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선, 신윤복을 만나다..."한계 넘는 일, 재미있지 않나"(인터뷰①)

  • 등록 2008-10-30 오전 7:30:00

    수정 2008-10-30 오전 10:41:11

▲ 배우 김민선(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신윤복을 통해 100% 속풀이 했죠.”

배우 김민선은 영화 ‘미인도’에 모든 것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연을 위해 감독을 직접 찾아가 부탁하기도 했고 출연 결정이 나기도 전에 신윤복의 그림을 보고 싶어 국립중앙박물관 문을 두드리기도 했을 정도다.

◇“칭찬 받으려 한 것 아니라 내 속풀이 위해 한 것”

그만큼 이번 영화를 위해 열성적이었던 김민선은 “신윤복이라는 인물이 김민선을 통해 세상 밖으로 투영될 수 있다는 것이 멋있는 일”이라며 “내가 가진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처음부터 욕심을 냈다”고 ‘미인도’에 매달리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촬영 전부터 촬영이 끝난 후까지도 미술 수업을 꾸준히 받고 있다는 김민선은 “영화 촬영이 끝났음에도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만 봐도 내가 얼마나 영화에 열심히 빠져서 연기했는지 아실 것”이라며 “이걸로 어떤 칭찬을 받아야지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속풀이를 위했던 것이었고 100% 속풀이를 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미인도’ 전에는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는 김민선은 정식 미술 교육은 안 받았지만 미적 감각으로 수상했던 학창시절 이야기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중학교 때 한 신문사 미술대회에서 은상을 받은 일은 있다. 내 그림을 어머니가 모르고 쓰레기통에 버리셔서 그림 가운데 크게 김치 국물이 묻어있었는데 그걸 지우다 도화지에 구멍이 나 화분에 꽃이 들어간 그림으로 형상화해서 제출했다. 그런데 그게 은상에 당선됐더라. 김치 국물 냄새가 배어있는 그림으로 수상했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해서 식구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김민선이 공개한 직접 그린 그림 몇 점은 6개월가량 배운 솜씨라 하기에는 미술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 배우 김민선(사진=한대욱 기자)



◇ “촬영하며 힘들어도 영화 찍는 것이 행복”

자신이 자처한 작품이지만 촬영이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복잡한 내면도 연기해야 하고 사극이기 때문에 힘든 부분도 있었다. 미처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있었다. 김민선은 “남장여자니까 화장을 얇게 했다. 여름에 한창 더울 때였고 그늘이 하나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촬영한 일이 많아 거의 맨 얼굴로 땡볕 아래 서있으니 주름도 늘고 주근깨도 생기더라”며 여배우로서 ‘최상의 모습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민선은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배우가 자기 작품을 못 만나고 카메라에서 벗어나 있는 시간이 훨씬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안다”며 “그보다 힘든 일도 충분히 겪어냈으니 영화를 찍고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데뷔 10년, 주름과 주근깨를 걱정해야 하는 나이가 된 김민선. 그녀는 “서른이 되니까 오히려 편해졌다. 내가 나다워지고 내 자신에게 유연해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좋아하고 늘 보여졌던 내 모습들만 부각시켜 보여준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내 자신에게 관대해진 것 같다. 상황과 역할에 따라 이미지도 변화를 줄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아픔과 행복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니까 그런 것들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게 되더라.”

그런 김민선은 연기관 역시 ‘진심’이었다. 김민선은 “거짓말 하는 것이 몸서리치게 힘들다. 연기는 기술이나 디테일이 아니라 마음에서 끌어내서 마음으로 보여주고 싶다. 진심으로 연기하고 싶다”고 속내를 밝혔다.

김민선은 이어 “어떤 작품이든 다 내 안에서 끌어낸 것들이었고 나도 모르던 내가 작품을 만나면서 세상 밖으로 나왔다. 매 작품이 끊임없는 나와의 싸움이고 내 한계를 뛰어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 것이 치열하고 재미있지 않나”라는 당찬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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