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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극장의 영업종료는 영화산업의 지각변동, 다시 말해 극장산업의 위기를 보여주는 시그널이다. 할리우드 영화 ‘블랙 위도우’에 이어 한국 영화 ‘모가디슈’와 ‘싱크홀’ 등 텐트폴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하면서 극장가가 잠시 숨통을 튼 분위기지만 여전히 극장산업의 정상회복은 요원하다.
‘모가디슈’와 ‘싱크홀’ 제작사는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극장들은 현실적으로 수익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여름 시장 이후 신작이 뒤따라서 받쳐줄지도 의문이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콘텐츠가 있으면 관객이 극장으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올 여름 시장을 지켜보면서 관객의 관람 패턴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며 “영화를 제작하고 유통하는데 많은 생각이 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속 극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극장은 관객 급감과 신작 연기에 따른 악순환을 반복하며 매출이 5000여억원으로 전년 대비 70% 이상 줄었다. 올해는 7월까지 2500여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더 감소했다. 한국 영화산업은 극장 매출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구조로, 극장의 붕괴는 곧 영화산업의 붕괴로 이어진다.
극장이 임직원 축소, 임금 삭감, 영업 중단, 개봉작 지원 등 자구책을 내 버티고 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마저도 한계에 달했다. 한국상영관협회가 영화발전기금으로 불리는 ‘입장권 부과금’ 전면 면제, 환급을 요구하고 나선 배경이다.
입장권 부과금은 티켓값의 3%를 징수한다. 부담 주체가 관객인지 극장(극장, 제작사 등)인지에 대한 입장 차는 여전히 있지만, 관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극장은 이를 낼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극장의 피해 규모는 매출 급감과 더불어 임대료 관리비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로 수천억원대에 달한다. 그런데도 극장은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을 못 받고 있다. 전체 스크린의 90% 이상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브랜드를 내걸고 있지만 그 중 30%는 중소기업이라 할 수 있는 위탁관들이다.
서울극장의 영업종료는 극장 도산의 시작일 수 있다. 코로나19와 OTT가 위협하는 상황에서 대형 극장도 위태롭다. 극장 없이 영화의 지속발전이 있을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극장은 일자리도 적잖이 제공한다. 정부에서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