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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64)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이 KBO리그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프로야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1982년 출범한 KBO리그의 원년 멤버다. 그가 삼성 라이온즈와 MBC 청룡의 첫 경기에서 기록한 1호 안타·타점·홈런은 불변의 역사로 남았다. 올해 출범 40주년을 맞은 프로야구는 그에게도 감회가 남다르다. 이 이사장은 최근 인천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제 휴대폰 하나만 갖고 있어도 온 세상을 다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야구만큼 재밌는 볼거리가 없던 시대였다”고 회상했다.
이 이사장은 현역 시절 포수 골든글러브 5회 수상에 빛나는 최고의 슈퍼스타였다. 은퇴 후에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코치로 선진 야구를 경험한 뒤 SK 와이번스(현재 SSG) 감독을 맡아 지도자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현장을 떠나서도 ‘야인’ 이만수의 야구는 끝나지 않았다. 2016년 자신의 별명을 딴 헐크파운데이션의 이름으로 재능기부 및 자원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국내는 물론 라오스, 베트남 등 해외도 주요 무대다.
그는 52년의 야구 인생을 통해 “야구는 나의 천직이고, 야구로 할 수 있었던 모든 일을 통해 굉장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국야구의 미래를 고민하는 목소리는 더 진지했다. 이 이사장은 “초창기 멤버들에게 야구는 전쟁이었다.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목숨 바치듯 했다”며 “이런 순수함으로 되돌아가서 선수들이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면 그게 곧 팬 서비스가 된다”고 내다봤다. 음주·도박 등 리그에 반복됐던 사건·사고가 인기 하락의 원인이라는 시선에는 “결국 후배들이 본받을 만한 선배들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이 이사장은 이를 선수단만의 문제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리그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선수단-프런트-언론’이 세 축의 톱니바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KBO리그가 앞으로 40년 이상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두가 ‘프로페셔널’이 돼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빠진다면 전부 생존할 수 없다”며 “할아버지와 손자, 즉 3대를 걸쳐 야구장을 찾으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이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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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면에서 인프라 구축이 안 돼 있던 시대였다. 야구장 시설, 운동 장비, 생활 환경, 연봉 등 모든 게 상상을 초월한다. 화가 나면 술 취한 사람들이 철조망을 타고 들어오고 쓰레기를 던지며 분풀이를 했다. 기록의 개념이 없던 때라 개막전 1호 기록을 썼던 볼조차 챙기지 않았다. 그래도 과거를 되돌아 보면 그 당시가 더 재밌었다. 그만큼 순수하게 야구를 했기 때문이다. 몸이 안 좋아서 경기에 안 나가는 건 상상을 못하던 시절이었다.
-현재와는 훈련 환경도 많이 달랐을 텐데.
-당시 KBO리그 인기 원인은 무엇인가.
△고교 야구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시절에 선수들이 그대로 프로로 올라왔기 때문에 팬들에게 쉽게 각인됐던 것 같다. 지역 연고도 더 강했다. 예전에는 대구의 삼성 라이온즈와 광주의 해태 타이거즈(현 KIA)가 경기를 한다고 하면 한국시리즈보다 더 치열한 분위기가 있었다. 무엇보다 볼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 사람들이 유일하게 스트레스 풀 수 있는 곳이 야구장이었다.
-최근 프로야구 인기는 하락세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대가 바뀌었다. 이젠 재밌는 게 너무 많아져서 야구를 꼭 볼 필요가 없어졌다. 정신 차려야 한다. 눈에 보이는 쇼로 센세이션을 일으켜도 과거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졌던 팬들은 한 번에 돌아오지 않는다. 무언가 새로운 걸 하는 것보다는 선수단, 프런트, 언론이 프로 의식을 갖고 상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팬 퍼스트’라는 게 특별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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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할 말이 없다. ‘내 얼굴에 침 뱉기’일 뿐이다. 예전에도 사고 친 사람들은 많았지만, 미디어가 별로 없는 시대였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결국 후배들이 보고 자란 게 그런 거라서 아니겠나. 그래서 나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내가 하는 걸 보고 후배 한 명이라도 따라왔으면 하는 목적 하나로 기부를 시작했다.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다른 부분이 있나.
-향후 40년 리그는 어떻게 발전해야 하나.
△미국에 10년 동안 있으면서 팬을 확보하기 위한 선수단, 프런트, 언론의 노력을 체감했다. 팬이 없으면 내가 아무리 잘해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어떤 분야에서든 오래가려면 구성원들이 프로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팬을 확보하기 위한 MLB의 방안 중 우리가 적용할 만한 게 있다면.
△미국에서는 할아버지가 아들의 손을, 아들이 그 아들의 손을 잡고 야구장을 찾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연결되는 것이다. 구단은 경기 시작 전 과거 스타들의 인터뷰나 플레이 등을 전광판에 틀어주며 3대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걸 벤치마킹하려면 프런트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MLB가 어떻게 100년이 넘도록 인기를 누릴 수 있었는지를 현지에서 충분히 머무르며 배울 기회가 제공됐으면 한다.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은…
△1958년 강원 철원 출생 △대구중앙초 △대구중 △대구상고 △한양대 체육학과 △삼성 라이온즈 창단 멤버 △킹스턴 인디언스 타격코치 △샬럿 나이츠 1루 작전코치 △시카고 화이트삭스 불펜포수코치 △SK 와이번스 1군 수석코치·2군 감독·감독대행·감독 △육군사관학교 총감독 △라오 J 브라더스 구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