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이 트레이드를 요청한 이유

  • 등록 2007-12-13 오전 8:08:09

    수정 2007-12-13 오후 1:52:57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홍성흔(32.두산)이 팀을 떠나기로 했다. 두산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선수이기에 더욱 충격적인 일이다. 홍성흔 본인도 "두산 유니폼을 벗는다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결심이 흔들리지 않는다. 두산에 대한 사랑 못지 않게 포수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에게 트레이드를 요청한 이유의 처음과 끝은 모두 "포수를 하고싶기 때문"이다.

그 꿈을 두산에선 이루기 힘든 상황이다. 이미 포수로서 그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은 오래전부터 홍성흔의 포지션 변경을 구상해왔다.

홍성흔은 "솔직히 마음이 흔들린 적도 있지만 난 포수가 좋다. 하지만 두산에선 이제 포수로서 남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감독은 홍성흔에게 포수 마스크를 쓰게 할 생각이 없다. 취임 후 꾸준히 포지션 변경을 구상해 왔다. 지난해에는 언론을 통해서도 공개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자들에게 "포수는 한번 기회를 주면 충분히 뛸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 그래야 대형 포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07시즌 주전 포수로 기용했던 채상병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다.

그렇게되면 홍성흔의 자리가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자연히 포지션 변경을 추진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김 감독은 시즌 중 홍성흔에게 외야수 훈련을 지시한 바 있다. 워낙 갑작스런 일이라 적응에 실패했지만 내년 시즌엔 보다 시간을 갖고 추진됐을 것이다. 홍성흔은 어쩔 수 없이 후배 김진수의 도움을 받아 개인 훈련을 하기도 했다.

홍성흔은 "사람들은 '나중에 힘 좀 떨어지면 포지션 바꿔서 타격을 살리라'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난 포수로서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면 은퇴할 것이다. 그만큼 포수를 사랑한다"며 "두산을 떠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포수를 하고 싶은 내 열정이 그만큼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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