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타차 역전 우승 임성재 "10번홀 버디가 역전우승 발판" [여기는 PGA]

PGA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24언더파 우승
10번홀 벙커에서 친 두 번째 샷 버디로 연결
상승세 이어가며 5개 홀 연속 버디로 우승 발판
"3라운드 순위 밀린 뒤 정신 번쩍..이날 집중 또 집중"
  • 등록 2021-10-12 오전 12:11:00

    수정 2021-10-12 오전 12:11:00

임성재. (사진=AFPBBNews)
[라스베이거스(미국)=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3타 차 6위로 출발한 임성재(26)에게 필요한 건 많은 버디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 해냈다.

11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PC 서머린(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마지막 날 4라운드. 역전을 노린 임성재는 1번홀(파4)에서 기분 좋은 버디를 잡아내며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후 4번과 6번 그리고 7번홀(이상 파4)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어느새 선두를 1타 차로 추격했다. 8번홀(파3)에서 티샷을 마치고 그린으로 향하는 중 뒤에서 경기하던 선두 애덤 생크가 4번홀에서 보기를 하며 임성재와 공동선두가 됐다. 임성재는 이 홀에서 티샷이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져 위기를 맞았다. 파를 놓치면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주춤할 분위기였다. 임성재는 벙커에서 친 두 번째 샷을 홀 1.3m에 붙인 뒤 파 퍼트를 넣어 위기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이어진 9번홀(파5)에서 2타 만에 공을 그린 앞까지 보낸 뒤 약 11m 거리에서 어프로치로 이글을 노렸다. 공이 홀 왼쪽으로 흐르면서 이글이 되지는 않았으나 버디를 추가하며 1타 차 단독 선두로 앞서 갔다.

10번홀(파4)에서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티샷한 공이 왼쪽으로 가더니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다. 홀까지 남은 거리는 약 111야드. 웨지를 들고 친 공이 그린 앞 약 7m 지점에 떨어졌다. 버디가 쉽지 않아 보였으나 임성재는 이 퍼트를 홀에 넣고 주먹을 쥐었다. 2타 차 선두로 앞서 갔고, 이후 분위기는 임성재 쪽으로 기울었다.

이어진 11번홀에서도 다시 버디가 나왔다. 약 3m 거리에서 정확하게 홀을 파고들었다. 이후 12번(파)과 13번(파5)까지 5개 홀에서 연속 버디를 했다. 순식간에 2위와 타수 차는 5타로 벌어졌다. 이후 5개 홀에서 모두 파를 기록한 임성재는 이날만 9언더파 62타, 최종합계 24언더파 260타를 쳐 매튜 울프(미국)의 추격을 4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시즌 첫 승, 통산 2승을 달성했다.

경기를 마친 임성재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안심할 수가 없었다”며 “경기하는 내내 집중하려고 했고, 14번홀을 마치고 스코어보드를 보고 나서 조금 여유를 찾았다. 돌아보면 10번홀에서 벙커에서 친 두 번째 샷이 홀 약 7m 거리에 떨어뜨리고 이를 버디로 연결하면서 상승세를 계속 끌고 갈 수 있었다. 오늘 9타를 줄인 디딤돌이 됐다”고 말했다.

3타 차의 열세를 극복하고 4타 차 완승을 따낼 수 있었던 비결은 집중력이었다.

임성재는 “14번홀이 끝나기 전까지 스코어보드를 보지 않았다. 오로지 내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했다”며 “그동안 여러 번 우승 기회가 있었지만, 하루 경기를 잘 못 풀어 가면서 우승을 놓친 적이 많았다. 어제 선두를 지키지 못하고 내려왔을 때도 ‘이번에도 또 이러는구나’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늘만큼은 경기에 집중하려고 했고 그게 9개의 버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PGA 투어는 상위권과 하위권의 격차가 크지 않다. 선두권에 있다가도 하루 경기를 잘못하면 중하위권으로 떨어진다.

임성재는 “예전에는 1타에 순위가 5~6계단 미끄러졌는데 요즘엔 10위 이상 떨어질 때도 있다”며 “그만큼 모든 선수의 경기력이 비슷하다는 증거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우승하기 어려운 곳이 PGA 투어다. 지난 우승 기회를 살리지 못했던 것도 그런 이유다”라고 PGA 투어에서의 우승 경쟁이 쉽지 않음을 강조했다.

지난해 3월 혼다 클래식에서 PGA 투어 데뷔 첫 승을 올린 지 1년 7개월 만에 2승을 달성한 임성재는 이번 대회가 앞으로 경기에 확실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첫 우승 이후 두 번째 우승까지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며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 시간을 참고 기다려온 결과가 오늘의 우승이 된 것 같아 더 기쁘다. 경기를 하다 보면 내가 경기를 잘하더라도 누군가 9언더파 또는 10언더파를 치는 선수가 나와 우승하지 못할 때도 있었는데 오늘은 그 주인공이 내가 됐다”고 다시 한번 우승의 순간을 만끽했다.

임성재의 이날 9언더파 62타는 PGA 투어에서 기록한 최소타 기록이다. 콘페리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12언더파 60타를 친 적은 있지만, PGA 투어에서 9언더파는 처음이다.

임성재의 10번홀 버디 상황. (사진=PGA 투어 홈페이지 샷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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