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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투어의 투어이사회는 올해 대회 축소에 따라 내년까지 시드를 유예하기로 하는 한시적 규정을 만들어 지난달 말 발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17개가 열릴 예정이던 대회가 10개로 줄어들자 지난해 성적 기준으로 올해 시드를 받은 70명(이하 시드권자)은 이번 시즌 성적에 상관없이 내년에도 같은 조건으로 투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시드를 유예해주기로 했다.
규정은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대회를 뛸 수 있도록 하자는 좋은 취지에서 만들어졌으나 오히려 선수들을 두 패로 갈라놨다. 새 규정이 전체 선수(156명)가 아닌 시드권자(70명)에게만 적용되면서 혜택을 받는 선수와 소외된 선수들 간에 대립이 심해졌다.
KPGA 코리안투어는 대회 참가 기준을 시드 순위로 정하고 있다.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 상금왕, 우승자 그리고 시드권자 등의 순서로 대회의 우선 참가자격을 준다. 퀄리파잉 토너먼트(이하 QT)를 거친 선수는 그다음이다. 시드 순위가 높을수록 더 많은 대회에 나갈 수 있고, 한국오픈이나 신한동해오픈 등 아시안투어와 공동으로 열리는 국제대회의 참가 기회도 생긴다. 즉 시드는 선수들에게 ‘보장된 밥줄’인 셈이다.
지난 8일 투어이사회와 QT 출신 대표 선수 20여 명이 모여 긴급회의를 가졌다. QT 출신 선수들은 기존 시드권을 유예하는 대신 QT 출신 선수들에게도 높은 순위의 시드를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첫 번째 회의에선 언성만 높인 채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자칫 시즌 내내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었으나 15일 극적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투어이사회가 회의를 소집했고 이날 QT 출신 선수의 의견을 받아들여 규정을 바꿨다. 기존 시드권자의 시드를 유예하되 올해 성적을 반영해 새로운 시드 순위를 정하기로 했다. 또 QT 출신 선수들은 올해 성적에 따라 내년 시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함께 땀 흘리며 경쟁하는 동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파국 위기를 모면했다. QT 출신 선수들도 자신들을 위해 양보한 투어이사회의 결정을 반겼다.
코리안투어는 올해 염원하던 기업인 출신 회장을 영입하면서 기대를 안고 새 출발을 했다. 코로나19라는 난관을 뚫고 새 시즌 개막에도 성공했다. 김주형이라는 새로운 스타까지 탄생해 모처럼 활기찬 투어가 되고 있다. 자칫 코로나19보다 더 큰 위기에 몰릴 뻔 했으나 배려와 양보라는 해법을 찾아 다시 손을 맞잡은 선수들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