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신원호·이우정 표 의(사)드 열풍

'응답' 우정·향수 코드 녹아내
시청자 공감 높인 사람 얘기
러브라인·OST도 인기
  • 등록 2020-04-22 오전 6:00:00

    수정 2020-04-22 오전 6:00:00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 콤비가 ‘의드’의 새 장을 열었다. 긴장감 넘치는 수술 장면과 병원 내 권력다툼 중심의 기존 ‘의학’ 드라마에서 벗어나 의사들의 소소한 이야기와 환자들의 사연을 그려낸 ‘사람’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삶에 스며들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포스터(사진=tvN)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이어 흥행시킨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의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첫회 시청률 6.3%로 시작해 매회 최고 수치를 경신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6일 방송한 6회는 11.7%까지 상승했다. tvN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에서는 평균 8.3%, 최고 9.4%로 지상파 포함 전 채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OST ‘아로하’는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주간(13~19일), 19일 일간 차트 각각 1위에 올랐다.

매력적인 캐릭터부터 추억을 건드리는 감성까지, ‘응답하라’부터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차곡차곡 쌓아올린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의 내공이 인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주인공 5인방의 과거 스틸컷(사진=tvN)
◇ ‘응답’부터 쌓아올린 우정·향수 코드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의 작품에서 항상 등장하는 키워드는 우정이다. ‘응답하라 1997’의 고교 친구들, ‘응답하라 1994’의 하숙집,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골목길 친구들까지 각각의 우정이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감동을 안기며 드라마를 이끌어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마찬가지다. 의대 동기 5명 이익준(조정석 분), 안정원(유연석 분), 김준완(정경호 분), 양석형(김대명 분), 채송화(전미도 분)의 이야기가 드라마의 주를 이룬다. 대학 때부터 시작돼 율제병원까지 이어지는 다섯명의 우정은 드라마라고 특별하지는 않다. 식사를 하며 누가 밥을 더 먹고 덜 먹었느냐로 다투고, 친구의 아픔(가정사, 연애사 등)을 쉽게 입에 올리며 허물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평범한 우정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낸다는 평이다.

‘응답하라’의 대표적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 추억, 향수 코드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재미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의대 동기라는 설정 덕에 회상신이 등장하며 주인공 5인방의 과거와 그 시대의 모습들이 그려진다. 브리지 염색부터 떡볶이 코트, 곱창 밴드, 16화음의 휴대폰 등의 소품과 그 시대에 유행했던 문화들이 흘러나오며 추억을 자극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포스터(사진=tvN)
◇ 모두가 주인공…사람 사는 이야기로 높인 공감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억지스럽지 않다. 주인공을 위해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지 않고, 극악무도한 악역을 만들어내지도 않는다. 현실감 있게 적정한 선을 유지하며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전개를 이어가고 있다. 주종수(김갑수 분)는 안병우 회장이 죽고 정로사(김해숙 분)와 율제재단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수가 적고 표정이 의뭉스러울 뿐 야욕이나 세속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논문을 위해 환자를 이용한 용석민(문태유 분)도 그 선에서 그칠 뿐 또 다른 악행을 저지르지 않는다. 친근하고 따뜻한 의사 이미지와 달리 후배들에겐 폭군으로 불리는 민기준(서진원 분)도 환자의 수술까지 망치는 최악의 의사는 아니다. 악역 없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오히려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깝게 닮아있다는 평이다.

매회 등장하는 의사, 환자들의 에피소드도 공감과 감동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뇌인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 산모가 평생 트라우마를 가질까 아이 울음소리를 막은 산부인과의 에피소드부터 딸의 간을 이식받은 아버지, 아버지의 수술 때문에 신혼여행을 포기하고 응급실 앞을 지킨 딸의 사연까지. 드라마가 지루할 틈 없이 채워지는 비결이다. 시청자 임수지(32·회사원) 씨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요즘 나오는 다른 드라마처럼 악역에 감정소모를 하지 않아도 돼 좋다”고 말했다. 이어 “매주 환자들의 사연이 나오는데 그게 너무 무겁지도, 너무 슬프지도 않다”며 “적당하게 유머 코드도 있고 강약조절을 잘하는 것 같아 시청하기에도 좋다”고 전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포스터(사진=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주인공 5인방의 밴드 연습 장면(사진=tvN)
◇ 출구 닫은 코믹 요소+OST+러브라인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의 작품은 드라마와 시트콤, 비극과 희극을 넘나든다. 삶을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만큼 희로애락의 감정을 다루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현실성 있게 그렸다. 그중 코믹 요소들이 특히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헬멧을 쓰고 수술을 집도한 익준의 등장부터 쌍둥이 인턴 윤복, 홍도의 이름을 ‘철이와 미애’·‘견우와 직녀’ 등으로 부르는 실수, 배우들의 주고받는 대사들까지 급습하는 위트들이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주인공의 남편찾기 및 러브라인이 가동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 드라마에서도 여자주인공 송화의 러브라인 상대를 찾는 추리가 시작됐다. 후배 치홍(김준한 분)부터 석형, 과거사가 드러나며 새롭게 등장한 후보 익준까지 얽히고설킨 러브라인이 새로운 재미 포인트로 자리잡았다. 송화의 로맨스뿐만 아니라 준완과 익순(곽선영 분), 정원과 겨울(신현빈 분), 석형과 민하(안은진 분)의 러브라인도 진전되며 재미를 더하고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는 영리한 설정이 또 하나 있다. 주인공 5인방이 취미 생활로 밴드 활동을 하는 것. 밴드 설정은 회가 거듭될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5인방이 연주한 추억의 노래 ‘아로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밤이 깊었네’ 등의 곡이 배경음악으로 쓰이며 몰입도를 높이기도 하고, 시청자들의 추억을 자극하기도 한다. 주인공들이 부른 노래는 OST로 발매돼 음원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1석 3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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