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1352일 도전 끝… 김시우, PGA 투어 관문에서 세 번째 우승

2012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Q스쿨 17세 최연소 통과
2016년 윈덤 챔피언십 21세 한국 선수 최연소 우승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어 3년 8개월 만에 통산 3승
6세 때 아버지 골프채 잘라서 스윙하던 골프신동
  • 등록 2021-01-26 오전 12:00:01

    수정 2021-01-26 오전 12:00:01

김시우가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에서 열린 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통산 3승째를 올린 뒤 우승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김시우(26)가 3년 8개월(1352일)의 도전 끝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총상금 670만달러)에서 통산 3승째를 올렸다.

김시우는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쳐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이날만 11타를 줄이며 추격해온 패트릭 캔틀레이(미국)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13년 PGA 투어 진출 이후 2016년 윈덤 챔피언십과 2017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개인 통산 3승째다. 특히 8년 1개월 전 자신의 PGA 투어 진출 관문이 된 퀄리파잉스쿨(이하 Q스쿨)이 치러진 장소에서 우승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우승은 의미가 남달랐다.

김시우는 PGA 투어 진출부터 남달랐다. 2012년 12월. PGA 웨스트 골프장에서 열린 PGA 투어 Q스쿨. 당시 대회를 끝으로 PGA 투어 Q스쿨이 폐지될 예정이었던 터라 강성훈, 이동환, 김민휘, 김형성, 김대현 등 한국 선수들이 유독 많이 참가했고 고등학교 2학년으로 만 17세였던 김시우도 도전을 했다. 6라운드로 치러지는 대회 중 3라운드가 끝났을 때 김시우에게 관심이 쏠렸다. 25위 이내에 이름을 올려 김시우가 Q스쿨을 통과하면 곧바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PGA 투어 측은 답하지 않았다. 이런 일이 드물었기에 관련 규정을 찾아봐야 했다. 하루가 지나 4라운드 끝난 뒤 김시우가 24위를 유지하자 미디어센터에 관련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김시우가 Q스쿨을 통과해도 만 18세 이전까지 정식으로 PGA 투어 대회에 나올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상황이 복잡했으나 김시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PGA 투어 Q스쿨을 통과했다. 만 17세 5개월 6일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통과한 김시우의 기록은 그 해 PGA 투어 Q스쿨이 폐지되면서 영원히 깨지지 않는 기록이 됐다.

2012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 골프장에서 열린 PGA 투어 Q스쿨을 통과한 뒤 김시우가 클럽하우스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김시우가 골프를 배운 건 6세 때다. 골프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우연히 골프연습장에 갔다가 골프채를 휘둘러본 이후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보다 골프채를 휘두르는 걸 더 좋아했다. 아들의 재능을 발견한 김시우의 부친 김두려 씨는 자신이 치던 드라이버를 잘라서 아들에게 줬다. 당시만 해도 어린이용 골프채가 흔하지 않던 때여서 급조해 만들었다.

초등학교 입학 후 대회에 나가기 시작한 김시우는 일찍 두각을 보였다. 3학년 때 5~6학년과 경쟁할 정도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국가대표로 뽑혀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가대표 2년 차에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PGA 투어 진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미국으로 날아갔다.

PGA 투어 Q스쿨에 합격했지만 김시우는 만 18세가 되기 전까지 대회 출전은 스폰서 초청을 받은 몇 차례가 전부였다. 훈련도 부족했고, 적응하지 못하면서 성적을 내지 못했다. 6월이 돼서야 정식으로 투어 활동을 시작했으나 단 8개 대회밖에 뛰지 못한 채 시즌을 접었다. 결국, 시드를 잃은 김시우는 2부(당시 웹닷컴) 투어로 내려갔다.

2부 투어에서 김시우를 기다리고 있는 건 고생길이었다. 미국을 벗어나 콜롬비아, 파나마, 브라질 등 남미까지 이동하며 치러야 하는 2부 투어는 영어 한마디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부자가 감당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날이 허다해 4~5주씩 대회에 참가한 뒤 집에 오면 5~6kg씩 체중이 줄었다. 체력까지 바닥나면서 김시우는 2부 투어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19개 대회에 참가해 15번 컷 탈락했다. 김시우의 부친 김두려 씨는 “먹거리를 준비해 가도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거나 그 흔한 전자레인지 하나 없어 밥을 먹지 못할 때가 많았다”며 “워낙 고생이 심해 국내로 돌아올까 고민도 했다”고 2부 투어 시절을 되새겼다.

그러나 PGA 투어에서 성공하겠다는 김시우의 의지가 강했다.

초등학교 시절의 김시우. (사진=플레이앤웍스)
2015년 각오를 다지고 다시 시작한 2부 투어에서 마침내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7월 스톤브레 클래식에서 우승해 PGA 투어 재입성에 성공했다.

2년 동안 눈물 젖은 빵을 먹은 김시우는 3년 전보다 훨씬 강해져 돌아왔다. 개막 후 5개 대회에서 3번이나 톱25 이내의 성적을 거두더니 하와이에서 열린 소니오픈에서 4위에 올라 적응을 끝마쳤다. 그리고 8월 정규 시즌 마지막 대회로 열린 윈덤 챔피언십에서 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하며 마음고생을 덜어냈다.

최경주(51), 양용은(49), 배상문(35), 노승열(29)에 이어 PGA 투어에서 우승한 다섯 번째 한국 선수가 된 김시우는 최연소 우승(21세 1개월 24일) 기록도 경신했다.

‘최연소’ 타이틀이 익숙해진 김시우는 2017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만 21세 10개월 14일의 나이로 우승, 2004년 아담 스콧(호주)이 세운 최연소(23세 8개월 12일)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당시 김시우의 우승은 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규모가 큰 대회다. 타이거 우즈, 리키 파울러, 제이슨 데이 등 PGA 투어의 특급 선수와 최경주가 우승했던 대회다. 17세의 나이로 PGA 투어에 진출해 숱한 고난을 이겨내고 차지한 우승이었기에 의미가 더 컸다. 김시우의 우승 뒤 미국 골프채널은 “영국인이 유럽연합(EU) 탈퇴를 찬성하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만큼 놀라운 이변”이라고 평가했다.

2승 이후 꽤 오랜 시간 우승 행진이 멈췄다. 2018년 RBC 헤리티지에서 고다이라 사토시(일본)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준우승했고, 지난해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또 한 번 우승의 기회가 있었으나 마지막 날 역전을 허용하며 3위에 만족했다. 한때 28위까지 올랐던 세계랭킹은 90위권으로 떨어졌다.

2019~2020시즌엔 페덱스컵 포인트 순위 81위에 그치면서 2016년 PGA 투어 재입성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후 귀국한 김시우는 2주간 자가격리를 포함해 약 한 달 동안 휴식한 뒤 다시 미국으로 이동해 새해를 준비했다. 지난해 새로 만난 스윙코치와 해온 스윙 개조를 완성하기 위해 서둘러 훈련을 시작했다.

새해 첫 대회부터 예사롭지 않은 샷 감각을 뽐냈다. 하와이에서 열린 소니오픈에서 4라운드 동안 두 번이나 보기가 없는 경기(Bogey Free)를 했다. 이어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도 김시우의 샷은 날카롭게 돌아갔다. 나흘 동안 경기하면서 3번이나 ‘보기프리’ 경기를 하며 3년 8개월 만에 통산 3승째를 올렸다.

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가 3승 이상을 기록한 건 최경주(통산 8승)에 이어 김시우가 두 번째다. 또 이날 우승으로 상금 120만6000달러(약 13억3000만원)를 추가해 통산 상금을 1300만9789달러(약 143억7500만원)로 늘렸다. 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가 상금 1000만달러를 돌파한 것 역시 최경주(3271만5627달러)에 이어 김시우가 두 번째다. 20년 동안 PGA 투어를 누빈 최경주의 뒤를 잇는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으로 성장하고 있다.

김시우는 “최경주 프로님이 쌓으신 업적이 워낙 크기에 내가 그 기록이나 승수를 깰 수 있을지 생각하진 않았다”며 “내 목표는 올해 우승을 하는 것이었는데, 그 목표를 굉장히 일찍 달성해서 매우 기쁘고 행복하다. 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까지 나가고 올해 또 우승하면 좋겠다”고 기뻐했다.

김시우가 17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넣은 뒤 주먹을 쥐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김시우 프로필

△생년월일 1995년 6월 28일 서울 출생

△학력 신성고-연세대 체육학과

△경력 2011년 골프 국가대표

△소속 CJ대한통운

△프로 입문 2012년 PGA 투어 Q스쿨 최연소 통과(만 17세 5개월 6일)

△우승 2015년 PGA 웹닷컴투어 스튼브레 챔피언십

2016년 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 (만 21세 1개월 10일, 한국 선수 최연소 )

2017년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만 21세 10개월 14일, 대회 최연소)

2021년 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통산 3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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