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 답이다]③젊은세대 열광…브레이크댄스,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스포츠, '다름' 수용해 진화
'브레이킹' 2024년 파리하계올림픽 종목 승인
전통적 스포츠 개념 내려놓고 시대변화 인정
  • 등록 2022-01-04 오전 5:33:00

    수정 2022-01-04 오전 5:33:00

2018년 부에노스 아이레스 유스올림픽 브레이킹 비걸(b-girl) 부문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김예리(오른쪽).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브레이크댄스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라고?”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황당한 농담처럼 들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브레이크댄스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식 종목명은 ‘브레이킹(breaking)’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0년 12월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스케이트보드, 스포츠 클라이밍, 서핑과 더불어 브레이킹을 파리올림픽 정식종목으로 공식 승인했다. 브레이킹은 2022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도 경쟁이 펼쳐진다.

브레이킹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은 스포츠에 있어 ‘혁명’이다. 스포츠의 전통적인 개념과 정의를 내려놓고 시대의 변화에 따른 ‘다름’을 인정한 결과다. 나와 다른 분야를 받아들이면서 새롭게 진화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브레이킹은 1970년대 미국 뉴욕의 클럽과 거리에서 시작된 댄스의 한 종류다. 힙합 음악의 브레이크, 즉 가사나 멜로디 없이 비트만 나오는 부분에서 댄서들이 춤을 추면서 시작됐다. 이후 브레이킹은 1990년대 유럽과 아시아로 퍼졌고 2000년대 이후 범세계적인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스포츠의 대제전인 올림픽이 브레이킹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유스올림픽 때부터다.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에 하루 평균 3만명의 관중이 몰렸다. 10~20대 젊은 세대들은 일대일 댄스 배틀로 열리는 경기에 열광했다.

올림픽을 시청하는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는 것은 IOC의 고민이었다. 미국 기준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시청 중위 연령은 49.5세였고 2016년 리우 올림픽은 52.4세로 늘었다. 반면 18~34세 시청 인구는 30%나 줄었다. 브레이킹은 방송 중계권료에 의존하는 IOC에 하나의 돌파구를 제시했다.

파리 올림픽의 브레이킹는 남녀부로 열린다. 남자부는 ‘비보이(B-boy)’, 여자부는 ‘비걸(B-girl)’로 불린다. 남녀 각각 상위 16명이 올림픽 본선에 나서 일대일 배틀 형식의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관건은 판정 방식이다. 객관성과 공정함이 중요하다. 세계댄스스포츠연맹은 새로운 판정 방식인 ‘트리비움 밸류 시스템(Trivium Value System)’을 도입했다. 신체적인 퀄러티(테크닉+다양성), 해석적인 퀄러티(수행성+음악성), 미적인 퀄러티(창의성+개인성) 등 세 가지 기준을 나눈다. 그 기준에는 각각 두 개의 하위 평판요소를 두고 있다.

각 평판 요소별로 점수를 매긴 뒤 여기에 요소마다 따로 매겨진 가중치를 더해 최종 점수를 뽑아 승패를 가리게 된다. 마치 피겨스케이팅이나 리듬체조 등과 채점방식이 유사하다. 기존 예술 영역의 브레이킹이 기술의 난이도나 개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그런 만큼 스포츠 영역의 브레이킹은 종합적으로 다 잘해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대한민국은 전통적인 브레이킹 강국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브레이킹팀인 ‘진조크루’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열린 ‘배틀 오브 더 이어’(BATTLE OF THE YEAR: BOTY) 퍼포먼스 부분과 배틀 부문에서 모두 우승했다. 배틀 오브 더 이어는 1990년부터 시작된 세계 최대 규모 대회로 진조크루는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비보이 부문의 김종호(LEON)와 최승빈(Heady), 비걸 부문의 김예리(YELL)과 전지예(Freshbella)가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김예리는 최근 큰 인기를 모은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에도 출연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24년 파리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 경기 모습. 사진=AFPBBNews
대한민국은 객관적인 전력상 아시안게임에서도 중국, 일본 팀과 더불어 금메달을 다툴 유력한 후보다. 아울러 2년 앞으로 다가온 파리올림픽에서도 충분히 메달을 노려볼 만 하다.

현재 브레이킹 종목을 관리하고 있는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도 파리올림픽을 대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현재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하는 진천선수촌에 입촌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며 “장소 문제만 해결된다면 선수촌에서 훈련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 브레이킹계도 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크다. 브레이킹이 파리 올림픽을 통해 대중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 댄서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고 있다.

한국 브레이킹의 레전드이자 현재 세계댄스스포츠협회에서도 핵심 역할인 디비전 멤버로 활약 중인 김헌준 진조크루 단장은 “1980년대에도 브레이킹의 스포츠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반발이 심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지금은 그 당시 반대했던 이들도 지금의 스포츠화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보이 문화가 단지 우리들만 향유하는 춤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며 “올림픽을 통해 스포츠와 예술로 구분돼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헌준 단장은 “한국 브레이킹은 젊은 후배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 반면 중국이나 일본에선 어린 친구들이 굉장히 잘하고 있다”면서 “꼭 올림픽 메달에만 관심을 갖기보다는 생활스포츠나 취미로서도 더 많은 관심이 생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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