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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을 관람했다. 남측 예술단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내가 레드벨벳을 보러 올지 관심들이 많았는데, 원래 3일에 오려고 했지만 일정을 조정했다”며 레드벨벳을 직접 언급했다. 그 동안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은 몇 차례 있었지만 북한 지도자의 관람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관람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측 예술단 출연진과 인사를 할 때는 “문화예술공연을 자주 해야 한다”며 “남측이 ‘봄은 온다’라는 공연을 했으니 가을엔 결실을 하고 ‘가을이 왔다’라는 공연을 서울에서 하자”고 말했다. 문화예술공연의 교류가 한반도 긴장 완화에 중요한 도구로 쓰였고 레드벨벳이 그 한 축을 담당한 셈이다.
평양에서 남측 가수가 공연을 한 것은 지난 2005년 조용필이 마지막이었다. 조용필을 비롯해 이번 남측 예술단에 포함된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등은 북한에서 공연을 한 경험이 있고 현지에서 인지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레드벨벳도 이 같은 현지 분위기를 미리 예상했을 터다. 레드벨벳은 공연 후 남측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극과 극을 생각했다. 반응이 없어도 우리 노래를 보여드리는 거고 영광스러운 자리니까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고 공연 전 각오를 털어놨다.
레드벨벳은 히트곡 ‘빨간 맛’과 ‘배드 보이’ 두 곡으로 무대를 꾸몄다. 현지 정서를 감안한 노래 가사와 퍼포먼스의 수정은 없었다. 의상도 ‘배드 보이’ 활동 당시와 비슷했다. 관객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멤버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박수를 크게 쳐줬다”며 “관객이 다들 입가에 미소를 짓는 모습에 힘을 받아서 공연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백지영·알리·정인·강산에·서현·피아니스트 김광민도 참여했다. 남측 예술단 11팀은 26곡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관객은 기립박수로 화답을 했다.
해외 언론에서도 레드벨벳을 포함한 이번 남측 예술단의 첫 평양 공연에 호평을 보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현지시간) ‘한국의 대북외교 서곡은 K팝’이라는 기사에서 “남북 관계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쓰였던 K팝이 화해의 도구로 변신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같은 날 “고립된 주민들에게 남한 대중문화가 침투하는 것을 차단해 온 북한 독재 정권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남측 예술단 공연 관람은 특이한 일”이라며 “남측 예술단의 공연은 국제 외교라는 이름으로 북한에 행해진 위대한 팡파르”라고 평가했다.
남측 예술단은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북측 예술단과 2시간여의 합동 공연으로 평양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