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 19세 미만 구독불가 인터뷰

  • 등록 2012-09-20 오전 12:07:25

    수정 2012-09-20 오전 5:35:09

지드래곤(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빅뱅 지드래곤이 미쳤다. 무대 위에서 제대로 미쳤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그 표현에 거침이 없다. 최근 발표한 새 앨범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에 자발적으로 19세 미만 청취불가 ‘딱지’를 붙였다.

‘그XX’ 등 일부 곡이 음반 심의에서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분류될 수 있다는 판단이 앞섰다. 앨범·음원 판매량에서 10대 팬들이 제외돼 손해를 보겠지만, 원곡 취지 그대로를 살리기 위한 결정이었다.

덕분에 지드래곤이 3년 만에 솔로곡으로 선보인 음악들은 솔직하다. ‘난 재주 많은 곰, 곰보단 여우. 난 재수 없는 놈, 좀 비싼 몸. 아 잘 나가서 죄송해요’라는 식이다. 또한 그는 ‘그 새끼보다 내가 못한 게 뭐야’, ‘감 떨어진 분들께 난 한 그루 감나무. 콧대 높은 분들께 기죽지 않는 깡다구’라고도 했다.

사실 뚜껑을 열고 보면 많은 이가 우려할 만큼 위험한 수위는 아니다. 프로듀서이자 솔로 가수로서 그의 음악적 진일보가 더욱 돋보인다. 어찌 됐든 그가 자신의 앨범에 ‘19금 딱지’를 붙였으니 그의 생각과 말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선 그의 인터뷰 기사도 ‘19세 구독불가’가 맞을 듯싶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그의 인터뷰가 청소년에 유해하거나 불쾌감을 느낄 것으로 예상하는 독자는 아래부터 시작되는 글을 더 읽지 않길 부탁한다. 단, 그렇지 않다면 그를 바라보는 색안경이 벗겨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다음은 19일 서울 합정동 YG 사옥에서 만난 지드래곤과의 일문일답이다.

지드래곤(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 노랫말에 자신감이 넘친다

▲ 아직 어리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생활·생각 등 여러 면에서 변해가고 있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난 허점도 많은 아이다. 그래도 무대 위에서만큼은 내가 봐도 멋있다. 매사에 쫓기기보다는 여유가 생겼다.

- 실험적인 선택의 곡이 많다

▲ 빅뱅이 아닌 솔로 활동은 어렸을 때부터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음악을 시도해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위험 부담도 있지만 내 이미지 때문인지 음악이 대중적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그냥 재밌게 봐주시는 것 같다.

- 본인의 이미지가 어떻다고 생각하기에

▲ 지금 무대 위에 선 내 모습을 (TV 모니터링) 보면 내가 봐도 미친놈 같다. 그런데 그게 정말 좋다. 뚜렷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내 안에서 어떤 에너지가 솟구치는 게 느껴진다.

- 이상과 현실이 부닥쳤을 때 타협점은 없나

▲ 없진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모난 아이가 되면 안 된다. 적정선을 지키면서 지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다듬어질 수밖에 없다. 마음속으론 늘 싸우고 있다. 아직은 내가 어리고 혈기왕성할 때니까 괜찮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더 나이가 들면….

- 3년 전과 현재 달라진 게 있다면

▲ 능구렁이가 됐다. 처음 솔로 앨범을 냈을 때는 의지만 앞섰다. 감정 등 여러 가지 콘트롤하는 방법을 조금 터득했다. 계산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한켠으론 똑똑해진 것 같다. 3년 전 내 앨범 지금 못 듣겠다. 이번 앨범은 3년 후 들었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 뮤지션으로서 정점인가, 이제 시작인가

▲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 언젠가는 내리막이 있을 것이다. 현재 내가 잘하고 있다고는 여겨진다. 다른 또래들보다 꿈을 빨리 이뤘고 더 큰 꿈을 꿀 수 있으니까 좋은 상황인 건 맞다. 하지만 10년·15년 후에도 내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 않나. 잘할 수 있을 때 많이 보여 드리고 싶다. 무대 위에 선 내가 미쳐 보이지 않는 시기가 오면 끝이다. 누군가의 프로듀싱만 하게 될 거다.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지드래곤(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 대중의 높은 기대치에 대한 부담은 없나

▲ 스트레스까지는 아니고 고민은 많이 한다. 그 고민을 통해서 크고 성숙해 간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꼭 새로운 것, 색깔이 달라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사라졌다. 노래는 듣기에 좋으면 그만이다. ‘대박곡을 쓰겠다’는 마음으로 만들면 사람들은 안다. 억지스러운 욕심보다 내가 느끼는 자잘한 감정들을 잘 풀어내는 게 지금으로서는 내 최선이다.

- 이번 앨범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점은

▲ 예전에는 짜여진, 혹은 대중이 멀게 느낄 수 있는 강한 모습을 지향한 측면이 있었다. 찔러도 피 한방을 안 나올 것 같은 이미지랄까. 이제는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노는 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다.

- ‘19금’ 곡 ‘그 XX’가 예상보다 약하다

▲ ‘그 새끼’란 노랫말 외 ‘그 자식’, ‘그 녀석’ 등 다른 단어는 상상해 본 적도 없다. 어감이 좋은 단어는 아니지만 ‘그 새끼’가 아니었으면 노래 부르기 싫었을 거다. 그 느낌 하나로 만든 노래다. 솔직히 최근 바뀐 인터넷 뮤직비디오 등급분류 제도에 대한 아쉬운 마음도 있다. 메이저 아이돌 그룹들보다 인디밴드 등 개성이 강한 음악과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는 뮤지션들에게 더 안타까운 일이다.

- 일각의 삐딱한 시선이 힘들지 않나

▲ 다른 사람들 시선이나 기대 때문에 내가 할 것을 못하고 조심스러워 한다면 아무 일도 못 했다. 나쁜 말이든 좋은 말이든 그들의 생각이다. 내가 열심히 꾸준한 모습 보여 드리면 언젠가 모두가 인정해주지 않겠나.

- 타이틀곡 ‘크레용’에 김태희·김희선·전지현이 나온다

▲ 진짜 내 이상형은 아니다. 대표 미인을 찾았다. 다른 분들이 예쁘지 않다는 게 아니라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있는 분들이지 않나. 나는 한가인 씨를 좋아한다.

지드래곤(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물 다섯 권지용(본명)과 지드래곤은 어떻게 다른가

▲ 2년 전까지만 해도 빅뱅 멤버들 모두 고민이 많았다.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만약 우리가 흔들리거나 인기가 하락하면 그 이후엔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다. 지드래곤과 권지용의 틈(GAP)을 최대한 줄이는 게 현명한 삶이다. 아니면 너무 슬플 것 같다. 음악이 어렸을 때부터 해왔던 일이고 앞으로도 내가 할 일임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 살다 보니 시간이 모자랄 뿐 즐겁게 살고 있다.

- 음악과 이별해야 하는 시기를 상상한다면

▲ 힘들다.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 일단 음악 말고 내가 잘하는 게 없다. 많은 일을 겪으면서 나쁜 생각은 하면 할수록 내 손해라는 걸 깨달았다. 나쁜 일은 빨리 떨치고 좋은 기분으로 음악을 해야 좋은 음악도 나온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나온 음악이야말로 대중에게 악영향을 준다.

- 같은 소속사 선배 싸이가 월드스타로 떠올랐는데

▲ 멋있다. 먼저 일궈낸 성과 높게 평가받을 만 하다. 앨범 발매 초기만 해도 정말 이렇게까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싸이 형의 기분을 100% 이해는 못하겠지만 매일매일 꿈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나. 동료이자 소속사 식구를 떠나 부럽기도 하고 잘 돼서 기분 좋다. 싸이 형이 길을 잘 다져놓으면 후배들이 가고자 하는 도착점도 가까워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장래가 밝다.

- 미국 정식 진출 계획은 없나

▲ 요란하게 미국 진출·일본 진출 떠들기보다는 전 세계인들이 듣고 좋아할 만한 음악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그들이 듣기에 좋고 내가 자신 있는 음악이 나오면 저절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 같다. 싸이 형을 봐도 그렇다. 언어는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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