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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과 간신히 무승부를 거둔 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 말이다.
64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 탈환을 노리는 한국 축구가 ‘복병’ 요르단을 상대로 쓰디쓴 예방주사를 맞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2-2로 비겼다.
한국은 전반 9분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먼저 앞섰다. 하지만 이후 동점골과 역전골을 내주면서 1-2로 끌려갔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까지 총력전을 펼친 끝에 상대 자책골로 힘겹게 패배를 면했다.
이날 무승부로 한국은 요르단과 나란히 1승 1무(승점 4)를 기록했지만 득실 차(요르단 +4, 한국 +2)에서 밀려 조 2위를 유지했다.
최악의 위기관리…수비 조직력 재검검해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64계단이나 아레인 요르단(87위)을 상대로 낙승이 예상됐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불안한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한국은 지난 15일 바레인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동점골을 내주면서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이날 요르단전에서도 선제골 이후 동점골을 내주는 패턴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고전을 자초했다.
한국은 전반전 동안 코너킥 숫자에서 요르단에 1-5로 밀렸고 슈팅은 8-8로 같았다. 요르단을 전혀 압도하지 못한 전반전이었다.
그나마 후반전에 오른쪽 풀백 김태환(전북)을 비롯해 홍현석(헨트), 오현규(셀틱),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 젊은 선수들이 잇달아 들어가면서 경기 흐름이 바뀌었지만,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팬들 사이에선 클린스만 감독의 선수기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수비를 책임지는 선수들의 부진이 눈에 띄었다. 왼쪽 풀백 이기제(수원)와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알아인)는 1차전에 이어 2차전도 후반전에 일찍 교체됐다.
1차전을 마친 뒤 “옐로카드를 받았기 때문에 일찍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한 클린스만 감독은 2차전을 마친 뒤 이들의 부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플랜A는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선수마다 컨디션과 리듬을 찾는 것이 다르다”고 에둘러 아쉬움을 표현했다.
클린스만 감독으로선 향후 주전 멤버의 변화를 깊이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표팀은 바레인과 1차전에서 손흥민을 비롯해 박용우, 이기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조규성(미트윌란) 등 5명이 경고를 받았다.
요르단전은 ‘카드 세탁’이 절실했다.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면 경고가 있는 선수들이 의도적으로 옐로카드를 받는 것이 가능했다. 경고가 누적되면 오는 25일 말레이시아와 3차전에는 나설 수 없지만 16강전은 깔끔한 상태로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런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카드 세탁’ 전략은 완전히 실패했다. 오히려 요르단전에서 오현규(셀틱)와 황인범(즈베즈다)이 새롭게 옐로카드를 받았다. 경고 부담을 떠안은 선수가 7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이들 7명은 말레이시아전에서 또다시 옐로카드를 받으면 경고 누적으로 16강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이번 대회에서 경고 기록은 8강까지 유지된다. 4강에 올라가야 경고가 초기화된다.
손흥민, 김민재, 황인범 등 핵심 선수들이 8강전이나 4강전에 출전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클린스만 감독에게 ‘카드 리스크 관리’가 더 큰 숙제로 남게 됐다.
주장 손흥민은 “오늘은 이기지 못했지만 승리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어떤 팀이든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오늘 경기는 이미 손을 떠났고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