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빅매치 불구 천만영화 실종
올여름 영화시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처음 맞는 성수기로 지난 5월 개봉해 1269만명을 동원한 ‘범죄도시2’에 이어 또 한 편의 천만영화 탄생이 기대됐다.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0억~300억원대 제작비를 들인 대작 영화들이 네 편이나 개봉을 했지만 관객 수를 크게 늘리지 못했다.
8월 31일 기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7~8월(7월1일~8월30일) 관객 수는 총 3097만명으로 전년 동기(1488만명) 대비 108% 늘었으나,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4670만명) 대비 66% 수준에 그치며 아쉬운 성적을 냈다.
지난 7월20일 ‘외계+인’ 1부를 시작으로 7월27일 ‘한산:용의 출현’(이하 ‘한산’), 8월3일 ‘비상선언’, 8월10일 ‘헌트’까지 개봉했으나 여름 성수기가 막바지로 접어든 현재, 대박을 친 작품이 보이지 않는다. 네 영화는 유명 감독과 호화 출연진을 내세워 대목 장사를 노렸으나 ‘한산’만 704만명을 모으며 손익분기점(600만명)을 넘겼다. ‘헌트’가 380만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지만 손익분기점인 420만명까지는 뒷심을 좀 더 내야 하는 상황이다, ‘비상선언’과 ‘외계+인’ 1부는 각각 204만명과 153만명을 모으고 멈췄다.
그런 시장 상황에서도 ‘공조2’와 ‘정직한 후보2’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는 두 영화가 올해 극장가 흥행공식의 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올해 흥행 톱5에 든 영화는 ‘헌트’를 제외하고 ‘범죄도시2’(이하 누적관객 1269만명) ‘탑건:매버릭’(797만명) ‘한산’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588만명)로 전부 속편 영화다. 전편에서 검증된 세계관과 캐릭터를 가진 영화들이 관객들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속편 강세는 ‘한산’의 700만 관객 돌파로 여름 시장에서도 증명됐다.
‘공조2’는 2017년 남북 공조 수사라는 참신한 소재를 액션과 코미디로 버무려내 781만 관객의 선택을 받은 ‘공조’의 속편이다. ‘정직한 후보2’는 코로나19 불안감이 고조됐던 2020년 2월 개봉했으나 150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진실만 말하는 정치인이라는 설정이 현실 풍자와 더불어 큰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최근 관객들이 영화를 깐깐하게 선택하는 점도 흥행작의 속편인 이들 영화에 이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관객들이 입소문과 평가 등을 꼼꼼히 따져가며 영화를 선택하는 경향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영화 관람료가 인상된 데다 물가상승이 겹치며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비싸진 관람료…깐깐해진 관객
입소문의 영향력이 커지는 배경이다. 호불호가 엇갈리는 것만으로도 선택을 꺼리는 분위기가 됐다. ‘비상선언’과 ‘외계+인’ 1부가 그 예다. 두 영화는 개봉 전 열린 시사회에서 영화를 먼저 관람한 오피니언 리더들에 의해 평가가 갈렸다. ‘비상선언’은 비행기 내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테러라는 시의적인 소재로 호기심을 모았으나 초반부의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후반부의 신파적 요소가 공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외계+인’ 1부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도술과 SF를 결합한 세계관의 스토리에 대해 참신하다는 의견과 산만하다는 의견으로 엇갈렸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입소문이 관객의 선택에 점점 더 중요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티켓가격 인상과 영화 한 편 관람 가격으로 OTT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환경이 관객의 선택을 신중하게 만드는 것 같다 ”고 설명했다.
‘정직한 후보2’를 홍보하는 김종애 플래닛 대표는 “‘범죄도시2’가 ‘형만한 아우 없다’는 편견을 깨면서 최근 프랜차이즈 영화들을 새롭게 주목하는 분위기”라며 “돈 아까운 영화를 보고 싶지 않은 심리가 모험보다 안전한 재미를 추구하게 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