에서, 결국 그 구단의 주인으로까지. 무라드의 성공은 모든 스포츠 에이전트의 신화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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