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3.0 시대]②"전 세계 뻗은 K팝 영향력, 다양성 껴안고 성장해야"

'한류 1세대' 윤등룡 DR뮤직 대표 인터뷰
베이비복스 이끌며 'K팝 글로벌화' 가능성 체감
전원 외국인 '블랙스완' 통해 초국적 그룹 도전
  • 등록 2023-12-21 오전 6:00:01

    수정 2023-12-21 오전 6:00:01

윤등룡 DR뮤직 대표(사진=DR뮤직)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K팝은 다양한 문화를 담는 큰 그릇이 되어야 할 때입니다.”

멤버 전원이 해외 국적자로 구성된 걸그룹 블랙스완의 소속사 DR뮤직 윤등룡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초국적 그룹들의 활약이 K팝의 팝 시장 안착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역설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대표는 1989년 DR뮤직을 설립한 이후 30년 넘게 업계에 몸담은 베테랑 제작자다. K팝의 해외 시장 개척 선구자로 정평 난 인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큰 인기를 끈 ‘한류 1세대’ 걸그룹 베이비복스를 키워낸 바 있다. 윤 대표는 베이비복스를 이끌며 중국을 비롯해 캄보디아, 몽골, 쿠웨이트, 카자흐스탄, 미얀마 등 다양한 지역을 한발 앞서 누비며 ‘K팝 첨병’ 역할을 했다.

흐름을 선도하는 역할도 컸다. 영미권 공략을 위해 미국 음악 프로듀서들과 협업은 물론 외국 국적자를 멤버로 선발하는 등 장벽을 허무는 움직임이 발 빨랐다. 2015년에는 가요계 최초로 미국 출신 흑인 멤버 알렉산드라를 걸그룹 라니아의 새 멤버로 영입해 화제를 모았다. 블랙스완은 초기엔 한국 멤버와 해외 국적 멤버가 섞인 ‘K팝 2.0’ 모델로 데뷔했다. 그러다가 1년 전에 멤버 4명을 모두 외국 국적자로 교체했다. K팝 최초의 인도 출신인 스리야를 비롯해 미국, 벨기에, 브라질·독일 출신 멤버가 각각 1명씩 있다.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과감히 ‘K팝 3.0’ 모델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윤 대표는 “한국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1990년대 말이었다. 당시 베이비복스를 키워내면서 K팝의 글로벌화 가능성을 체감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미친 거 아니냐’는 말을 귀에 박히도록 들었다”며 “요즘은 다양한 국적 멤버들이 속한 초국적 그룹이 늘어나는 현상을 지켜보면서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스완(사진=DR뮤직)
윤 대표는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CCO,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도 인연이 깊다. 두 사람 모두 작곡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절 베이비복스의 곡을 쓴 바 있다. 박 CCO는 2000년대 중반 윤 대표에게 JYP 아티스트들의 해외 프로모션을 맡기기도 했다. 윤 대표는 두 사람에 대해 “제작 분야에선 제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저에게 해외 시장 공략에 대한 자문을 구하곤 했다”면서 “하이브와 JYP가 계속 성과를 내준다면 초국적 그룹 제작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표는 K팝의 영향력이 전 세계로 뻗은 지금이 초국적 그룹들이 활약할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로컬 음악이 특정 수준 이상으로 커지면 현지에서 거부 반응이 나오기 마련”이라면서 “이젠 K팝이 다양한 문화 담는 큰 그릇이 되어야 할 때다. 글로벌을 껴안으며 문화 강국다운 다양성 보여주어야 한다. 인구절벽, 다문화 인구 증가와 같은 흐름과도 맞닿아 있는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가 제작한 블랙스완은 지난달 미국 서부 4개 도시에서 펼친 팬미팅 투어를 성황리에 마치며 현지 인기를 입증했다. 국내 활동과 한국어 신곡 발표도 꾸준하다. 최근엔 경남 거창군이 제작을 지원한 웹드라마 ‘김치, Kimchi’에도 출연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표는 “블랙스완을 통해 한국이 문화적 차별이 없는 국가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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