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친구, 야구]게레로와 김병현의 그 시작,'라 플레세아'와 '물수제비'

  • 등록 2007-07-13 오전 9:01:24

    수정 2007-07-13 오후 5:37:20

▲ 김병현 [로이터/뉴시스]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일과 놀이는 한 몸입니다. 굳이 구분을 한다면 일이 먼저였고 놀이가 나중이었습니다. 수 많은 석기시대 유적과 유물이 그것을 증언합니다.

노동이 곧 예술의 기원인 것입니다. 하지만 둘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전위되고 끊임없이 상호작용 했습니다. 놀이가 새로운 일을 만들고, 일이 새로운 놀이를 창 조한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이 복잡해지기 시작하면서 둘은 분화돼 오늘에 이르렀 습니다.

일과 놀이가 불가분이란 것은 스포츠 세계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 야구가 일본 야구를 쫓아가느라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었을 때 일본의 타격 우위는 학생 시절부터 검도를 했기 때문이고, 캐나다 아이스하키가 그렇게 셀 수 밖에 없는 것은 어려서부터 얼음판에서 놀았기 때문이란 이야기도 있습니다.

선수 개인으로 들어가서도 일과 놀이의 연관성은 밀접합니다. 며칠 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서 1위를 차지한 블라디미르 게레로 (LA 에인절스)를 봐도 그렇습니다.

그는 낮은 볼을 유난히 좋아하는 전형적인 파워 히터입니다. 가장 치기 까다롭다는 몸쪽에 바짝 붙는 낮은 볼도 엄청난 배트 스피드로 담장을 넘겨 버리고, 심지어 원 바운드로 들어오는 공도 골프 스윙하듯 날려 보냅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장단점과 성향을 매년 분석해 펴내는 '스카우팅 노트북'에 따르면 그의 지난 시즌 가운데 낮은 공에 대한 타율은 7할대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낮은 공에 대한 그의 가공할 화력이 유년 시절 놀이와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도미니카공화국의 고향 마을에서 매일 밤 늦도록 친구들과 막대기를 들고 원 바운드로 들어오는 공을 때리는 '라 플레세아'라는 놀이를 한 게 지금 '낮은 공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담장 밖으로 넘기는 '무시무시한' 게레로를 탄생시켰다는 분석입니다 .

그렇다면 현재 한국 유일의 메이저리거로 활약하고 있는 김병현(플로리다 말린스)은 어땠나요. 그에겐 촌 아이들의 심심풀이 냇가 ‘물수제비’였습니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한 타자가 '저런 공을 던지는 투수는 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소리를 했을 정도로 선풍을 일으켰던 2000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 그가 직접 들려준 이야기입니 다.

야구 선수가 되기 전 광주 서림초등학교 시절, 김병현은 '물수제비'로 동네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아이였다고 합니다. 특히 동네 앞을 흐르는 광주천에 나가 돌을 한 번 던지면 끝없이 물장구를 일으키며 날아가 거리가 다른 아이들의 3배쯤 됐다고 합니다.

물수제비는 나중에 김병현의 야구 인생에서 크나 큰 전환점이 되기까지 합니다. 충장중 3학년 때 오버핸드에서 지금의 언더핸드로 투구폼을 바꾸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그 누구한테도 언더핸드로 던지는 것을 배워 보지 못한 김병현은 “짱돌 하나는 잘 던졌다( 본인 표현)”는 유년의 기억 하나만을 갖고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결단은 광주일고-성균관대-태극마크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 빅리그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자신의 야구 인생을 화려하게 열어 젖히는 디딤돌이 됐습니다 .

따지고 보면 물수제비와 잠수함 피칭은 아주 흡사하기도 합니다. 옆으로 던지는 것도 비슷할뿐더러 돌과 공을 잡는 그립도 같습니다.

특히 김병현은 주무기 중 하나인 커브를 던지는데 물수제비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다른 투수들처럼 세 손가락(엄지, 검지, 중지)으로 던졌으나 잘 안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엄지와 중지, 두 손가락으로 해 봤는데 마음에 쏙 들었다는 겁니다. 그것이 스승없이 독학한 이 세상에 하나뿐인 'BK 커브'의 기원입니다. 물수제비 시절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응축된 커브인 것입니다.

'라 플레세아'와 '물수제비'.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놀이가 바로 오늘날 게레로와 김병현의 머나먼 출발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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