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년 동안 '금녀'의 구역이었던 뮤어필드[골프의 성지를 가다②]

1744년 개장, 디오픈 13차례 유치한 명문 코스
전형적인 회원제, 남성 중심 골프장으로 유명
273년 동안 '금녀' 고수하다 디오픈 코스서 배제
2019년 회원 투표 통해 여성 회원 받기로 변경
오는 8월 4일 여자 메이저 AIG 오픈 개막
  • 등록 2022-07-12 오전 12:01:00

    수정 2022-07-12 오전 12:01:00

뮤어필드의 클럽하우스 전경. (사진=주영로 기자)
[노스베릭(스코틀랜드)=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뮤어필드는 1892년 이래 16차례나 디오픈을 개최한 손꼽히는 명문 골프장이다. 골프의 성지로 불리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전통과 역사가 깃든 이 골프장은 회원제 코스로 일반 골퍼에겐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다.

골프장으로 향하는 길은 마치 미국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매그놀리아 레인을 떠올리게 한다. 작은 도로 양쪽 옆에 큰 나무들이 빼곡하고 입구는 검은색 철문이 가로막고 있다.

입구 쪽으로 다가서자 오른쪽 벽면에 ‘회원이 아니면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어 이 골프장을 처음 찾는 기자에겐 더욱 위화감을 들게 했다.

예약을 하지 않고 방문했기에 조심스럽게 골프장 입구에 도착해 철문 앞에 서서 관계자를 기다렸다. 잠시 뒤 큰 키에 마른 체형의 직원이 다가와 어떻게 왔는지 물었다.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설명한 뒤 “디오픈이 열리는 골프장을 찾아 코스를 탐방하고 있는데 뮤어필드 코스를 둘러보고 싶다”고 얘기하자 반갑게 철문을 열어줬다. 폐쇄된 골프장이라는 이미지가 금세 사라졌다.

직원의 안내로 코스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정문 오른쪽에 위치한 클럽하우스다. 전형적인 유럽풍의 건축물로 으리으리하지는 않지만, 제법 위엄있게 보였다. 1891년 지어진 클럽하우스는 회원만 입장이 가능하다.

클럽하우스 앞으로 코스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토요일 오후여서 라운드하는 골퍼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생각보다는 한적했다.

18홀의 코스는 스코틀랜드의 여느 링크스 코스와 비슷했다. 직원은 코스의 탄생부터 18홀 코스 레이아웃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뮤어필드는 올드 톰 모리스가 원래의 코스를 재설계해 지금의 코스로 만들었다. 총 18홀의 코스 중 9개 홀은 시계 방향으로 다른 9개홀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 라운드를 마친다.

코스는 평탄한 링크스 지형에 있어 11번홀을 제외하고 모든 홀은 페어웨이의 착륙 지점을 육안으로 볼 수 있어 무난한 코스처럼 보인다. 하지만 코스 안에는 무려 150개의 벙커가 존재하고 페어웨이는 단단해 공이 떨어지면 어디로 굴러갈지 예상하기 어렵다.

코스의 전장은 6700야드(아마추어 상급자용인 메달티 기준)가 조금 넘어 길지 않다. 그러나 까다로운 코스에 변화무쌍한 바람과 싸워야 하는 뮤어필드는 쉽게 정복당하지 않는다.

뮤어필드에선 1892년 이후 42개의 굵직한 대회가 열렸다. 그 중 디오픈은 16번 개최했다.

뮤어필드에서 가장 최근 디오픈이 열린 건 2013년이다. 마지막 날 드라마 같은 역전극이 펼쳐져 전 세계 골프팬들을 열광케 했던 사건이 벌어졌다.

필 미켈슨(미국)은 공동 9위로 마지막 날 경기를 시작했다. 선두 리 웨스트우드와는 5타 차였으나 미켈슨은 이날 절정의 퍼트감각을 선보이며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2오버파로 출발해 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를 적어낸 미켈슨은 이븐파로 마친 헨릭 스텐손(스웨덴)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처음 ‘클라레저그’에 입을 맞췄다. 이날 우승으로 미켈슨은 마스터스 3승(2004년, 2006년, 2010년) 그리고 PGA 챔피언십(2005년)에 이어 또 하나의 메이저 우승트로피를 수집했다.

뮤어필드가 유명해진 건 디오픈의 개최 장소일 뿐만 아니다 오랜 기간 ‘금녀’의 전통을 고수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뮤어필드는 1744년 건립 이후 273년 동안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다. 남성 중심의 회원제 골프장이었던 뮤어필드는 권위의 상징이었으나 시대의 변화에는 적응이 더뎠다. ‘금녀’의 전통을 고수하다 결국 비난이 쏟아졌다. 남성 중심이었던 여러 골프장이 여성에게도 문호를 열었지만 뮤어필드는 계속해서 ‘금녀’의 전통을 고수했다.

결국 R&A는 2016년부터 뮤어필드를 디오픈 순회 개최지에서 배제하는 강력한 조치를 내렸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와 함께 스코틀랜드를 대표해온 뮤어필드로서는 자존심이 상했다. 디오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골프대회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영국의 유서 깊은 골프장을 순회하며 개최한다.

뮤어필드는 2019년이 돼서야 금녀의 전통을 허물었다. 회원 투표가 열렸고 80.2%가 여성의 입회를 허용하기로 찬성했다. 그 뒤 뮤어필드는 다시금 디오픈의 개최지에 이름을 올리며 명예를 되찾았다.

뮤어필드에선 올해 여자 브리티시 오픈인 AIG 여자오픈이 열린다.

10일 찾은 뮤어필드에선 AIG 여자오픈의 준비가 한창이었다. 8월 4일 개막까지는 약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았으나 코스는 장치물을 설치하느라 분주했다. 곳곳에 대형 텐트가 설치되고 있었고, TV 카메라 타워를 세우는 작업도 진행 중이었다.

AIG 여자오픈을 준비하는 코스에는 텐트가 설치되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철문이 굳게 닫혀 있는 뮤어필드의 정문. (사진=주영로 기자)
뮤어필드로 들어가는 입구는 마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매그놀리아 레인을 떠올리듯 작은 도로에 큰 나무가 늘어 서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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