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도 긍정으로 이겨냈죠'...MZ세대 황대헌의 희망 메시지

[베이징 올림픽]
  • 등록 2022-02-11 오전 12:05:00

    수정 2022-02-11 오전 7:12:57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저도 사람인데 안 괜찮았죠. 하지만 ‘괜찮다, 괜찮다’ 하면 괜찮아지기도 하잖아요. 결과가 어떻게 되든 계속 벽을 두드리면 안 될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23살 대한민국 청년 황대헌(강원도청)은 의젓했다. 그리고 당당했다. 그의 표정과 말투에는 정정당당한 승자의 자신감이 가득했다.

황대헌은 지난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9초21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대헌은 레이스 초반 뒤에서 기회를 엿보다 결승선 9바퀴(총 14바퀴반)를 남기고 아웃코스로 거침없이 추월했다. 선두로 나선 뒤에는 끝까지 자리를 내주지 않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불과 이틀 전, 황대헌은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중국 선수 2명을 추월하면서 1위로 들어오고도 억울한 편파 판정으로 실격을 당했다. 그리고 이틀 만에 보란 듯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떠한 논란이나 불만도 없는 완전무결한 금메달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수없이 나왔던 비디오 판독도 없었다. 마치 누군가를 향해 ‘금메달은 이렇게 따는 거야’라고 보여주는 듯했다.

황대헌의 역주는 편파 판정으로 억울하고 답답했던 국민들 마음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였다. 동시에 힘든 시기를 겪는 우리 사회와 국민에 깊은 울림의 메시지를 선물했다.

‘시련, 그까짓 것 훌쩍 이겨내면 되지’

실격 판정 이후 황대헌은 힘들고 괴로웠다. 인터뷰도 거부하는 등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장애물이 반드시 너를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니다. 벽을 만나면 돌아가거나 포기하지 마라’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말을 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다짐대로 더 완벽한 레이스를 펼쳤다.

황대헌은 “판정은 심판의 몫이고 내가 깨끗하지 못했으니 그런 판정을 받았을 거다”라며 “그래서 더 깔끔하게 아무도 내게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다.

황대헌이 가슴에 새긴 조던의 명언은 우리 국민의 머릿속에도 깊이 박혔다. 대한민국은 코로나19 팬데믹에 국론 분열과 경제적 어려움 등 계속 가시밭길이다. 그러나 좌절하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극복하고 이겨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황대헌은 그 당연한 진리를 얼음판 위에서 보여줬다.

‘긍정의 힘’…즐기는 자는 아무도 못 막아

황대헌은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500m 은메달을 따냈지만 1500m 결승과 1000m 준결승에서 두 번이나 넘어지면서 금메달을 놓쳤다.

평창 대회 이후 4년 동안 칼을 갈았다. 그 사이 실력과 멘탈 모두 성장했다. 어린 유망주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2021~22시즌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3개나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 편파 판정의 아픔을 겪고도 꿋꿋하게 달릴 수 있었던 것도 평창의 힘이었다. 황대헌은 “평창 올림픽 덕분에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같다. 그 대회 이후 마인드가 달라졌다”면서 “평창 올림픽은 나를 성장시킨 대회”라고 강조했다.

평창에서 그대로 주저앉았더라면 베이징의 영광은 없었다. 시련은 있었지만, 긍정의 힘이 더해지면서 더 높은 도약의 훌륭한 밑거름이 됐다. 같은 어려움이라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이루고자 하는 것은 끝까지…‘MZ세대의 위대함’

대한민국 MZ세대의 특징은 ‘개인의 만족’에 높은 가치를 둔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과 가치’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

황대헌을 잘 아는 쇼트트랙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누구보다 스스로 열심히 하는 선수’, ‘쇼트트랙밖에 모르는 선수’라고 입을 모은다. 관심사도, 유혹도 많은 20대 초반 청년이지만 황대헌은 오로지 쇼트트랙만을 위해 살았다.

어린시절 황대헌과 함께 해온 박세우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감독은 “어릴 적부터 노는 걸 잘 못하고 진짜 운동만 하는 선수였다”며 “진짜 운동에 인생을 걸 만큼 성실하고 멘탈이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감독은 “황대헌은 순발력과 지구력을 모두 갖춘 완벽한 선수다”며 “순발력은 타고날 수 있지만 지구력은 운동으로 만들어야 한다. 선천적인 재능에 훈련량도 월등히 많다 보니 압도적인 실력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흔히 MZ세대를 ‘가치 세대’라고 한다. 충분히 감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돈과 시간을 쏟아붓는데 망설임이 없다. 황대헌에게는 쇼트트랙이 인생의 가치였다. 베이징 금메달은 황대헌 자신이 생각한 가장 큰 가치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결과다.

황대헌은 MZ세대의 위대함을 잘 보여준 예시다. MZ세대가 이끌어갈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황대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빙상경기연맹 그리고 체육진흥공단 등에서 주는 포상금도 받게 돼 기쁨을 두 배로 늘렸다. 문체부 6300만 원, 빙상연맹 1억원 그리고 공단의 일시장려금 4500만원(성적에 따른 연금 초과로 일시금 수령) 등을 포함해 2억원이 넘는 포상금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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