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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시즌 2승을 달성한 고진영은 작년 11월 내줬던 세계랭킹 1위를 탈환하면서 손목 부상으로 잠시 부진했던 모습을 완전히 떨쳐냈다. 특히 이번 시즌 상반기에만 2승을 거둔 고진영은 평균타수 1위와 올해의 선수 그리고 상금 2위로 올라서 2019년 이후 4년 만에 트리플 크라운(올해의 선수, 상금, 평균타수 각 1위) 탈환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완벽한 부활에 성공했으나 고진영에겐 아직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남아 있었다. 자신이 만족할 경기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겨울 가다듬은 스윙 중 일부가 흐트러진 느낌이 들자 한국에 있는 이시우 스윙코치를 미국으로 긴급 호출했다.
주어진 기간은 길지 않았다. 파운더스컵 이후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에 출전하지 않고 휴식에 들어간 고진영은 오는 6월 1일 개막하는 미즈호 아메리카 오픈에 참가한다. 그 뒤 숍라이트 클래식까지 치른 다음 짧은 휴식 뒤 8월까지 이어지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 에비앙 챔피언십 그리고 AIG 여자오픈까지 4개의 메이저 대회에 모두 나설 예정이다.
이 코치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고진영은 스윙코치를 만나자마자 곧바로 훈련에 돌입, 일주일 동안 강도 높게 훈련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고진영이 거주하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트리니티 골프클럽에 훈련 캠프를 차려 놓고 매일 땀을 흘리고 또 흘렸다.
훈련을 마치고 26일 귀국한 이시우 스윙코치는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3월 HSBC 월드 챔피언십 우승 때까지만 해도 전지훈련을 끝낸 지 얼마 안 돼 볼 컨택이 잘 됐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샷을 잘했는데 경기를 거듭할수록 컨택이 잘 안되면서 일부 컷샷 같은 실수가 나왔고 특히 웨지샷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었다”며 “그것 때문에 파운더스컵에서는 경기 내내 파5 홀에서 버디를 만들어 내지 못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번 훈련을 통해 그 두 가지를 바로 잡고 교정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상반기에만 2승이라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거뒀으나 남은 시즌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준비인 셈이다.
이 코치는 “고진영 선수가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했지만, 100% 만족할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매우 아쉬워했다”며 “특히 다가올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파5 홀에서 버디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떨어진 볼 컨택 기술과 웨지샷의 정교함을 가다듬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5년 이상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고진영은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성적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본인이 만족할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해 손목 부상으로 성적이 부진했을 때도 성적이 나빠서가 아니라 본인의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고진영은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던 만큼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잠시도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게 이시우 스윙코치의 설명이다.
이 코치와의 훈련 뒤 SNS에 글을 올린 고진영은 “약 3개월 동안 혼자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 다르게 스윙 패턴이 잡혀 있었다”며 “2~3일 정도 신체적인 고통이 따를 정도로 연습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고 그립을 잡을 때마다 ‘악’ 소리가 났지만, 미국까지 먼 길을 온 프로님과 원하는 스윙을 만들기 위해 참고 연습했다”고 이번 훈련 결과를 정리했다.
이어 “2023시즌 8개 대회를 했고 아직 많은 대회가 남았다”며 “또다시 경쟁의 삶 속에 뛰어들어야 한다. (중간생략) 한결같이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행복한 소식을 들려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LPGA 투어는 6월부터 8월 초까지 2~3주 간격으로 4개의 메이저 대회가 열린다. LPGA 투어 통산 15승을 올린 고진영은 2019년 ANA인스퍼레이션(현 셰브론 챔피언십)과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메이저 우승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고진영이 2승에 만족하지 않고 땀 흘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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