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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4년 만에 한국 선수 신인상을 수상한 유해란(22)에게는 영광도 잠시였다. 지난달 귀국한 그는 다음날 바로 연습장을 찾아 내년 시즌을 대비했다.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가진 유해란은 “선수도 스윙이 계속 바뀐다. 옆에서 지켜봐 주는 사람이 없으면 혼자 문제점을 파악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코치님과 계속 연락하긴 했지만 실제 만나서 코칭을 받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래서 코치님을 만나 연습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대면 훈련의 효과는 유해란이 이전에도 경험했던 일이다. 유해란은 L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하기 직전인 9월 한국에 들어와 염동훈 코치로부터 집중적인 레슨을 받았다. 경기력에 안정을 찾은 후 10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유해란은 LPGA 투어 데뷔 초반에는 상위권에도 여러 차례 오르며 순조롭게 적응하는 듯했으나, 6~8월에는 컷 탈락이 종종 나오면서 부진한 시기를 맞기도 했다. 그는 “초반에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마인드로 LPGA 투어에 뛰어들었다. 스포츠는 뭘 모를 때 오히려 성적이 잘 나온다고 하는데, 그때가 그런 시기였다. 중반이 되고 투어에 적응하면서 더 어려워졌다. 그때 많은 걸 고쳐나갔다. 캐디를 교체했고, 샷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한국에 들어와서 코치님을 만났다. 그렇게 후반기에는 우승까지 나오고 만족스러운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해란은 지난해 말 LPGA 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를 수석으로 통과했고, 루키 시즌이었던 올해 첫 우승과 신인상까지 일궈냈다. 한국 선수가 LPGA 투어 신인상을 받은 건 박세리(1998년), 김미현(1999년), 신지애(2009년), 유소연(2012년), 박성현(2017년), 고진영(2018년) 등에 이어 유해란이 14번째다. 데뷔 후에도 신인 중 가장 꾸준한 성적을 수확했다. 신인상 랭킹 1위를 거의 놓치지 않았고 상금 랭킹 15위(155만5010 달러·약 20억5000만원)에 올랐다. 그린 적중률 4위(75.36%), 최다 버디 2위(333개) 등 각종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했다.
그는 자신을 깊이 생각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즉흥적인 성격이라고 소개했다. 유해란은 “LPGA 투어 진출도 즉흥적인 성향 덕분에 이룬 것”이라며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면 무조건 부딪히는 성격이다. 작년에 갑자기 Q 시리즈를 보자는 생각이 들어 응시했다. 따지는 게 많았다면 절대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긍정적인 성격은 LPGA 투어에 더 빠르게 적응한 요인이 됐다. 유해란은 “동선이 긴 것 말고는 의외로 미국 투어 생활이 재밌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즐겁고 새로운 도시에 가는 것도 궁금증이 생긴다”고 말했다. 유해란은 대회장에 가면 그 도시의 관광지를 방문해 기분을 전환시킨다. 올해 뉴욕에 갔을 때는 자유의 여신상을 찾았고, 영국 대회 때는 해리 포터 스튜디오도 놀러 갔다. 화제성 면에서 가장 강력한 신인상 대항마였던 슈퍼 루키 로즈 장(미국)과도 친구가 됐다. 그의 긍정적인 성격 덕분이다.
유해란은 국내에 머물다가 내년 1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18~21일),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25~28일)에 출전한 뒤 2월 베트남으로 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비거리 증가를 위해 오른발 등 하체를 더 사용하고, 불필요한 상체 움직임을 줄이는 훈련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린 주변 쇼트게임 연습도 필수다.
유해란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첫 우승을 한 2019년부터 올해까지 한 해에 최소 1승씩은 했다. 이 공식을 오래 유지하고 싶어서 내년에도 우승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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