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리메이크? 가요계의 이유 있는 리메이크 음원 사랑

새해에만 리메이크 음원 10곡 이상 등장
최신 차트 톱10 중 절반 가까이 차지
일각 피로감 호소에도 꾸준한 수요 이어져
음원 제작사-가창자 ‘윈 윈’ 가능 구조
발라드 음원 시장 주도 흐름 이어질 듯
  • 등록 2023-01-26 오전 5:30:00

    수정 2023-01-26 오전 5:30:00

최유리 ‘그대 행복에 살텐데’
김연지 ‘가슴으로 운다’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리메이크 음원 제작이 일시적 열풍을 넘어 가요계 발라드 시장을 움직이는 추세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돌 시장과 달리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기 어려운 발라드 시장의 특성상 저비용 고효율이자 윈-윈(win-win) 전략으로 꼽히는 리메이크 음원 제작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최근 한 달간 발매된 리메이크 음원만 10곡이 넘는다. 신예영 ‘마지막 사랑’(1999, 박기영), 최유리 ‘그대 행복에 살텐데’(2002, 리즈) 등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인기를 끌었던 ‘Y2K 감성’ 곡들과 김연지 ‘가슴으로 운다’(2011, 제이세라·디셈버), 소향 ‘헬로’(2011, 허각) 등 ‘싸이월드 감성’을 품은 통하는 2010년대 초 발표된 곡들을 재해석한 곡이 절대다수다.

새롭게 등장한 리메이크 음원들 대부분이 차트에서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의 23일자 일간 차트를 살펴보면 신예영 ‘마지막 사랑’, 최유리 ‘그대 행복에 살텐데’, 양다일 ‘사랑해도 될까요’(2001, 유리상자), 김연지 ‘가슴으로 운다’ 등 4곡이 톱100 순위권에 안착해 있다. 이 곡들은 멜론 최신 발매 차트(발매 4주 내)에선 톱10 진입까지 성공했다. 최신 발매 차트 톱10 중 절반가량 리메이크 음원이라는 점이 눈길을 모은다.

리메이크 음원이 쉼 없이 쏟아지자 일각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지만 최근 발매된 곡들의 차트 성적은 리메이크 음원을 소비하는 수요층이 여전히 탄탄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발라드, 미디엄템포 계열 리메이크 음원의 인기과 제작 열기가 계속되면서 차트를 강타했던 히트곡들뿐만 아니라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곡들까지 리메이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발매된 리메이크 곡들의 제작 주체가 대부분 가창을 맡은 가수의 기획사가 아닌 음원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전문 음원 제작사들이란 점도 눈에 띈다. 신구 세대의 취향을 모두 저격할 추억의 곡을 선별하는 음원 제작사들의 선구안과 마케팅 전략이 향상돼 리메이크 음원들이 차트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차트에 진입한 인기곡 중 최유리 ‘그대 행복에 살텐데’는 미스터리프랜즈스튜디오가 진행하는 ‘일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아티스트의 18번, 대중의 18번을 리메이크한다’는 콘셉트의 음원 프로젝트다. 양다일 ‘사랑해도 될까요’와 김연지 ‘가슴으로 운다’는 SNS 이용자들이 의견을 반영해 가창자를 택하는 방식의 음원 프로젝트인 ‘방구석 캐스팅’을 진행하는 바이포엠스튜디오가 제작했다.

신예영 ‘마지막 사랑’
기태 ‘그대가 내 안에 박혔다’
음반을 구매해주는 든든한 팬덤이 존재하는 아이돌 가수들과 달리 음원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발라드, 미디엄템포 계열 가수들에게는 한 곡을 담은 싱글을 제작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일이다. 곡비, 녹음실비, 세션비, 믹싱·마스터링비 등을 포함해 한 곡을 제작하는 데에만 약 500~10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반면 음원 제작사 주도 리메이크 음원 프로젝트에 가창자로 참여하면 한 곡을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큼의 가창료를 받을 수 있고, 계약에 따라 음원 수익도 일부 나눠가질 수 있다. 가수들이 자신의 신보 제작만큼이나 리메이크 음원 프로젝트에 열성적인 이유다.

음원 제작사들도 아티스트 IP를 확보하지 않고도 ‘음원 파워’를 갖춘 아티스트가 참여한 음원을 제작해 저비용 고효율로 히트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리메이크 음원 제작은 매력적인 카드다. 뿐만 아니라 리메이크 음원은 원곡 작곡가들에게도 음원 수익이 돌아가는 구조라 리메이크 승인 또한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다.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길인 만큼 올해도 리메이크 음원 제작이 활발하게 이뤄져 발라드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관측이다. 비교적 최근 발표곡인 2010년대 후반 곡들까지 리메이크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도 또 하나의 주목 포인트다. 순순희 멤버 기태는 황치열의 2018년 발표곡 ‘그대가 내 안에 박혔다’를 재해석한 음원을 지난 23일 공개했다. 2월 3일에는 어쿠루브의 2018년 ‘헤어지던 밤’의 보라미유 가창 버전이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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