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관 vs 태진아, 유쾌한 라이벌의 한판 대결

  • 등록 2012-10-15 오전 1:07:56

    수정 2012-10-15 오전 9:56:10

태진아(왼쪽)와 송대관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아무리 여러 번 들어도 실제로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싸움 구경이 재밌다. 주먹이 오고 가는 것보다 더 흥미진진한 싸움이 있다. 노래·입담 대결이다. 가요계 ‘유쾌한 맞수’ 송대관·태진아가 또 한판 붙었다.

지난 14일 열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서 열린 ‘송대관 대 태진아 라이벌 콘서트-쏭의 전쟁’ 얘기다. 지난 2007년부터 6년간 전국 80여 도시를 순회하면서 전회 매진이란 대기록을 달성한 트로트계 최초 브랜드 콘서트다.

이번에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5000석(2회)은 꽉 찼다. 40·50대 관객은 물론 부모를 모시고 온 20·30대 관객도 모두가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이고 손뼉을 쳤다. 15인조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 두 가수의 유쾌한 입담과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노래들에 관객은 울고 웃었다.

‘큰절’ 태진아 vs ‘망사 셔츠’ 송대관

두 사람은 올해 각각 데뷔 46년, 40년을 맞은 가수들이다. 히트곡만 수십여 개다. ‘해뜰날’, ‘미안 미안해’, ‘네박자’, ‘동반자’, ‘유행가’ 등 송대관·태진아의 대표곡이 번갈아 메들리로 나왔다. 관객들은 본무대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흥얼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존재감은 그만큼 묵직했다.

송대관과 태진아는 자신들만의 이야기와 노래로 1·2부를 나눠 꾸몄다. 3부는 민요와 팝송이 어우러진 합동 무대였다. 1부의 문은 ‘아우’ 태진아가 먼저 열었다. 그는 ‘사랑은 아무나 하나’, ‘사랑은 장난이 아니야’, ‘바보’로 내달려 분위기를 띄웠다.

‘가버린 사랑’, ‘백성사랑’, ‘사모곡’ 등 애절함과 한(恨)이 담긴 곡들에서 그는 금방이라도 피를 토할 듯했다. 관객들은 숨죽였고, 그는 “중국집 배달원으로 시작해 37번째 직업인 가수로 오랫동안 여러분의 사랑을 받았다. 감사하다”며 무대 위서 무릎을 꿇고 큰절을 했다. 그리고 ‘옥경이’, ‘동반자’, ‘잘살꺼야’, ‘사랑은 돈보다 좋다’를 혼신의 힘을 다해 열창했다. 박수갈채가 쏟아질 수밖에 없는 무대였다.

2부는 ‘형님’ 송대관의 몫. 그는 ‘유행가’, ‘차표 한장’으로 한껏 흥을 고조시켰다. 특유의 걸쭉한 너스레도 이어졌다. 그는 “태진아가 히트곡 같지 않은 곡들로 시간을 끌어서 내 마음이 다급하다. 주옥같은 노래들을 1절씩만 부르겠다”며 ‘고향이 남쪽이랬지’, ‘혼자랍니다’, ‘내 여자’, ‘우리 순이’를 연달아 불러제꼈다.

그는 “각종 가요대상을 휩쓸고, 극장 리사이틀 공연이 인기 있던 시절 첫 공연을 했던 곳이 바로 이곳(구 시민회관)이다. 45년 만에 다시 찾았다”며 감격해 했다. 그는 잠시 그 시절로 돌아가 보자고 했다. ‘세월이 약이겠지요’, ‘무정 부르스’, ‘해뜰날’ 등 그를 반석에 올려놓은 곡들이 팬들과 함께 추억됐다.

그가 준비한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그가 재킷을 벗자 망사 셔츠가 모습을 드러낸 것. 중년 여성 팬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남성팬들 역시 시기와 질투보다는 너그러운(?) 웃음을 터트렸다. 신곡 ‘분위기 좋고’가 잘 어울리는 무대였다. ‘정 때문에’, ‘사랑해서 미안해’도 그렇게 이어졌다. 끝으로 그는 “내가 뭘 보여주고 뭘 들려주려고 이 무대에 섰는가 고심했다”며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로 잔잔히 관객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다른 듯 닮은 ‘동반자’, ‘분위기 좋고’

익히 잘 알려졌듯 두 사람의 익살스러우면서도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라이벌 콘서트에 빠질 수 없는 조미료다. 앞서 처음 송대관·태진아 두 사람은 나란히 손을 잡고 무대 위에 등장했다. 화기애애했다.

태진아는 “가요계 전설, 지존이다. 히트곡도 가장 많고 노래도 잘하고 상도 많이 탔다. ‘쨍하고 해뜰 날’ 히트해서 ‘차표 한 장’ 들고 전국을 왔다갔다한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왕”이라고 송대관을 소개했다.

송대관은 “(태진아가) 갑자기 올바른 소리를 하니까 굉장히 불안하다. 띄워 줬다가 뚝 떨어뜨리는 기술이 있다. 어찌 됐든 제 3대 가수협회장이다. 정상급 후배 가수들을 여럿 데리고 있는 그룹 회장이기도 하다”고 태진아를 맞소개, 화답했다.

각자의 본 무대에 돌입하자 두 사람은 돌변했다. 1부의 문을 먼저 연 태진아는 뒤돌아선 송대관을 향해 “에잇, 짝궁둥이. 목욕탕에서 보면 오른쪽 엉덩이가 더 크다”고 폭로해 좌중을 웃게 했다.

태진아는 송대관의 의상도 타박했다. 두 사람은 이날 디자인은 달랐지만 트로트 무대 특성상 모두 일명 ‘반짝이 재킷’을 입었다. 그는 “송대관 ‘반짝이’만 보면 난 설운도가 생각나서 죽겠다. 내 ‘반짝이’는 송대관 반짝이와 다르다. 내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라고 눙쳤다.

또한 그는 “진짜 노래 하나는 내가 잘한다. 송대관 노래는 노래가 아니다. 개미 하품하는 소리다. 돼지 멱 따는 소리다. 송대관 선배는 내가 업어서 키운 가수다”고 농담하는 식이다.

송대관은 태진아가 들어간 뒤 “솔직히 말씀드리면 여러분이 나를 보러 오셨지. 태진아 보러 오시진 않았을 거다. 가수는 노래를 가슴으로 불러야 하는데 저 가수(태진아)는 닭모가지 비트는 소리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거다”고 반박했다.

송대관은 더불어 “같이 말다툼하고 싶진 않으나 내가 가만히 있으면 팬들이 울화통이 터진다고 하시더라. 태진아는 자기 마누라(옥경이) 이름 팔아 먹고 사는 가수다. 마누라 팔아먹다가 바닥이 나니까 이제는 아들 이루를 판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가요계 최고의 라이벌답게 입담 대결이 팽팽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뿐. 결국 두 사람은 “우리는 각자 떨어져 있으면 50점이다. 같이 손을 잡고 한 무대에 있으면 100점짜리가 된다”고 진솔한 속내를 고백했다. 그들은 “무대에서 쓰러지는 날까지 라이벌 콘서트는 영원할 것을 약속 드린다”며 서로를 치켜세우기 바쁘다.

”공연은 계속되겠지만 누가 ‘승자’인지는 한 번 가려야 한다“는 송대관과 태진아.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가는 그들은 ‘라이벌’이라기보다 어쩌면 영원한 ‘동반자’에 가깝다. 공연장을 빠져나오는 관객들의 얼굴 표정에서 두 사람의 무대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그대로 나타났다.

‘오메 좋은 거/ 분위기 좋고 좋고/ 폼도 좋구나 좋아/ 준비는 됐어 됐어/ 나는 행복해/ 봐요 봐요 봐요 봐요/ 앗싸 예쁜 내 사랑 보고 싶어 갑니다 가요/ 내가 가요 당신만의 사랑이 되어/ 길은 멀어도 마음은 하나요.’(송대관 ‘분위기 좋고’ 노랫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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