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 인기 진단]'미스트롯' 롱런, '쇼미'에서 찾아라

'미스트롯' 한가빈-'쇼미더머니' 비지 대담
  • 등록 2019-07-23 오전 12:03:00

    수정 2019-07-25 오전 8:46:48

최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이데일리에서 대담을 진행한 트롯 가수 한가빈(가운데)과 래퍼 비지(오른쪽). 왼쪽은 진행을 맡은 이데일리 문화레저산업부 김은구 기자(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어렵게 살린 불씨다. 대한민국 전국 각지에서 모처럼 불고 있는 트롯 열풍, 이걸 이끌어낸 건 종합편성채널 TV조선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이었다.

관건은 이 열기를 얼마나 오래 끌고 가느냐는 것이다. 트롯 가수들과 소속 기획사들, ‘미스트롯’의 성공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방송사들의 과당경쟁 속 장르의 인기가 쉽게 시들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시즌8 방송을 앞두고 있는 Mnet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가 ‘미스트롯’과 트롯 가수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대상이 될 수 있다. 장르는 다르지만 ‘신인 발굴’과 ‘경연’이 콘셉트인 점은 같고 ‘미스트롯’ 방송 직후 업계 분위기도 이미 거쳤기 때문이다. ‘미스트롯’ 출연자 한가빈과 ‘쇼미더머니6’에 프로듀서로 출연한 비지가 최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이데일리를 찾아 음악 장르와 방송의 상호작용과 필요한 방안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 서로 간 장르에 대한 평소 인식은 어땠나?

△ 비지=트롯은 친근감 있는 장르였다. 내 음악의 기반은 아버지가 자동차 안에서 틀어준 음악들이었다. 팝송을 많이 트셨지만 기분이 좋으실 때 틀어놓으시는 음악이 트롯이었다. 태진아, 송대관, 송창식 선배님들의 노래들을 따라 불렀다. 어머니 성함이 ‘선희’인데 태진아 선배님 ‘선희의 가방’을 부르며 어머니에게 장난을 쳤던 기억도 난다. 음악을 하면서 소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개인적인 소재가 가장 대중적인 소재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 장르도 트롯이다.

△ 한가빈=노래를 배울 때 처음 재즈로 시작해 R&B, 발라드로 넓혀갔다. 록도 배웠다. 성인이 돼 트롯이 좋아졌다. 힙합은 배우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거리감이 느껴졌다. 장르를 잘 모르니 허세가 깃든 겉모습만 보면서 ‘이 사람들은 나와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결선 현장(사진=TV조선)
- ‘미스트롯’ ‘쇼미더머니’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장르에 대해 새롭게 인식한 게 있나.

△ 한가빈=힙합 가수들의 철학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트롯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싶어 하는데 힙합 가수들도 스토리가 있고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꼈다. 동질감이 생긴 것 같다.

△ 비지=어려서는 트롯 가사 속 단어의 의미도 모르게 그냥 막 따라 불렀다. ‘미스트롯’을 보면서 과거 따라 부른 노래들에 깊은 뜻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어려서는 트롯이 1차원적인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힙합이나 트롯이나 삶의 이야기가 담긴 게 좋은 음악이고 좋은 음악은 늙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경연 프로그램이 해당 음악의 장르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한가빈=‘미스트롯’은 장윤정 선배님의 ‘어머나’를 시작으로 붐을 이룬 세미트롯이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통 트롯이 다시 대중에게 가까워지도록 하는 다리가 됐다. 가장 정통 트롯에 가까운 가수였던 송가인이 우승을 했다. 나도 예상을 못했던 바다. 아이돌과 가까운 가수가 선택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트롯 가수와 제작자들에게 대중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게 하는 역할을 해준 것 같다.

△ 비지=대중화. 내가 어려서 힙합이 하고 싶어 데모테이프를 만들어 기획사에 갖다주면 ‘녹음이 잘못됐다’, ‘멜로디가 없다’, ‘이걸 어떻게 음반으로 내냐’ 등의 반응이 주류였다. ‘이건 음악이 아니다’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그런 분위기가 바뀌는 데 ‘쇼미더머니’ 같은 프로그램의 역할이 분명 있었다.

- 방송 프로그램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을 갖고 있을 것 같다.

△ 비지=방송이 시즌을 거듭하고 장르가 대중화되면서 플레이어들은 많아졌지만 깊이는 낮아진 것 같다. 예전의 힙합이 더 날것이었고 진했고 깃든 철학도 더 깊었던 것 같다.

△ 한가빈=소속 트롯 가수를 ‘미스트롯’에 안 내보낸 제작자들 사이에서 “너무 힘들다”는 말들이 나온다. ‘미스트롯 출신’이 브랜드가 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 자체가 부정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트롯 경연 프로그램들이 많아지면 어디 출신으로 패가 갈리고 가수라는 동료애보다 경쟁이 심화될 것 같은 우려는 든다.

한가빈(사진=김태형 기자)
- 가빈씨의 말은 각 장르별 시장 양극화에 대한 우려다. 실제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데 뭐가 문제라고 보나.

△ 비지=최근 ‘한국 사람들이 잘 하는 게 비교’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시험에서 90점을 받아 기분이 좋아 엄마한테 자랑했더니 ‘옆집 철수는 100점’이라면서 핀잔을 하고 그러면 나는 순식간에 불행한 사람이 된다. 다양성이 존중되고 밸런스가 맞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방송에서 가사에 욕도 있고 돈도 있는 힙합이 인기를 끌면 그 쪽으로만 편중되기 일쑤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미디어도 중요하지만 플레이어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 ‘쇼미더머니’에서 악마의 편집 등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게 장르의 왜곡을 극대화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미스트롯’도 순위에 제작진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 것들이 사실이라면 꼭 필요했을까?

△ 한가빈=‘미스트롯’은 100% 국민투표로 순위가 결정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마스터들의 결정권이 컸고 그들의 생각이 중요했다. 군부대 미션에서 군인들의 투표가 마스터들의 결정권과 비중이 반반이었다. 군인들이 1등을 준 팀과 마스터들이 1등을 준 팀이 전혀 달랐다. 마스터들이 선곡에 제안을 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가수들에게 선택권이 있었고 순위 개입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 비지=방송의 흥미를 위해 ‘악마의 편집’은 필요했을 수 있다. 특히 서바이벌은 경쟁인 만큼 싸움을 붙여야 재미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요즘은 시청자들도 힙합 가수들이 누가 누구와 친한지 다 안다. ‘서로 싸워라’ 해서 싸워도 가짜인 걸 파악하고 있을 거다.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오히려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전달되는 진정성이 더 시청자들한테 호소하는 요소가 될 거다.

△한가빈=출연자가 멍하니 있는 모습에 자막에 뭐라고 붙으면 시청자들은 자막 문구 대로 받아들인다. 양면을 생각하지 않는다. 시청자들에게 다른 가능성을 이해시키는 것은 가수 입장에서 너무 어려운 문제다.

- ‘쇼미더머니’의 경우 시즌8을 앞두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해 호응도는 낮아진 느낌이다.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 비지=출연자들의 실력은 말이 필요 없다. 과거에는 미국 힙합 가수들의 영상을 보고 배웠지만 요즘은 따라할 영상도 많고 운율을 맞추는 패턴이라든지 다양한 학습자료들이 있다. 취향의 차이만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더 이상 대중을 확 끌어들이는 요소가 부족해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쇼미더머니’ 출연자보다 ‘고등래퍼’ 김하온이 더 좋았다.

비지(사진=김태형 기자)
- 가수 입장에서 경연 프로그램에 필요한 변화는 뭐라고 생각하나.

△ 비지=오래 가려면 다양한 것,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 ‘쇼미더머니’를 예로 들면 그 동안 ‘돈’을 보여줬다면 이제 ‘지식’으로도 어필해야 한다. 가사를 통한 정서적인 공감도 필요하다. 진솔한 이야기를 더 들려줬으면 한다.

△ 한가빈=가수들도 유행을 타다보니 매번 비슷한 시도를 한 작품이 많이 나온다. ‘어머나’가 인기를 끄니 세미 트롯이 봇물을 이루고 ‘아모르파티’가 잘되니 EDM 트롯 곡들만 나오는 게 현실이다. ‘나다운 게 최고’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 누군가를 모방하고 가깝게 가려고 하는 경향에 변화를 줘야 한다.

- 가장 긍정적인 것은 경연 프로그램과 음악 장르가 모두 좋은 반응을 얻어내면서 오래 가는 것이다. 어떤 방법이 있겠나.

△ 비지=힙합이든 트롯이든 경연 프로그램에 각 장르의 선배님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해 조언을 하고 제작진도 이를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있었으면 한다. 무조건 대중성을 띈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아티스트들, 마니아들의 입장도 고려 대상이 돼야 한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힙합을 소재로 삼으면 자존심 상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게 맞다는 게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감안을 해야 하지 않겠나.

△ 한가빈=가수들에 대한 평가 기준을 1차원적인 것으로 삼지 않았으면 한다. 트롯의 경우 행사를 뛰는 데 연료가 몇 리터, 달린 거리가 몇 킬로미터라고 보여주는 데 너무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경연 이후 발전을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문제다. 방송은 조명, 믹싱 등 여러 장치가 들어가 시청자들에게 보여지는데 실제 행사무대에서 좋지 않은 음향설비로 노래를 부를 때 관객들이 받게 될 실망감도 생각해야 한다.

△ 비지=동감이다. 힙합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한 동생들에게 꼭 해주는 이야기가 ‘프로그램이 끝날 때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이다. ‘쇼미더머니’에 출연해서 선보인 신곡도 ‘쇼미더머니’ 방송 음원으로 치부되고 얼마 지나면 대중도 그 노래를 쳐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 트랙터 진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