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구의 PD열전]늘 10년을 앞서간 PD, ‘일밤’의 송창의

  • 등록 2007-07-02 오전 6:00:00

    수정 2007-07-02 오후 12:59:48


▲ 송창의 PD(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몰래카메라’. 오랜 세월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로 자리잡고 있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에서 얼마전 부활해 다시 주목을 받는 코너다.
 
'몰래 카메라'는 인터넷이 발달하고 UCC가 새로운 인기를 얻는 요즘의 추세에서는 조금 고풍스런(?)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고풍스럽다는 표현을 했는데, '일밤'과 ‘몰래카메라’의 역사는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도 ‘일밤’은 MBC의 대표적인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을 연출한 PD. 흔히 스타 PD의 원조로 꼽히는 현 케이블 채널 tvN 대표인 송창의 PD(54)다.
 
이제는 연출 일선에서 물러나 경영을 책임지는 입장이 됐지만 여전히 송창의 PD는 현직에 있을 때 못지않게 열정이 넘친다.
 
(사족: 송창의 대표 또는 CEO 송창의로 부르는게 정확하지만, 이 고정난의 성격을 생각할 때는 송창의 PD가 더 어울린다.  그리고 본인도 '송 PD'라는 영원한 현역의 호칭을 더 사랑하고 있었다) 
 
▲ 송창의 PD가 연출을 맡았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제공=MBC)

◇ 10년 후 겨냥...반 보씩만 앞서가라!

방송가에서 송창의 PD는 10년을 앞서가는 연출자로 평가받는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일요일 밤의 대행진’.  지금은 프로그램 이름도 가물가물한 사람들도 많지만,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모두 유래가 없는 신선한 포맷으로 주목을 받았다.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흔히 '토토즐'이란 애칭으로 불렸던 이 프로그램은 가수가 등장해 노래를 부르는 전통적인 음악 프로그램에 뮤직비디오 제작, 가수와 인형이 어우러진 코믹 쇼 등 ‘버라이어티 쇼' 형식을 도입해 인기를 끌었다.
 
‘일요일 밤의 대행진’은 기존의 콩트 중심의 코미디에 뉴스 프로그램을 본딴 형식으로 세태풍자 코미디를 시도했다. 30대 이상에게는 기억에 새로운 '배추머리' 김병조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로 자리잡았다.
 
그 후속인 ‘일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토크 코미디로 진화했다. 역시 당시의 주류인 꽁트 중심의 형식과는 거리가 먼 파격적인 시도였다.

송창의 PD는 지금 일반화가 된 UCC도 이미 18년 전에 ‘일밤’에 도입했다. 바로 당시 뜨거웠던 비디오 카메라 붐에 착안, 시청자가 찍은 동영상을 소개하는 ‘시청자 비디오’가 그것.

“1주일에 한 편씩 연출하는 PD는 매 번 시청률 경쟁을 해야하는 만큼 눈앞의 성적에 신경쓰는 경주마의 시각에 머무르게 되죠. 하지만 프로그램들이 향후 어떻게 바뀔지 생각하는, ‘갈매기의 시각’을 갖는 것도 중요해요. 그래서 10년 후를 겨냥하고 틀을 깨보려고 한 거죠.” 

이런 송창의 PD의 연출 지론은 “결코 많이도 아닌, 시청자보다 딱 반 발짝만 앞서가자”다.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이나 '변화'도 시청자들의 고정 관념을 벗겨내는 정도여야지, 너무 앞서가면 대중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10년 전만 해도 드라마에서 키스신은 ‘사과방송’ 감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그때 드라마 연출자가 '10년 후에는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드라마에서 키스신을 시도할 수 있겠어요? 보수와 진보를 적절히 조절해야죠.”
 
▲ 이덕화와 김청이 진행을 맡은 MBC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도 송창의 PD의 대표 프로그램이다(제공=MBC)

◇영원한 '젊은 오빠', 내 크리에이티브의 원천은 록음악

송창의 PD는 음악 쇼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1977년 MBC에 입사했다. 학창시절 음악을 유난히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MBC 입사 후 송창의 PD가 처음 발령받은 분야는 코미디, 공개오락 파트였다. 당시 MBC는 오락 프로그램을 지금처럼 예능국에서 총괄하는 것이 아니라 쇼, 코미디, 공개오락으로 나누어 담당했다.
 
결국 송창의 PD는 희망한 것과 다른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다. 3년여의 조연출을 거쳐 그가 PD로 데뷔한 프록램은 1980년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

코미디와 공개오락 프로그램에서 6년간 일한 뒤 송창의 PD는 마침내 자신이 원하던 쇼 파트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쇼 2000’, ‘영 11’ 등 MBC 간판 쇼 프로그램을 연출한 데 이어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까지 송창의 PD는 거칠 게 없었다. 

매번 새로운 포맷을 시도하던 송창의 PD는 코미디 프로그램 ‘일요일 밤의 대행진’에 이어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연출했고, 이후 영역을 확장해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을 연출했다.
 
특히1996년 송창의 PD가 기획 및 연출을 맡은 ‘남자 셋 여자 셋’은 MBC에 시트콤이라는 장르를 정착시킨 프로그램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이후에도 시트콤의 시청증자 연령대를 업그레이드시킨 '세친구' 등 늘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이처럼 연출자로 입봉 이후 늘 왕성한 창의력을 발휘하는 그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송창의 PD는 망설이지 않고 음악, 특히 록을 크리에이티브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저는 지금도 ‘옛날 음악이 역시 최고였어’라는 말을 싫어해요. 요즘 음악도 꾸준히 들으면서 음악의 진화, 새로운 가수와 그룹의 등장에 호흡을 같이 하는 게 예능프로그램 PD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송창의 PD가 특히 즐겨듣는 음악은 록이다. 50세가 넘은 나이에  체제에 대한 저항을 표방하는 ‘록의 정신’을 향유하기는 조금 버거울 것 같은데, 그는 당당했다.

“육체는 늙어도 정신은 젊어야 예능 PD로 살 수 있지 않겠어요? 특히 고민과 문제의식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록은 늘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예능 PD에게 적합한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듣기 편한 음악만 즐겨 듣는 소위 ‘배부른 돼지’가 무슨 창작을 하겠어요.”
 
▲ 송창의 PD(사진=김정욱 기자)


◇ '논란을 두려워하는 자여, PD하지 마라!' 

송창의 PD는 2006년 개국한 케이블TV 토털 버라이어티 채널 tvN의 대표로 부임했다. 경영자가 됐지만 선배 PD로서 그가 후배 PD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다. ‘논란을 일으키라’는 것이다.

“사기를 치라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것으로 사람들의 주목과 화제를 일으키라는 거예요. 사람들이 다음 날 아침 직장 동료들에게 ‘그거 봤니?’라고 물어볼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라는 거죠.”

송창의 PD는 그래서 후배들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종종 아쉬울 때가 많다.
 
그는 “제가 젊었을 때는 다른 방송사와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만들면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들고 다녔어요. 그러나 요즘 PD들은 그런 게 없어요”라고 매섭게 지적했다.

요즘 그가 경영을 맡고 있는 tvN의 프로그램 중 ‘tvNgels’는 여자 출연자가 속옷을 벗는 등의 장면이 여과없이 방영돼 선정적인 내용으로 논란을 빚었다. 그럼 이것 역시 송창의 PD가 생각하는 '논란'에 해당할까. 

송창의 PD는 “tvN이 다른 케이블TV 채널보다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 프로그램을 만드니까 사람들이 지상파TV로 착각하나 봐요. 다른 케이블채널에는 ‘tvNgels’보다 더 선정적인 프로그램들이 많거든요”라RH 웃었다.
 
그는 이어 “‘tvNgels’ 제작진에게 섹시 스타 발굴 프로그램으로 선정적이기는 하지만 ‘완성도와 품격이 있으니 괜찮다’는 평가를 받도록 신경 쓰라고 요청하죠”라고 덧붙였다.

매사 프로그램에 대해 남다른 아이디어와 열정을 지니려 하는 송창의 PD의 면모는 인터뷰 말미에 우연히 나온 프로그램 엔딩 크레딧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송창의 PD는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 출연자와 제작진을 소개하는 엔딩 크레딧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올라가는 자막에 나름대로의 메시지를 담으면 시청자들에게 방송의 여운을 줄 수 있잖아요. 그러다 보면 제작진의 성의가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고, 프로그램의 품격도 올라갈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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