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점점 불편한 관크, '내 영화 방해하지 마'

  • 등록 2018-12-31 오전 6:00:00

    수정 2018-12-31 오전 6:00:00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퀸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1000만 관객을 바라보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이례적으로 극장에서 ‘소리 질러’가 허용된 영화였다. ‘싱어롱’의 명분으로 영화를 보면서 퀸의 노래를 따라하거나 흥얼거리는 이들이 많았다. 사실 극장에서 소리를 내는 행위는 다른 사람의 관람을 방해한다. 이른바 ‘관크’다. 겉으로 표현을 못해도 그중에는 퀸의 음악과 영화를 온전히 감상하고픈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아닌 다른 영화였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거나 항의를 받았을지 모른다.

관크는 ‘관객’이란 단어에 게임 용어 중 상대에게 데미지를 입힌다는 ‘크리티컬’이 합쳐진 ‘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이다. 관크는 연극, 뮤지컬 등 공연계에서 먼저 사용하다가 극장에서도 일상적인 표현이 됐다. 극장 내 관크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얘기다.

관크에는 ‘폰딧불’ ‘설명충’ ‘커퀴밭’ 등 몇 가지 유형이 있다. 폰딧불은 휴대폰과 반딧불이 합쳐진 말인데 상영 중에 휴대폰 액정 불빛이 다른 사람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로 대표적인 관크의 예다. 설명충은 말 그대로 영화 내용을 설명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소리도 소리지만 영화의 내용을 얘기하는 것만큼 관람 욕구를 떨어뜨리는 일도 없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주부 박모(38)씨는 “얼마 전 극장에서 아들과 애니메이션 영화 ‘스파이더맨:뉴 유니버스’를 봤는데 어떤 엄마가 아이가 묻지도 않았는데 장면 장면마다 설명을 하더라”며 “그럴 거면 좀 기다렸다가 집에서 IPTV로 보든가 하지, 왜 극장까지 와서 남한테 피해를 주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커퀴밭은 ‘커플 바퀴벌레 밭’의 줄임말로 과한 애정행각을 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개방된 공간인데 어두워서 보이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지, 대담하게 스킨십을 하는 커플들이 있다. 지난 8월 초 A 멀티플렉스 극장 측에 “영화 관람 도중 옆 좌석 커플이 키스 소리를 심하게 냈으며, 남성이 여성에게 몸을 기대고 비비는 등 과도한 행위를 했다”는 관객의 불편 내용이 접수된 사례가 있었다. 영화가 시작하고 5~10분 늦게 나타나는 ‘레이트쇼’나 아예 나타나지 않는 ‘노쇼’, 상영 중에 빈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메뚜기’도 있다. 음식을 쩝쩝 소리 내어 먹는 ‘쩝쩝충’, 발차기·냄새·기침·트림 등 관크는 다양하다.

이런 경우 현장에서 눈치를 주거나 항의를 하지만 대부분은 참고 넘어간다. 직접 항의를 할 시에 또 다른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다. B 멀티플렉스 극장 측에 따르면 “관람 중에 통화를 하는 남성이 있어서 얘기를 했는데 자신한테 욕을 했냐면서 팔로 위협하고 욕설했다. 아이와 함께 있어서 그 상황이 상당히 위협적으로 느껴졌고 쫓아와서 해코지를 할까봐 영화 중간에 나가지도 못했다. 처음 겪는 일에 직원을 불러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호소한 사례도 있었다.

관크란 말이 일상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건 극장 내 비매너 행위가 만연해있다는 반증이다. 영화 그 자체를 온전히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관크는 스트레스다. ‘설명충’ ‘쩝쩝충’처럼 타인 혐오를 부추기는 부정적 요소도 있지만, 관크는 비매너 행위를 문제 제기 및 공유함으로써 관람 문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긍정적 기능도 없지 않다. 김대희 CGV 홍보팀 부장은 “관객들이 SNS 등을 통해 비매너 행위를 공유하면서 나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불편을 느끼고 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행위에는 결국 ‘에티켓을 지키자’는 바람과 자성의 의도가 담긴 것”이라며 “이를 통해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생기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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