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팀 컴백' 안정환, 생존 위한 필수과제는

  • 등록 2010-02-26 오전 6:24:16

    수정 2010-02-26 오전 6:24:16

▲ 한국축구대표팀 안정환


[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모처럼 A팀에 복귀한 '반지의 제왕' 안정환(34, 다롄스더)이 영광스런 통산 세 번째 월드컵 본선 출전의 꿈을 달성할 수 있을까.

안정환은 25일 오전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코트디부아르전(3월3일)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라운드에 오를 경우 지난 2008년 6월22일 열린 북한과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이후 1년 8개월 만에 A매치에 출장하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허정무 감독이 월드컵 본선 개막을 100여일 앞둔 상황에서 안정환을 긴급 호출한 건 대표팀 공격라인의 날카로움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판단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모나코 왕자' 박주영(AS모나코)이 최전방 요원으로 합격점을 받았을 뿐, 나머지 공격자원들은 여전히 피말리는 생존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감독에게나 선수들 자신에게나 힘든 상황이다.

◇승부사가 필요하다
허정무 감독이 '돌아온 골잡이' 안정환에게 기대하는 부분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큰 경기에 강한 특유의 승부사 기질에 희망을 걸고 있다. 안정환은 두 차례 경험한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총 3골을 터뜨리며 '저격수'로서의 역량을 과시한 바 있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미국과의 조별리그 경기서 값진 헤딩 동점골을 터뜨렸고, 같은 대회 16강전에서는 이탈리아를 상대로 천금 같은 골든골을 성공시켰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는 토고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서 결승골을 작렬해 한국축구 역사에 '월드컵 원정경기 첫 승'이라는 이정표도 세웠다. 중요한 경기에서 빛을 발하는 골 결정력은 남아공월드컵에서 만만찮은 상대들과 맞대결을 펼쳐야 하는 허정무호 포워드라인에 꼭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경험의 힘을 믿는다
다양한 상대들과 맞대결을 펼치며 안정환이 쌓아올린 경험 또한 젊어진 한국대표팀에 적잖은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다. 안정환은 A매치 68경기에 출전해 17골을 터뜨린 바 있는 베테랑이다. 1997년 4월23일 중국과의 정기전을 통해 데뷔했으니 햇수로만 어언 13년 째다.

허정무호에는 A매치 128경기를 소화한 이운재(수원삼성)를 비롯해 이영표(알힐랄/110경기), 박지성(맨체스터유나이티드/84경기), 이동국(전북현대/81경기) 등 베테랑도 있지만, 이력이 짧은 선수들도 제법 존재한다. 주전급으로 평가받는 멤버들 중 곽태휘(교토상가/A매치 10경기), 기성용(셀틱/17경기), 이청용(/볼튼원더러스/19경기), 이정수(가시마앤틀러스/21경기) 등은 기량과는 별도로 '경험 부족'을 지적받는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안정환이 허정무호 포워드라인 경쟁에서 살아남아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설 경우 동료 선수들의 심리적인 안정감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수치로 환산하긴 어렵지만, 자신감 제고 차원에서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코드네임 '슈퍼서브'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안정환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매 경기 풀타임을 문제 없이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소속팀에서는 90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는 횟수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지만, 중국 프로리그와 월드컵 본선은 긴장감의 밀도 자체가 다른 무대다.

허정무 감독 또한 안정환을 풀타임 스트라이커로 생각하고 있진 않은 눈치다. 코트디부아르전을 앞두고 안정환을 전격 발탁한 배경에 대해 허 감독은 "다만 얼마 동안이라도 팀에 꼭 필요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선수"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짧게 뛰더라도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플레이를 보여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주로 후반 중반 이후에 교체 투입돼 팀 공격의 물꼬를 틔우는 선수를 일컫는 '슈퍼서브(super sub)'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얽힌 실타래를 풀어라
월드컵 본선 개막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안정환에게 코트디부아르전은 A팀 잔류 여부를 결정지을 유일한 실험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맥락에서 안정환은 허 감독이 기대하는 '짧더라도 굵은 활약'을 선보일 필요가 있다.
 
옛 말에 이르기를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했다. 하늘의 뜻을 기다리기(待天命) 위해서는 자신의 할 바를 다 하는(盡人事)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오랫동안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한 채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풀어내는 일은 결국 안정환 자신이 짊어져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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