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6개월 만의 갤러리 개방…“이제야 골프 대회 맛이 나요”

KPGA 코리안투어, 2년 6개월 만에 갤러리 허용
14일 1라운드 오후 3시 기준, 462명 입장
날씨 따뜻해지는 주말에 더 많은 갤러리 기대
슈퍼 루키 정찬민, 1라운드 단독 선두 질주
  • 등록 2022-04-15 오전 12:10:44

    수정 2022-04-15 오전 12:10:44

박상현이 14일 열린 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1라운드에서 갤러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티 샷을 하고 있다.(사진=KPGA 제공)
[춘천(강원)=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진짜 대회를 하는 맛이 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니 훨씬 현장감 있어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2022시즌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의 첫날인 14일 대회장인 강원 춘천시 라비에벨 컨트리클럽을 찾은 한 30대 여성 이금주씨의 말이다. 이씨는 코로나19로 골프장 문이 닫히기 전에는 꾸준히 대회 현장을 찾았는데 코로나19 대유행 시작 뒤 TV로만 경기를 봐야 했다며 “오랜만에 선수들을 보니 아는 선수도 아닌데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KPGA는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을 통해 2년 6개월 만에 갤러리 입장을 허용했다. 2019년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이후 915일 만이다. 2020~21시즌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갤러리 없이 대회를 치렀다.

이번 대회에서 갤러리는 발열 체크 후 손목 팔찌를 착용하고 입장할 수 있다. 37.5도가 넘는 갤러리는 입장이 불가하며 입장객 전원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고 거리 두기를 실천한다. 또한 지정된 장소에서만 취식이 가능하다. 갤러리 입장 수에는 제한이 없다.

1라운드를 치른 선수들은 “평일이라 갤러리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응원을 보내주셔서 힘이 많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주최 측은 이날 갤러리 입장 수가 오후 3시 기준 462명이라고 밝혔다. 수도권이 아닌 강원도에서 열린 데다가 영상 10도 안팎의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기대보다 한산했다.

지난 2년 동안은 볼 수 없었던 갤러리 주차장과 갤러리를 실어나르는 셔틀버스, 코스 내 간이 화장실, 푸드 코트, 선수 동선과 갤러리를 분리하는 로프 등이 설치됐다. 주최 측은 날씨가 따뜻해지는 주말에 열리는 3, 4라운드에 갤러리가 대회장을 더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한별(왼쪽)과 최진호(오른쪽)가 14일 열린 대회 1라운드 종료 후 클럽하우스 앞에서 팬들에게 사인을 하고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2년 6개월 만에 볼 수 있었던 광경이다.
갤러리 있으니 받는 에너지가 달라…주말에 더 기대

KPGA 코리안투어의 간판 허인회(35)는 “확실히 갤러리가 없을 때와 받는 에너지가 다르다”며 “갤러리가 없을 때는 좀 처지는 감이 있고 갤러리가 있어야 더 신이 난다”고 말했다. 허인회의 캐디를 맡고 있는 아내 육은채 씨는 “선수 플레이가 좀 안될 때 나 대신 갤러리 분들이 ‘파이팅’이라고 외쳐주시니까 선수 기분이 다시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캐디로서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덧붙였다.

허인회는 이동이 더 자유로운 주말에 많은 갤러리가 오기를 기대하며 “꼭 우리 조가 아니더라도 많이들 오셔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봐주셨으면 좋겠다. 갤러리가 많아야 대회를 하는 느낌이 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갤러리가 없을 때만 코리안투어 통산 3승을 거둔 김한별(26)은 “오늘 대회장에서 오랜만에 갤러리들을 뵀는데 알아봐 주셔서 행동을 더욱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너스레를 떤 뒤 “스포츠 선수는 팬들의 관심 속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팬들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한 마음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인상 수상자 김동은(25)은 “갤러리가 가득 찬 가운데 멋진 플레이를 하고 싶다. 오늘보다는 주말에 더 많이 오실 것 같아서 컷 통과를 해 주말 경기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해 신인이었던 김민규(21)도 지난해보다 대회장이 북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며 “주말이 되면 갤러리가 입장했다는 것이 더욱 더 실감 날 것 같다. 오늘도 갤러리들이 계셔서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갤러리로 박상현(39), 문도엽(31), 이재경(23) 조를 따라다닌 임동석(64)·김혜자(60) 부부는 “갤러리 입장이 안된 지난 2년 간은 답답했는데 나와서 직접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바람도 쐬고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임동석 씨는 “9홀을 돌았고 아내와 배를 채운 뒤 또 9홀을 돌려고 한다”며 “갤러리를 한 번 나오면 1만5000~2만 보는 걸어서 운동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대회를 보러 자주 다녔고 앞으로도 많이 다닐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니어 선수들인 김민정, 김수지(이상 19) 양은 “오랜만에 경기를 보러 와서 설렜고 선수들이 다 멋있었다. 팔찌를 착용하고 거리 두기도 해야 하지만 갤러리 입장도 수월했고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찬민이 14일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티 샷을 하고 있다.(사진=KPGA 제공)
개막전부터 두각 나타낸 ‘슈퍼 루키’ 정찬민

올해 루키로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정찬민(23)이 개막전 1라운드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87cm, 107kg의 큰 체구를 지닌 정찬민은 지난해 스릭슨투어(2부)에서 상금왕을 차지하며 3수 끝에 올해 코리안투어 풀 시드를 따냈다.

정찬민은 2016년과 2017년 국내 최고 권위의 아마추어 대회 가운데 하나인 송암배를 2년 연속 우승했고, 2017~2018년 국가대표를 지내며 약 320m를 때리는 장타자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19년부터 3년 동안 스릭슨투어에서 활동했고 2019, 2020년 정규투어 퀄리파잉 테스트(QT)를 두 차례 응시했지만 모두 낙방하는 아픔을 겪는 등 정규투어 입성이 쉽지만은 않았다.

1라운드에서 버디 7개를 몰아잡고 보기 1개를 범해 6언더파 65타를 치고 오전 조에서 단독 선두에 오른 정찬민은 “코리안투어는 산악 코스가 많아서 특히 방향성이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장타에 연연하기보다는 방향성을 잡는 데 집중했다”며 “스윙 임팩트 구간에 손목을 쓰지 않으려고 훈련을 많이 했다”고 데뷔를 앞두고 보완한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그는 “데뷔전에서 유관중 경기를 할 수 있어 좋았다”며 “부모님도 오셨고 지인 등 갤러리들이 계셨는데 앞으로 공을 잘 치는 것뿐만 아니라 갤러리들에게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남은 경기에서도 1라운드처럼 공격적으로 하되 지켜야 할 홀에서는 지키는 플레이를 하겠다는 정찬민은 “1라운드 선두에 올랐지만 골프는 4일 경기이기 때문에 자만하지 않겠다”며 “첫날부터 좋은 경기를 펼쳤으니 이 흐름을 이어가 신인상을 받는 것이 목표다. 또한 8월에 미국프로골프(PGA) 콘페리투어(2부) QT를 볼 예정인데 콘페리투어에 진출하는 것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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