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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LG는 2008시즌을 최하위로 마친 뒤 새로운 시도를 한가지 했다. 육성군 운영이 그것이다.
LG뿐 아니라 여러 구단에서도 육성군이라는 단어를 쓴 적은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2군과 비슷한 의미로 쓰였을 뿐이다. LG의 육성군은 2군과는 또 다른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잠실 라이벌 두산과의 비교가 가장 뼈아팠다. 두산은 자체 선수 육성에 있어 단연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의 육성군 운영에는 스카우트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혹 드래프트와 팀 내 경쟁에서 밀린 선수일지라도, 또 한번의 검증 기회를 거쳐 옥석을 가려보자는 신중함이 담겨 있다. LG는 올시즌 예전 보다 2배 가량 많은 10여명의 신고선수를 영입한 바 있다.
경우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신고선수 출신인 두산 김현수가 4년만에 한국 최고의 타자로 자리매김한 것도 분명한 자극제가 됐다.
LG 육성군은 2군과는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서용빈 코치가 신고선수들 중에서도 2군에 올라가지 못한 선수들을 전담 육성하고 있다.
훈련은 쉴 틈 없이 빡빡하게 이어진다. 지난달 부터는 휴식일마저 없애 매일 반복 훈련이 이어지고 있다. 2군이 홈경기(구리)를 치를 경우 운동장을 쓰지 못해 실내 훈련만 해야 한다.
오전 9시에 시작된 훈련은 밤 9시 야간 훈련까지 끝난 뒤에야 모두 종료된다. 또 일단 기본 기량이 기존 선수들에 미달된다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들인 만큼 성장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은 것도 어려움 중 하나다.
서용빈 코치는 "가장 힘든 벽은 선수들이 스스로 포기하기 쉽다는 점이다. 한다고 하는데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자괴감에 빠지게되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약도 없이 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이 가여울때도 있지만 그럴 수록 더 다그치는 이유"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의미있는 변화는 있었다. 백창수(경기고 졸업)나 차화준(부산고 졸업) 등은 2군으로 승격, 성장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LG 육성군은 다른 선수들보다 한참 뒤에서 출발한 선수들의 마지막 희망이다. 과연 LG의 새로운 도전이 몇명의 완주자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