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학폭 논란' 이재영 복귀, 진정한 사과 및 합의가 먼저

  • 등록 2022-10-20 오전 2:36:25

    수정 2022-10-20 오전 7:06:03

19일 오후 2022~23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가 열리는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 앞에 학창 시절 폭력 논란을 빚은 이재영의 영입을 검토 중인 페퍼저축은행을 규탄하는 트럭시위가 벌어졌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개막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가 돼야 할 프로배구 V리그가 ‘이재영 복귀 논란’으로 어수선하다. 여자 프로배구단을 운영하는 페퍼저축은행이 이재영 측과 두 차례 면담을 갖고 입단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는 보도가 지난 18일 나오면서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이재영을) 만난 건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영입을 결정한 단계는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얇은 선수층의 한계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설상가상으로 주공격수 하혜진마저 대표팀에 차출됐다가 부상을 당했다. 전력 보강이 절실한팀 사정을 이유로 이재영 영입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규정만 놓고 보면 이재영이 V리그에서 뛰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이재영의 전 소속팀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재영과 쌍둥이 동생 이다영의 잔여계약을 포기했다. V리그 기준으로 이재영은 자유계약 신분이다. 이번 시즌 4라운드 시작일인 내년 1월 4일 전까지 선수로 등록하면 코트에 나설 수 있다. 이재영이 받은 징계는 대한배구협회가 내린 국가대표 자격 무기한 금지뿐이다.

학폭 논란은 지난해 한국 스포츠계를 크게 뒤흔들었다. 이재영-다영 자매를 시작으로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그렇다고 학폭 논란에 연루된 선수들이 모두 경기에 못 나오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와 원만한 합의를 보거나 사법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전자는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송명근이다. 송명근은 피해자의 학폭 피해 폭로 이후 수차례 피해자와 피해자 어머니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했고 결국 용서를 받았다. 현재 군복무 중인 송명근은 내년 1월 전역과 동시에 V리그 경기에 나설 수 있다.

후자는 현대캐피탈 박상하다. 당시 삼성화재 소속이었던 박상하는 학폭 의혹이 불거진 뒤 배구판을 떠났다가 이후 경찰 조사를 통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 잡고 누명을 벗었다. 지금은 현대캐피탈로 이적해 문제없이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송명근, 박상하를 향한 불편한 시각도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두 선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 노력했다. 도의적 책임은 스스로 안고 가야겠지만 코트로 돌아올 명분은 마련했다.

반면 이재영은 피해자와 합의도, 법적인 해결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반성 의지도 찾기 어렵다. 피해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국내 활동이 어렵게 되자 대한배구협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해외 진출을 추진했다.

해외로 떠나기 전 방송사 인터뷰에선 “자필 사과문은 구단 측이 글귀를 써 주면서 강요한 것”이라며 사과가 진심이 아님을 인정했다. 폭력 논란에 대해서도 “말을 안듣고 기합을 안 넣었을 때 꿀밤 때리고 입 한번 툭 때리고 배를 한번 꼬집었을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터뷰 말미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면서 “왜곡에 휘둘리지 말고 수사를 끝까지 지켜봐 달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영의 학폭 논란과 관련해 상황이 진전된 것은 하나도 없다. 지금까지 태도를 볼 때 뒤늦은 사과나 합의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이재영이 한 말처럼 법적 절차가 끝나길 기다려야 한다. 이재영을 받아들여야 할 배구계와 합의도 필요하다. 이재영을 품에 안을 팀은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구단 이미지 손상 및 팬들의 반발을 각오해야 한다. 최소한 그런 다음에야 코트 복귀를 추진하는 것이 옳다. 지금은 시기상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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