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대변화 못 쫓는 대중문화 성인지 감수성

  • 등록 2020-05-06 오전 5:55:00

    수정 2020-05-06 오전 9:59:47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대중문화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방송 8회 만에 시청률 20%를 넘긴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대표적이다. 불륜을 소재로 한 ‘부부의 세계’는 사건에 관계하는 인물들의 감정 및 심리 변화에 파고들어 현실 속의 다이내믹한 역학관계, 이해관계를 보여주는 웰메이드 심리스릴러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여성 주인공을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온 기존의 많은 드라마와 달리, 불륜을 저지른 남편과 그것을 알고도 침묵한 주변 사람들을 응징하는 주체적인 캐릭터로 응원받고 있다.

그러나 진화하는 여성 캐릭터로 주목받은 이 드라마는 지난달 18일 8회 방송에서 여성 주인공이 자택에 침입한 괴한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가해자의 시점으로 담아내는가 하면, 여성이 남성에게 ‘가방을 사주면 애인이 되겠다’고 말하는 시대착오적인 설정으로 비판을 받았다.

유사한 사례는 드라마나 예능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지난달 15일 개봉한 ‘서치 아웃’은 취준생들이 SNS범죄를 해결하는 이야기로, 러시아에서 130명의 청소년을 자살로 몰아간 ‘흰긴수염고래 게임’이라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해 관심을 모았다. 이 영화에 그룹 포미닛 출신 허가윤이 이시언 김성철과 주연을 맡았는데, 해커로 사건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지만 해결자가 아닌 남성 주인공의 조력자 역할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해 개봉한 영화를 대상으로 조사한 벡델 테스트(성평등 테스트)에 따르면 ‘벌새’ ‘윤희에게’ ‘우리집’ ‘메기’ 등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여성 영화의 약진이 있었으나, 여전히 많은 상업영화에서 여성의 비중이 작을수록 여성은 남성 서사에 종속돼 기능적이고 도구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또 남성들 무리 속에 홀로 존재하며 정형화된 여성 캐릭터로도 그려지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3년전 세계로 확산된 미투운동은 사회 곳곳에 만연한 성차별에 대한 화두를 던졌고, 성인지 감수성이 새로운 가치로 떠오르며 사회 전반에 변화가 일고 있다. 그러나 대중문화가 그 변화를 뒤쫓는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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