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효과] 역대급 흥행 성공..마스터스는 무엇이 다른가

마스터스 로고에 열광..브랜드 마케팅 성공
PGA 투어와 LIV 스타들의 '결투장'
수익 지역 사회에 환원..상생 마케팅
  • 등록 2024-04-15 오전 12:00:00

    수정 2024-04-15 오전 12:00:00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문이 열리자 갤러리들이 코스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AFPBBNews)
[오거스타(미국 조지아주)=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끝없이 이어지는 갤러리 행렬, 수백억 원씩 판매되는 기념품, 선수라면 꼭 한 번 참가해 보고 싶어 하는 대회.

매년 4월 열리는 마스터스는 메이저 중의 메이저로 불린다. 지난 1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개막한 제88번째 마스터스는 이번에도 ‘역대급’ 흥행 성공을 거두며 명성을 이어갔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마스터스 24회 연속 컷 통과 신기록을 시작으로 스코티 셰플러, 브라이슨 디섐보 등이 펼치는 우승경쟁이 더해지면서 최고의 볼거리도 선사했다. 마스터스가 변함없이 사랑받으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무엇일까.

골프팬들을 빨아들이는 마스터스 브랜딩

로고 달린 모자 32달러, 티셔츠 95달러, 양말 한 켤레는 18달러. 마스터스 골프샵은 기념품을 사기 위한 팬들로 종일 인산인해를 이룬다. 쇼핑으로 수천 달러씩 쓰는 골퍼가 적지 않고 이렇게 판매되는 기념품만 일주일에 7000만달러에 이른다. 심지어 참가 선수들 가운데도 1만~2만달러씩 돈을 쓰는 ‘빅쇼퍼’가 적지 않다.

골퍼들이 마스터스 기념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철저한 브랜드 마케팅의 성공 덕분이다.

마스터스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티셔츠를 입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자부심이다. 기념품은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 가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 1년에 단 일주일 동안만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해를 거듭할수록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이조차도 모두에게 기회를 허용하지 않는다. 입장객은 하루 5만명 내외로 제한한다. 오고 싶어도 쉽게 올 수 없다. 즉, 지속적으로 충성도를 높이는 마케팅이 성공의 숨은 비결이다.

마스터스는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권위를 인정받는다. 이제는 최고의 메이저 대회라는 타이틀을 넘어 그 자체만으로 브랜드가 됐다.

PGA와 LIV 스타들의 ‘결투장’

마스터스는 ‘스타워즈’ ‘명인열전’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20가지 출전 조건을 충족한 선수만 나올 수 있다. 참가 인원은 100명을 잘 넘지 않는다. US오픈이나 PGA 챔피언십, 디오픈 등 다른 메이저 대회는 150명 이상이 출전한다. 그만큼 선수에게도 출전의 기회가 적다.

스타가 모두 나오는 마스터스는 지난해 대회부터 남자 골프의 양대산맥 PGA 투어와 LIV 골프가 맞붙는 ‘결투장’이 됐다.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아 LIV 골프가 창설된 이후 남자 골프는 양쪽으로 갈라졌다. PGA 투어에서 활동하던 스타들이 대거 이동하면서 반으로 쪼개졌다. PGA 투어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로리 매킬로이, 스코티 셰플러, 잰더 쇼플리, 조던 스피스, 저스틴 토머스, 리키 파울러 같은 스타들이 남아 있지만, LIV 골프에도 존 람, 더스틴 존슨, 브룩스 켑카, 필 미켈슨, 캐머런 스미스, 브라이슨 디섐보 등 쟁쟁한 스타가 많다. 시장은 커졌으나 스타들이 흩어지면서 흥행 요소가 분산되는 역효과도 나오고 있다.

마스터스는 이들이 한 무대에서 만나 대결하는 시즌 첫 번째 대회가 됐다. 팬들에겐 양쪽으로 갈라진 투어 대표 선수들이 모두 나오는 대회라는 점에서 또 다른 볼거리가 생긴 셈이다.

작년 대회에선 PGA를 대표하는 존 람과 LIV의 대표주자 브룩스 켑카가 마지막 날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다. 올해도 개막 초반부터 LIV 소속 디섐보와 PGA 투어를 대표하는 셰플러가 우승 경쟁에 뛰어들면서 자연스레 양대 투어의 기 싸움으로 시작했다. 마치 유럽 축구와 남미 축구 대표팀이 최강의 자리를 놓고 대결하는 것처럼 마스터스가 남자 골프의 양대 투어가 최강자를 가리는 결투장이 되면서 하나의 흥행요소가 더 추가됐다.

지역과 함께 하는 상생 마케팅

오거스타 주민은 마스터스의 개막을 손꼽아 기다린다. 1년 중 2주 동안 3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연중 가장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적지 않은 수입도 올리기 때문이다.

마스터스가 지역 주민들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수익 중 일부를 지역에 환원하는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지난해 약 8km 떨어진 골프장을 인수해 시립 골프장으로 변경하고 이를 골프장에서 일하는 전문 인력 교육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밝혔다. 현재는 코스 개보수 작업을 진행하며 계획안을 실행 중이다. 여기에 올해는 대회 개막에 앞서 오거스타 기술대학과 파트너십을 통한 지원, 주니어 골프 후원 계획 등을 추가로 밝혔다. 투자 규모에 대해선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았으나 지역 주민들은 이런 정책을 반가워한다.

‘마스터스 위크(마스터스가 열리는 대회 기간)’ 동안 적지 않은 부수입도 올린다. 골프장 클럽하우스나 기념품 판매장에서 일하면 시간당 최소 14달러 이상을 받고 마스터스 로고가 새겨진 모자와 티셔츠, 재킷 등을 기념품으로 받는다. 게다가 입장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마스터스 경기 관전은 덤이다.

오거스타 내셔널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한 주민은 “큰돈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큰 자랑거리가 생기는 셈”이라며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라고 말했다.

인근 호텔과 규모가 작은 모텔, 식당, 술집, 마트, 골프장 등도 특수를 누린다. 호텔과 모텔은 빈방을 찾기가 어렵고, 식당과 술집은 항상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구글맵 등에 소개됐거나 평점이 높은 식당은 예약하지 않으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곳도 있고, 오거스타 내셔널 주변의 골프장도 예약을 잡는 게 쉽지 않다.

지역 주민의 가장 큰 부수입은 주택 임대다. 오거스타 내셔널 인근의 가정집을 1~2주일 동안 임대하는 비용은 최소 1만 달러 이상이다. 규모가 큰 집은 3~4만달러에 이르기도 한다.

골프장에서 30~40분 거리에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에이켄과 그래닛빌 등 지역의 집도 최소 3000달러 이상 줘야 빌릴 수 있고, 거리가 멀어도 규모가 있거나 새집인 경우엔 1만달러에 육박하기도 한다.

주로 선수와 후원사, 대회 관계자, 골프팬, 전 세계에서 몰려온 취재진 등이 집을 임대해 사용한다.

마스터스 위크 기간 집을 임대하는 주민을 위한 혜택도 있다. ‘오거스타 규칙(Augusta Rule)’이라는 특별법을 적용받아 임대 수익에 대한 면세 혜택을 준다. 이 혜택에 따라 집주인은 1년에 14일간 집을 임대하는 것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 규정은 오거스타 지역에서 처음 시행됐으며 현재는 미국 내 거의 모든 도시에서 적용하고 있다. 다른 프로골프대회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제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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