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치코바, '복식전문' 딱지 떼고 생애 첫 메이저 단식 우승

  • 등록 2021-06-13 오전 5:24:34

    수정 2021-06-13 오전 5:26:03

체코의 바르보라 크레이체코바가 프랑스오픈 테니스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AP PHOTO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이룬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복식 전문선수’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33위·체코)가 생애 첫 메이저 대회 단식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크레이치코바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총상금 3436만7215 유로·약 470억원)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아나스타시야 파블류첸코바(32위·러시아)를 세트스코어 2-1(6-1 2-6 6-4)로 눌렀다.

이로써 크레이치코바가 메이저 대회 단식 첫 우승을 달성했다. 체코 출신 선수가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과거 체코슬로바키아 시절까지 포함하면 1981년 하나 만들리코바에 이어 크레이치코바가 두 번째다..

그동안 크레이치코바는 단식보다 복식에서 큰 성공을 거둔 선수였다. 복식에서는 메이저 대회 본선에 19번 출전해 2018년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에서 2차례 우승했다. 복식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적도 있다.

반면 단식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는데 이번에 메이저대회 단식까지 우승을 차지하면서 여자 테니스의 새로운 강자로 우뚝 섰다. 세계랭킹을 33위에서 15위까지 끌어올릴 전망이다

크레이치코바는 같은 체코의 카테리나 시니아코바와 팀을 이뤄 여자복식 결승에도 올라 있다. 결승 상대인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베서니 매틱샌즈(미국) 조를 이기면 2000년 마리 피에르스(프랑스) 이후 21년 만에 이 대회 여자 단·복식을 석권하는 선수가 된다.

반면 30살의 나이에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4강 이상 오르는 성과를 거둔 파블류첸코바는 첫 우승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크레이치코바는 1새트 첫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당하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이후 6게임을 연속으로 이겨 1세트를 6-1로 손쉽게 가져갔다.

2세트는 파블류첸코바의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파블류첸코바는 크레이치코바가 범실을 쏟아내며 흔들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다. 2세트를 6-2로 이기면서 승부를 마지막 3세트로 끌고 갔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은 쪽은 크레이치코바였다. 크레이치코바는 장기인 백핸드로 파블류첸코바의 허를 찔렀다. 때로는 과감한 네트플레이로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파블류첸코바는 2세트 막판 왼쪽 다리에 통증을 호소해 메디컬 타임아웃을 부른 이후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결국 3세트 우위를 점한 크레이치코바는 5-4로 앞선 상황에서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켜 생애 첫 우승을 확정했다.

크레이치코바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지난 2017년 세상을 떠난 자신의 멘토이자 체코의 테니스 영웅 야나 노보트나에게 우승의 영광을 돌렸다. 그는 “노보트나가 지난 2주 동안 하늘에서 나를 돌봐준 덕분이다”면서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 덕분에 지금의 우승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내게 일어난 일들이 믿어지지 않고 너무 행복하다”면서도 “이번 우승이 내 인생을 많이 바꿀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아직 체코의 작은 도시에서 온 젊은 선수일 뿐이고 계속 열심히 일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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