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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민(26)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문을 두드린 지 9년 만에 마침내 정규투어 입성의 꿈을 이뤘다.
2013년 18세의 나이로 프로가 된 신보민은 지난해 드림투어 상금랭킹 13위에 올라 20위까지 주는 KLPGA 정규투어 출전권을 받았다. 8전 9기 끝에 이룬 성공이기에 기쁨은 두 배, 세 배 더 크다.
오는 4월 KLPGA 투어 데뷔를 앞둔 신보민은 28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정규투어에 오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나도 언젠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단지 시기가 늦어졌을 뿐이지 실패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포기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신보민은 여느 선수와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초등학교 시절 2년 정도를 베트남에서 살았던 그는 축구와 수영 등 운동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는 축구선수를 준비하기도 했다.
골프를 배운 건 우연한 계기다. 동네에 별다른 놀이 시설이 없어 그는 고카트(미니 자동차)를 타고 노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겨우 3분을 타기 위해 2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 인근에 골프연습장이 있었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 골프채를 휘두르며 놀았던 게 골프의 시작이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축구선수를 준비하던 중 장래를 생각해 골프선수의 길을 택했다”며 “그 뒤 국내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웠다”고 말했다.
프로의 길을 택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신보민은 “어차피 프로가 될 거라면 빨리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었다”며 “하지만 4월 준회원이 된 뒤 7월에 정회원을 따고 11월 시드순위전에서 탈락했다. 한 번에 시드까지 따서 정규투어에서 뛸 계획이 흐트러지자 그 뒤 주춤했다”고 돌아봤다.
처음엔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그러다 부상까지 찾아오면서 프로 데뷔 계획이 점점 더 미뤄졌다. 신보민은 “그런 상황에서 멘탈이 무너지지 않을 선수는 없을 것”이라며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건 잘 안될 때도 빨리 내 자리를 찾으려고 했고 롱런을 하는 골프선수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년 하고 골프를 그만둘 게 아니었던 만큼 부정보다 긍정으로 미래를 준비한 게 8전 9기의 밑거름이 됐다.
프로 데뷔 9년 만에 꿈을 이룬 신보민은 KLPGA 투어에선 보기 드문 늦깎이 신인이다. 어지간한 선수라면 후원사 추천 등 다른 경로를 통해 KLPGA 투어 정규대회에 출전하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그러나 신보민에겐 그런 기회조차 없었다. KLPGA 투어를 처음 경험하는 진짜 새내기다.
그래서인지 신보민은 신인왕이나 우승 등 거창한 목표보다는 “나만의 작은 목표를 이루고 내가 가지고 있는 실력만큼 잘하고 싶다”고 소박한 계획을 밝혔다. 이어 “지난해 드림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정규투어 시드를 땄지만, 성적에 만족하지는 않는다”며 “아이언샷이나 쇼트게임 등 지난해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을 잘 준비하는 게 겨울훈련의 목표다”라고 다짐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9년 만에 처음 경험하는 정규투어의 적응이다. 8년 동안 3부와 2부 투어를 뛰었지만, 정규투어는 전혀 다른 무대다. 신보민은 “드림투어와 정규투어는 코스 세팅부터 다르다고 들었다”며 “코스 세팅이 더 까다로워 훨씬 다양한 기술과 샷이 필요하고 경기하는 방식도 달라야 할 것 같아 그런 부분들을 잘 준비하고 있다”고 4월 개막전을 기다렸다.
1995년생인 신보민은 국내 최장타자 김아림(26)과 둘도 없는 친구다. 정규투어에 진출하면서 김아림의 후원사인 SBI저축은행과 계약해 한솥밥을 먹는다. 신인에게 후원사는 투어에만 전념할 수 있는 큰 힘이자 든든한 지원군이다.
먼저 정규투어에 데뷔해 활동한 김아림은 친구가 정규투어 시드를 따자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하지만, 친구와 함께 투어에서 뛸 날을 기대했던 신보민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게 됐다.
그는 “(김)아림이는 90타, 100타를 칠 때부터 알았던 친구여서 잘 통한다”며 “KLPGA 시드를 땄을 때 ‘진짜 축하한다. 빨리 올라와서 같이 치자’고 했는데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해서 올해 미국으로 떠났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LPGA 투어는 아림이가 얼마나 기다렸던 무대였는지 알기에 친구의 앞날을 응원한다”고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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