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뒤바뀐 경쟁판도 …TOP10에 한국영화 단 2편
올해는 외화의 해였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4일 기준 올해 점유율은 한국영화 33.5%, 외화 66.5%를 각각 기록했다. 한국영화 68%, 외화 32%를 기록했던 지난해와 상황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던 한국영화는 올해 더 움츠러든 모습을 보였다. 한국영화는 ‘모가디슈’(361만명) ‘싱크홀’(219만명) 두 편만이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들었다. ‘모가디슈’와 ‘싱크홀’은 제작비를 보전하는 영화관들의 지원으로 손익분기점을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던 덕분에 영화계 성수기지만 방역 수위가 최고에 달했던 지난 여름(7~8월) 개봉이 가능했다. 이 영화마저 없었다면 한국영화의 성적은 더 초라했다.
외화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올 초부터 미뤄놓은 대작들을 내놓으며 관객들에게 손짓을 했다. 1월 애니메이션인 ‘소울’(204만명)과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열차 편’(215만명)을 시작으로 5월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229만명) ‘크루엘라’(198만명) 7월 ‘블랙 위도우’(296만명) 9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174만명) 10월 ‘베놈2:렛 데어 비 카니지’(212만명) 11월 ‘이터널스’(304만명)가 박스오피스 10위권에 포함되며 불황의 영화 산업을 받쳤다.
영화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의 장원석 대표는 “올해는 관객이 코로나 때문에 극장에 안 가는 건지,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 안 가는 건지 논의가 정점을 찍은 해였다”며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을 시작으로 ‘해적:도깨비 깃발’ ‘비상선언’ 등의 개봉이 지금부터 이어지는 만큼 내년 상반기는 회복세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영화인은 빛났다. 배우 윤여정과 구교환,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 그리고 지난 5월 작고한 고 이춘연 씨네2000 대표 등을 꼽을 수 있다.
윤여정은 지난 4월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영화상에서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에 이어 윤여정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세계 영화 산업의 중심인 미국에서 한국 영화, 한국 영화인이 또 한번 위상을 높였다.
강혜정 대표는 윤여정과 함께 올해 영화계를 빛낸 여성 영화인이다. ‘모가디슈’는 외유내강이 덱스터스튜디오와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모가디슈’와 함께 여름에 개봉한 ‘인질’(163만명)도 외유내강의 작품으로 외유내강이 올 여름 시장을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영화계에서는 여러 명의 큰별이 졌는데 그 중 이춘연 대표의 별세 소식은 많은 영화인들에게 큰 상실감을 줬다. 1984년 ‘과부춤’을 시작으로 ‘접시꽃 당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영웅연가’ ‘더 테러 라이브’ 등을 기획·제작했고, 영화사 씨네2000 대표로서 ‘여고괴담’ 시리즈를 제작한 고인은 영화계 선·후배들을 아우르며 한국영화의 중흥을 이끈 주역이었다. 올해 각종 영화제와 영화상에서 고인의 이름이 여러 차례 언급되며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