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가 역전된 건 지난 13일 홈구장 산 시로에서 열린 나폴리와의 정규리그 경기서 5-2로 승리를 거둔 이후부터다. 이전 여러 경기 동안 극심한 결정력 부족으로 고전하던 AC밀란은 나폴리를 맞아 모처럼 골 폭죽(5골)을 터뜨리며 기분 좋은 대승을 거뒀다.
이 경기가 특별히 주목받은 건 알베르토 질라르디노, 필리포 인자기 등 올 시즌 원투펀치 역할을 수행한 공격수들이 벤치를 지켰음에도 준수한 성과를 거뒀다는데 있다. 대신 연이은 부상으로 제 몫을 다하지 못하던 베테랑(호나우도)과 올 시즌 새롭게 가세한 유망주(파투) 등 서브자원들이 나란히 골을 기록, 희망을 밝혔다. 특히나 올해 18살인 브라질산 ‘신성’ 파투의 등장은 전반적인 노쇠화 경향으로 고전 중인 팀 사정을 감안할 때 더욱 의미 있는 뉴스다.
사실 파투가 처음부터 각광받은 건 아니었다. 지난해 여름 AC밀란의 중장기 세대교체 계획의 일환으로 밀라노 땅을 밟았을 무렵만 하더라도 몸값(2,200만유로, 300억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고국 브라질에서 2시즌 간 10경기(6골)에 출전한 것이 이력의 전부인 어린 선수에게 지나치게 많은 이적료를 지불했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뤘다.
지난 시즌 AC밀란이 공격진의 골 결정력 부족으로 줄곧 어려움을 겪었던 터라 당장 활용 가능한 스트라이커를 영입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 또한 강하게 대두됐다. 2시즌 연속 골 침묵 현상이 지속되면서 선두 인터밀란에 승점25점이나 뒤진 채 전반기를 마칠 무렵엔 밀라노 지역 신문들이 “브라질 출신 애송이를 되팔고, 그 돈으로 즉시전력감을 영입해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오직 클럽 경영진과 안첼로티 감독만이 “장차 호나우도의 뒤를 이을 브라질의 보석”이라며 옹호하는 목소리를 냈을 뿐이다.
입단과 동시에 안드레이 세브첸코(첼시)의 등번호 7번을 부여하며 잠재력에 대해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던 클럽 경영진들 또한 모처럼 함박웃음을 지었다. 선수 자신은 “가장 존경한다는 선배”라고 밝힌 호나우도와 호흡을 맞추며 세리에A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는 점에서, 팀은 쓸 만한 공격옵션을 추가하며 올 시즌 고대하던 홈경기 첫 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두루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기실 파투는 일찌감치 국제무대에서 준수한 활약을 선보여 ‘될성부른 나무’로 기대를 모은 유망주다. 17살이던 2006년 12월 알 알리(이집트)와의 FIFA클럽월드컵 4강전에서 국제무대 첫 골을 성공시켜 유럽 클럽 스카우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정확한 나이는 17세 102일로 FIFA가 주최한 국제경기를 통틀어 최연소 득점기록이기도 했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파투는 ‘슈퍼 오리’로 불린다. ‘파투(Pato)’라는 선수 등록명이 포르투갈어로 ‘오리’를 뜻하는데 따른 별명으로, 홈팬들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세리에A 무대에 오리의 세상이 활짝 열릴 것”이라며 기대감 섞인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파투가 데뷔 무대에서 보여준 활약상을 지속한다면 올 시즌 AC밀란은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된다. 16강에 이름을 올린 챔피언스리그 무대서 2연패를 달성하기 위해, 중위권 수준에 머물고 있는 자국리그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파투의 활약이 필요하다. 이는 데뷔 무대 출전 직후 호나우지뉴(바르셀로나) 영입 노력을 전격 중단한 구단 측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길이기도 하다./베스트 일레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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