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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프로 스포츠는 두가지 존재 이유가 있다. 첫째가 돈 버는 것, 두 번째도 돈 버는 것이다.’
미국 오하이오 대학의 멜빈 헬리처 교수가 쓴 스포츠 마케팅 서적 ‘드림 잡(The Dream Job)’의 첫 머리에 나오는 글귀다.
프로 스포츠가 돈을 벌거나 잃을 수 있는 산업이라는 사실을 한마디로 응축한 것이다. 프로스포츠가 주류를 이루는 현대 사회에서 스포츠는 더 이상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즐기고 승패에 울고 웃는 순수한 의미의 엔터테인먼트에 그치지 않는다.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이윤이 창출되는, 그리고 수많은 비즈니스가 성행하는 산업이다. 단적으로 프로 스포츠의 천국 미국에서 스포츠 산업은 자동차 산업의 두배,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일곱배가 넘는 규모다.
하지만 한국의 스포츠 산업은 미국 일본 등에 비하면 미약하다. 문화관광부가 2005년 발간한 체육백서에 따르면 스포츠 시장 규모는 17조8823억원(2003년)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48% 수준이다. 스포츠 선진국인 미국은 3.35%, 일본은 3.88%다. 미국의 <비즈니스 스포츠 저널>에 따르면 2004년 미국의 스포츠 산업 매출규모는 2130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13조원)였다.
한국도 주 5일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지만 현장에 종사하는 이들이 체감하는 스포츠 산업의 현실은 아직 따뜻하지 않다. 프로 구단 가운데 흑자를 내는 구단이 거의 없고, 비즈니스 규모도 영세하다.
이데일리 SPN은 스포츠 산업 현장에서 뛰고 있는 각 부문의 CEO부터 일선 실무자까지 두루 만나 한국 스포츠 산업의 현실과 미래, 그리고 해결해야할 과제를 들어보기로 했다. 처음 만난 이는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의 안종복(54) 사장이었다.
안 사장은 프로 축구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청소년 국가 대표를 지낸 선수 출신으로 구단 사장까지 승진한 것은 프로 축구 사상 그가 처음이다. 또 안 사장은 2004년 시민 구단 인천 유나이티드 창단 단장을 맡은 뒤 2005년 전, 후기 통합 1위와 정규리그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올렸고. 지난 해에는 흑자 경영을 이뤄냈다. 규모는 5억원 정도였지만 종목을 불문하고 프로 구단이 흑자를 기록한 것은 인천이 처음이었다.
-한국 스포츠 산업의 현실부터 이야기해보자. 주 5일제가 시행됐음에도 불구, 기대만큼 스포츠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 산업은 프로 스포츠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발전하는데 근본적으로 한국의 프로 스포츠는 팀 수가 적다. 결국 시장 자체가 작다는 의미다. 현재 프로축구 14개, 프로야구 8개, 프로농구 10개 구단 등이 있지만 구단이 더 많아져야 한다. 시장이 흥청거리려면 파이가 커져야 한다. 파이가 적으니 에이전트 등 각종 스포츠 비즈니스가 활성화할 수 없다. 프로축구는 1, 2부 리그로 나뉘어 36개 팀, 프로 야구도 1, 2부로 20개 팀 정도 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한국 프로 구단의 태생적인 한계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프로 구단은 대기업이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창단, 운영하는 게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구단은 생존, 즉 재정 자립이 아닌 모기업 홍보와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케팅 전문가가 구단 책임자로 오는 게 아니라 홍보를 잘하던가 성적을 우선시 하는 인사가 사장을 맡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는 흑자 마인드가 없다. 쓰는데 익숙할 뿐이다. 모든 구단이 살기위해, 흑자를 내기 위해 노력해야 산업으로서 발전할 수 있다.
-최근에는 프로 구단들의 마인드가 바뀌고 있지 않는가.
▲늦은 감은 있지만 바뀌고 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의 변신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J리그 구단들도 처음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형식이었지만 몇년간 구단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자 99년부터 모두 시민 구단으로 전환하는 등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 요즘은 훌륭한 스포츠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시민구단 전환뿐 아니라 3억엔에 이르던 간판 스타 미우라의 연봉을 1억엔선으로 내리는 등 프로연맹과 구단, 선수의 자발적인 희생과 노력이 바탕이 됐다.
그리고 우리 나라 프로 구단 사무국의 구조를 보면 마케팅에 얼마나 무신경한지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무국에 선수 관리팀이 마케팅팀 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프로 구단이라면 마케팅팀이 더 많아야 한다. 벌어야 사는 것 아닌가.
-인천 구단이 지난 해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냈는데.
▲비결은 없다. 우리 나라 마케팅 시장은 척박하다. 정상적인 마케팅으로 흑자를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 구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구단 수익의 주축은 중계권료와 입장료 수입이 주축이고 그밖에 스폰서십과 머천다이징 등 마케팅을 통한 수익, 그리고 선수 트레이드를 통한 수익이 있다. 그네들이 오랜 세월을 거쳐 마련한 수익 모델이다.
우리나라는 근본적으로 중계권료와 입장료 수입이 유럽과 비교가 안 된다. 우리 구단의 경우 지난 해 입장료 수입은 구단 수익을 100억원으로 봤을 때 그 10%선인 10억원 정도였고, 중계권료는 프로축구연맹이 분배해준 1억 여 원이 고작이다. 이런 상황에서 별도의 수익 모델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인천 구단은 흑자를 냈다.
▲우리의 무기는 5만 명에 이르는 시민 주주였다. 구단의 소중한 재산이다. 가령 연고 지역 기업체로부터 스폰서십을 받는데도 이들이 큰 역할을 했다. 기업체와 만나면 '우리는 문화 콘텐트를 순수하게 시민들에게 서비스하는, 5만 시민 주주를 가진 거대 단체다. 투자를 하면 그만한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시민주주를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도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며 스포서십을 유도했다.
타이틀 스폰서의 경우 타 구단은 수익의 10% 선이지만 우리는 50%를 목표로 상정했다. 경기 당 1억원씩으로 계산한 것이다. 원년에는 개인적으로 잘 아는 기업으로부터 20억원을 투자받았으나 이후에는 대상을 넓혔다. 특히 인천시와 관련있는 기업들을 타깃으로 했다. 지난해 대우 건설을 30억원에 타이틀 스폰서로 영입했고, 올해는 신한은행과 연간 30억원에 4년간 계약했다.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데 필수적인 수익의 영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타이틀 스폰서 펜스 광고 서브 스폰서 등을 통해 연 60~70억원 정도를 조달했고 입장 수익 10억 정도를 합하면 기본적으로 70~80억원선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흑자를 이룬 관건은 선수 트레이드였다. 매년 20억원 정도를 트레이드를 통해 수익을 올렸는데 지난해 여기서 21억원 정도의 수익을 거뒀다. 구단 총수입의 18% 수준이었다. 여기서 흑자가 나왔다. 선수를 사고 팔면서 수익을 올리지 않으면 흑자를 내기 힘들다.
▲인천은 프로 스포츠 연고지로 하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다. 토박이가 많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순수한 인천 토박이는 10%도 채 안될 것이다. 지역 팬 확보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우선 레플리카(프로 선수들의 유니폼을 복제한 옷)를 제작, 이를 구입하면 연간 무료 입장의 혜택을 줬다. 두가지 효과가 있었다. 레플리카 판매를 통해 지난 2년간 9억원 정도를 확보했고, 레플리카를 입고 입장하는 팬들은 바로 인천의 서포터스가 됐다.
또 구단이 개최하는 미들스타리그도 저변 확대에 큰 몫을 했다. 미들스타리그는 히트작이다. 미들스타리그는 인천 지역 중학교의 일반 학생들이 팀을 구성, 홈 앤드 어웨이로 대회를 치르는 것이다. 올해 인천의 대부분의 중학교팀이 참가하고 있다. 출전 선수들에게 전원 유니폼을 지급하고 경기 진행도 구단이 직접한다. 이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또 영원한 인천 팬이 된다. 이 대회를 열면서 학부모들로부터 감사 메일도 많이 받았다.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던 아들이 운동을 하면서 건강해 졌다는 것이다.
-인천이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는 등의 방법은 특별한 게 아니다. 다른 구단도 다 알고 있고,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다.그런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우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기업이 모기업으로 있는 구단은 자체적으로 수익을 올리려는 마인드가 약하다. 이들은 홍보와 구단을 운영함으로써 받는 모기업의 조세 혜택 정도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마케팅 전문가가 구단 책임자로 오는 예가 거의 없다.
또 한가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K리그 모든 구단이 우승하겠다고 덤빈다는 것이다. 성적 지상주의로 가다보니 저변 확대, 인프라 구축, 마케팅 등에 돈을 쓰기보다 불필요한데 예산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우승을 꿈꾸지 않는다. 재미있는 축구로 홈팬들을 즐겁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매 경기 마티즈 승용차를 경품으로 내놓는다. 축구를 즐기다가 승용차도 받아가라는 의도다. 단 우리도 홈 경기만은 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방법은 알아도 어떻게 현실화 하느냐가 문제 아닌가.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는 것도 그렇고 가장 적은 비용으로 구단을 운영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내는 것도 경영자의 몫이다. 나도 부산 대우에 있을때 안주한 적이 있다. 하지만 모기업이 쓰러지고 경제난으로 20여개의 아마추어팀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위기 의식을 가졌다.
언론도 성적을 잘 내는 구단과 함께 마케팅 잘하는 구단도 주목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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