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포수 홍성흔(32)은 지난 8일 김경문 감독에게 정식으로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1999년 입단 이후 흠뻑 정이 든 팀을 떠나기로 마음 먹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때문에 김 감독을 만난 이후 홍성흔은 잔뜩 풀이 죽어 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포수로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만큼 독한 마음으로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홍성흔은 "너무 많이 힘들다. 하지만 제대로 된 포수로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조용히 처리하고 싶었는데 너무 당황스럽다. 트레이드에 걸림돌이 되진 않았으면 좋겠다.
-트레이드를 요청한 이유는.
▲포수로 뛰고 싶기 때문이다. 두산에선 그 꿈을 이루기 힘들다. 난 포수로 은퇴하고 싶다. 그만큼 애착이 강하다. 또 자신도 있다. 현재 두산에선 내게 타자로서 역할을 기대하지만 난 그것보다 포수로서 내 몫을 하고 싶다.
-김경문 감독이 '포수 홍성흔'에 대한 기대를 접은 걸로 아는데.
▲지난해부터 포지션 변경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팀에선 더 이상 나를 포수로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시즌 중엔 외야 훈련을 받은 적도 있다. 외야수 글러브도 구입했다.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어깨 수술 이후 송구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적도 있지만 이젠 다르다. 포수로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 자신 있다.
-가고 싶은 팀이 있나.
▲그런건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느 팀이건 부딪혀보고 싶다. 주위에선 "주전 포수가 약한 팀이 좋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난 상관 없다. 포수로서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할수만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다.
-트레이드 요청을 했을 때 김 감독의 반응은.
▲감독님도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뜨거운 감자'라고 생각했다고 하셨다. 흔쾌히 내 뜻을 존중해서 좋은 길을 찾아보시겠다고 해주셨다.
-두산을 떠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텐데.
▲그 생각만 하면 마음이 무겁다. 신인때부터 팬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아직 실감은 안나지만 떠나게 되면 많이 힘들 것 같다. 죄송하다는 생각 뿐이다. 하지만 야구선수로서, 또 포수로서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해해주실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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