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봅슬레이 대표팀이 이처럼 '뜨기' 시작한 것은 실은 지난달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대표 선발전에 TV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팀이 도전한 덕분이다. 강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의 박진감 넘치는 모습이 인기 방송인들의 '재롱'과 함께 전파를 타면서 봅슬레이에 대한 관심을 자극한 것이다. 비록 우리 대표팀이 세계 하위권이긴 하지만….
◆형편 나아진 '한국판 쿨러닝'
대표팀 선수들은 TV 방송 이후 봅슬레이를 대충 용감하게 썰매를 타는 경기 정도로만 알았던 이들이 봅슬레이가 얼마나 격렬한 스포츠인지 알기 시작한 것이 가장 기쁘다고 했다. 한국 썰매 종목의 개척자로 통하는 강 감독은 "운동을 하면서 이런 관심은 처음"이라며 "올해는 정말 성적으로 뭔가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처음으로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2인승은 25위로 하위권, 4인승은 최하위인 22위를 한 한국팀이지만 최근 '형편'이 좋아지면서 '한국판 쿨러닝'의 주인공을 꿈꾸고 있다. '쿨러닝'은 열대의 자메이카 봅슬레이 선수들의 봅슬레이 도전기를 그린 영화이다.
◆청각장애 김동현이 2인승 주자로
두 번째 세계선수권에 도전하는 대표팀은 약점인 스타트 보강을 위해 봅슬레이 경력이 고작 한 달인 김동현(22·연세대)을 2인승 팀의 브레이크맨으로 발탁했다. 브레이크맨은 스타트 때 빠르고 강하게 썰매를 미는 것이 주 임무. 썰매가 경주로에 진입하면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앞에 앉는 드라이버 뒤에서 체중을 싣고 있는 선수를 말한다. 중학생 때까지 단거리 육상을 해 100m를 11.5초에 주파하는 키 185㎝, 체중 80㎏의 김동현은 '무한도전' 팀이 함께했던 지난달 선발전에서 뽑힌 '왕초보'이다.
김동현은 3월 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4인승 경기엔 출전하지 않는다. 4인승은 팀워크가 중요한 까닭에 기존에 손발을 맞춰온 강 감독, 김정수, 송진호(이상 강원도청), 이진희(강릉대)가 출전한다. 대표팀의 1차목표는 "이번 대회에서 일본보다는 잘하는 것"이고 2차목표가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아보는 것이다.
◆'악마의 고속도로'를 이겨라
이번 세계선수권은 남자 2·4인승 봅슬레이, 여자 2인승 봅슬레이, 남녀 스켈레톤(머리를 앞으로 누워서 타는 1인승 썰매 종목), 팀 혼합경기 등 총 6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경기장인 레이크 플래시드 트랙은 1932년과 1980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장소다. 총 1455m 길이에 20번 회전을 하는 코스다. 특히 5~9번째 회전 구간은 오메가(Ω) 모양의 커브와 급경사가 진행되는 난코스로 '악마의 고속도로(devil's highway)'라는 이름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