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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막을 내린 JTBC 드라마 ‘아이돌’은 해체위기에 놓인 망한 걸그룹 코튼캔디와 보이그룹 마스의 이야기를 통해 당당하게 내 꿈에 사표를 던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실패한 꿈과 헤어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안내서로, 엔터 시장의 어두운 현실과 함께 아이돌 연예인들의 고민과 방황 등을 실감나게 묘사해 호평을 받았다.
‘아이돌’에서 걸그룹 코튼캔디의 리더 김제나 역으로 극의 중심을 이끈 안희연은 최근 취재진과 인터뷰를 통해 작품을 향한 애정과 이를 떠나보내는 소회를 솔직히 털어놨다.
안희연은 “솔직히 많이 후련하다”면서도 “함께한 출연진 친구들을 비롯해 현장의 스태프분들과도 정이 많이 들었다. 오랜만에 ‘우리’ 속에 있었다. 다시 혼자가 되는 게 두렵기도 하고 헛헛하게 느껴지니 시원섭섭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안희연이 연기한 김제나는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키보드를 치며 자작곡을 불러 단숨에 주목을 받고 코튼캔디의 리더로 데뷔하지만, 데뷔 후 ‘망돌’(망한 아이돌)이라고 불려 해체위기를 겪는 인물이다. 좌절하면서도 끝까지 열정을 잃지 않고 멤버들을 보듬은 캐릭터다.
드라마 속 코튼캔디는 아름다운 해체를 위한 마지막 관문인 음악방송 1위에 도전하지만 끝내 이를 거두지 못하고 해체를 맞는다. 다만 제나를 비롯한 모든 멤버들이 새로운 꿈을 찾아 당당히 전진해나가는 엔딩으로 희망과 위로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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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연 역시 코튼캔디의 제나에 완벽히 몰입하는 과정이 지난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나와 비슷한 사람이었던 나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금의 내 모습을 갖게 됐다”며 “제나를 제대로 연기하기 위해선 지난 시절의 나로 되돌아가야만 했다. 마음먹고 다시 과거의 나로 돌아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아이돌 시절 썼던 일기장, 과거 직캠들을 다시 읽어보고 곱씹으며 지난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제니와 EXID 하니 시절의 자신의 모습이 동일시되고 싶지 않은 마음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사실은 제나를 하니로 봐주시지 않았으면 했다. 달라 보이기 위해 기존에 해보지 않은 스타일링을 시도하려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도 “그러다 문득 왜 굳이 제나와 하니를 분리시켜야 하나 의문이 들었다. 제니가 하니고 하니가 곧 제나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 업계에서 일하는 많은 친구들이 제나일 거라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룹의 리더인 제나를 연기하며 EXID 멤버들을 많이 떠올렸고, 리더였던 솔지의 고생과 어려움을 새삼 깨닫기도 했다고도 덧붙였다.
자신의 EXID 시절과도 대입했다. 그는 “EXID가 데뷔를 하기 전에는 사실 제가 리더였다. 그런데 겪고 나니 나는 리더보단 부리더 타입에 어울리는 사람이었다”며 “리더를 하면 제나처럼 똑같이 나를 괴롭게 하는 스타일이었다. 이걸 찍으면서 솔지 언니가 정말 고생 진짜 많았겠구나 공감해서 고마움을 특히 느꼈다. ‘나의 제나’란 문구와 함께 언니가 커피차를 보내주기도 했는데 언니 생각 많이 났다”고 떠올렸다.
표절의혹, 해체위기 등 극 중 외부적 장애물들보다 이를 겪는 인물들 간 관계성에 특히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고도 강조했다. 안희연은 “외부적 상황에 의한 위기보단 그 위기를 겪고 포기하려 하는 내 사람들의 괴로움을 보는 게 더 힘들었다”며 “차 대표(곽시양 분)를 비롯해 지한이(김민규 분) 등 극 중 인물들의 대사가 엔터업계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현실적으로 잘 대변해준 것 같았다. 각자의 위치에서 인물들이 가질 수 있는 관계성이나 애로사항 고증이 잘 된 드라마 같았다”고 말했다.
진심으로 작품에 임한 만큼 이번 드라마가 자신에게 선물이 되어주었다는 고마움도 드러냈다. 안희연은 “EXID를 하기 전에는 굉장히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이었다. 공유하며 사는 방식에 서툴렀는데 팀 생활을 하며 ‘우리’와 ‘함께’가 무엇인지, 그것들이 얼마나 강력하고 아름다운지를 배웠다”고 강조했다. 이어 “EXID가 처음의 제 편견을 깨줬다면, 이 작품은 그 편견을 한 번 더 깨준 선물이다. ‘우리’는 우리와 자신을 분리해 생각하길 참 어려워한다. 우리가 좋으면 좋은 것, 나쁜 것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작품을 경험하면서는 ‘우리’가 오히려 맹목적 가치가 되는 것도 위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연기의 매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안희연은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시각이 정립된다. 맡은 배역을 통해 기존에 알고 있던 나와 타인, 관계, 세상을 또 한 번 새롭게 배우는 느낌”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