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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칸 영화제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개최 자체가 불발된 뒤 지난해 일정이 연기돼 7월에 열린 축제가 2019년 이후 3년 만에 5월 정상 개막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유독 많은 K무비와 K배우들이 칸 레드카펫을 빛낸다. 많은 한국 영화가 경쟁 부문을 포함한 각종 세션에 공식, 비공식적으로 초청됐다. 한국 감독이나 배우가 참여한 작품으로 범위를 넓히면 총 여섯 편 정도다. K무비가 이번 칸의 MVP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3년 만에 돌아온 ‘5월의 칸’이 ‘코리안 필름 마켓’ 경제 효과에도 청신호를 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돌아온 ‘5월의 칸’…“예년 70~80% 수준 회복” 기대
칸 국제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베니스, 베를린, 칸)로 불리는 행사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영화계 대형 이벤트다. 약 300억 원의 예산으로 치러지는 이 영화제가 프랑스 관광 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경제 효과는 3000억~4000억 원, 간접적인 경제 효과를 포함하면 수 조 원에 달한다. 칸 자체가 휴양지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도시이지만 영화제 기간에는 평소보다 관광객이 3배를 웃돈다.
미국 연예매체 데드라인은 칸 영화제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벌어들인 돈이 30억원 정도로 평소의 100분 1 수준에 그쳤지만, 올해는 평소의 최대 90% 정도까지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번 영화제에 대면으로 참가하는 영화 관계자, 사절단의 인원 수준이 기존의 90% 수준을 달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코로나19가 완전 종식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예년 수준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으나, 70~80%는 거뜬히 회복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 어떤 해보다 늘어난 칸 출품작 개수가 이를 대변해준다”고 설명했다.
2019년 28개국에서 1869편이 출품됐는데 올해는 칸 영화제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영화를 전면 보이콧했음에도 21개국에서 2002편을 출품해 49편을 공식 초청했다. 이 중 경쟁작 후보는 55편으로, 총 18개 작품이 경쟁 부문에 최종 진출했다.
K무비 ‘기생충’의 기적 또 이룰까
올해 한국 영화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두 작품이 칸 영화제 최고 권위인 황금종려상을 겨룰 수 있는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경쟁 부문 외에도 다양한 한국 영화 및 배우들이 진출했다.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덤에 오른 배우 이정재는 감독 데뷔작인 ‘헌트’를 칸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서 처음 선보인다.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는 프랑스비평가협회 소속 평론가들이 작품성 있는 영화를 엄선해 상영하는 비평가 주간 섹션 폐막작에 선정됐다. 문수진 감독의 ‘각질’은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배우 오광록과 김선영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한 프랑스 영화 ‘올 더 피플 아일 네버 비’(All The People I’ll Never Be)에 출연해 레드카펫을 밟는다.
K콘텐츠와 배우들의 위상이 2019년 ‘기생충’이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당시보다 높아진 만큼, 칸 영화제 필름마켓에서 한국 영화가 거둘 성과에도 기대가 쏠린다. 앞서 2019년 ‘기생충’은 영화제 당시 192개국에 판권을 판매해 그 해 해외에 가장 많이 팔린 영화로 등극한 바 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올해 칸 영화제에서도 K무비를 향한 바이어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며 “‘기생충’과 직접적인 비교를 하기엔 상황, 시점의 차이가 있어 어렵지만 ‘오징어 게임’, 영화 ‘미나리’ 등의 결실들로 그 어느 때보다 한국 콘텐츠 업계의 위상이 높아져 있는 만큼 그에 대등한 수준의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