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위에선 '승자' 마누프가 자신의 스태프와 어깨동무를 한 채 빙빙 돌면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지만 관중들은 그 장면을 애써 외면한 채 집으로 가는 발길을 재촉할 뿐이었다. 자국의 '격투기 영웅'이 링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합이 너무 빨리 끝나서 나도 놀랐다."
멜빈 마누프(32, 네덜란드)는 역시 '사람잡는 타격가'다웠다. 15일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열린 '드림4' 미들급 8강 토너먼트에서 마누프는 '일본의 격투기 영웅' 사쿠라바 카즈시(40)를 1라운드 1분 36초 만에 펀치로 KO시켰다.
하지만 승부는 순식간에 갈렸다. 마누프의 오른쪽 하이킥 선제공격에 사쿠라바가 잠시 주춤하자 마누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무섭게 달려들어 상대에게 무차별 펀치를 퍼부었다.
사쿠라바는 상대의 강력한 파운딩 펀치와 니킥 연달아 맞으면서도 악착같이 버텼지만 마누프는 체중이 실린 무시무시한 펀치로 더욱 고삐를 죄어왔다. 결국 심판은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마누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사쿠라바가 방심했는 지 빈틈이 보여서 펀치를 날렸다"며 상대에 신경쓰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가려고 했는데, 맘먹은 대로 경기가 쉽게 풀렸다"고 웃었다.
반면 상대의 무차별 펀치를 맞고 쓰러진 사쿠라바는 손목 위쪽 뼈에 이상이 생겨 인터뷰를 거부한 채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이로써 '드림' 미들급 4강 진출자가 모두 가려졌다. 동양인 선수들이 모두 탈락한 가운데 게가드 무사시, 젤그 갈레시치, 호나우도 자카레, 멜빈 마누프가 9월 23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열리는 '드림' 초대 챔피언을 놓고 격돌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